[T나는 과학] "농지 있어도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KAIST, 미래 식량위기 새 경고

김건교 2026. 6. 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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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기사

저출산·농촌 인구 감소가 식량안보 위협할 수 있다는 분석
"농지 있어도 일할 사람 없으면 생산 한계" 국제연구 발표

전세계 농지 수요 대비 공급가능 면적 연구 개요(AI 이미지)


미래 식량 부족의 원인이 단순한 농지 부족이나 기후변화가 아니라 농업 인력 감소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출산과 농촌 인구 감소가 세계적인 현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앞으로는 농사를 지을 사람이 부족해 식량 생산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연구진은 식량안보를 논의할 때 토지와 기후뿐 아니라 노동력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 "농지는 있는데 농사 지을 사람이 없다면?"

KAIST AI미래학과 김형준 교수팀이 KI 기후-환경-에너지 연구소 전해원 교수, 니클라스 포셀 교수, 일본 동경대학교 타이칸 오키 교수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농업 인력 감소가 미래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지금까지 식량안보 연구는 주로 농지 확보와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얼마나 많은 땅을 농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 기후가 농사에 적합한지, 식량 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를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해왔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농지가 충분해도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세계 각국은 저출산과 고령화, 도시 집중 현상으로 농촌 인구 감소를 겪고 있습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노동력이 농업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사회 변화가 미래 식량 생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노동력 변수 포함한 새로운 식량안보 모델 개발

고성장-고배출 시나리오(SSP5-RCP8.5) 하에서 미래 농지공급 조절인자 분포


공동연구팀은 농업 노동력 감소를 반영한 새로운 식량안보 분석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연구진은 국제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미래 예측 체계인 SSP와 RCP 시나리오를 활용했습니다.

SSP는 인구와 경제 성장, 기술 발전 등 사회 변화를 가정하는 모델이고, RCP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미래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여기에 연구진은 기존 연구들이 거의 다루지 않았던 농업 노동력 변수를 추가했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뿐 아니라 실제 농사를 지을 사람의 수까지 함께 계산한 것입니다.

◇ 미래 식량 생산의 최대 변수는 '농업 인력'

분석 결과는 예상보다 뚜렷했습니다.

미래에는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농업 노동력 부족 때문에 실제 활용 가능한 농지 면적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나 토양 조건보다 농업 인력 부족이 식량 생산을 제한하는 더 큰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농지가 충분하더라도 노동력이 없으면 생산량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일수록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 기술 발전해도 농촌 인구 감소는 계속

연구진은 기술 발전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농업 기술이 발전하면 한 사람이 더 넓은 농지를 경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전될수록 농업을 떠나는 인구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면서 농촌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농업 인력 부족도 심해지는 것입니다.

결국 기술 발전이 생산성을 높여도 노동력 감소 속도를 완전히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2030·2100년 지역별 농지 수급 및 부족 전망


◇ 이민 정책도 식량안보 변수로 부상

연구는 국가 간 인구 이동의 중요성도 보여줬습니다.

국경 이동이 제한될 경우 선진국에서는 농업 인력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일부 저소득 국가에서는 농업 인구가 과도하게 증가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이민 정책과 노동력 이동이 단순한 인구 문제가 아니라 식량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시사합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농업 정책과 인구 정책, 이민 정책을 별개가 아닌 통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한국에도 던지는 경고

이번 연구는 특히 저출산과 농촌 소멸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입니다.

국내 농촌 지역에서는 이미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농업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농업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농지를 보전하는 수준을 넘어 청년 농업인 육성과 농촌 정착 지원, 외국인 노동력 활용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식량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후와 토지뿐 아니라 사람의 변화까지 함께 고려해 미래 식량 문제를 분석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저출산과 농촌 기피 같은 사회 문제가 미래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ature Sustainability에 6월 1일 자로 실렸으며, 학술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동일 학술지의 'News & Views' 논평에서도 별도로 비중있게 다뤄졌습니다.

해당 논평에서는 이번 연구를 "얼마나 많은 농지가 있는가에서 누가 그 농지를 경작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각을 전환한 중요한 연구"라고 평가했습니다.

왼쪽부터 KAIST 니클라스 포셀 교수, 김형준 교수, 이홍탁 박사과정생, 전해원 교수

(사진=KAIST)

김건교 취재 기자 | kkkim@tj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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