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박세례에 찢기고 멍든 배·사과 속출...농가 망연자실

이설화 2026. 6. 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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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농사 처음 보는 우박”…과실·배춧잎 큰 피해
▲ 지난 11일 오후 철원 서면에 우박이 내리면서 사과 과피가 찢기고 갈변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모씨 제공

지난 11일 저녁 내린 우박으로 강원도내 과수농가 등 노지 재배 농가 피해가 막심하다.

1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1일 오후 강원 철원, 고성, 횡성, 원주 등 북부 내륙과 중남부 내륙 일부 지역에 강한 소나기와 함께 우박이 떨어졌다.

우박 피해가 관측된 지역은 철원 서면, 횡성 청일면 속실리, 원주 소초면 수암리, 고성 흘리 등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횡성에는 지난 11일 오후 6시쯤 60분동안 18㎜, 철원 장흥리와 김화 등지에는 오후 8시쯤 10~20㎜의 비가 내렸다.
▲ 원주 소초면에서 배농사를 짓는 신모씨는 우박으로 배 과실이 곳곳에 검은 반점이 생기고 과피가 찢기는 피해를 입었다. 신모씨 제공

소나기와 함께 우박이 내리면서 열매가 맺혀 본격적으로 자라나는 시기를 맞은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철원 서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이모 씨는 1만5000㎡(4500평) 면적 모두 우박 피해를 입었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사과 열매는 우박 충격으로 과피가 터지고 갈변이 진행됐다. 과실 곳곳에 검은 반점과 함께 함몰 자국도 관찰됐다.

원주 수암4리에서 1만6500㎡(5000평) 배·자두 농사를 짓는 신모 씨도 큰 피해를 봤다. 우박 피해로 자두 잎이 갈기갈기 찢어졌고, 열매 역시 우박을 맞아 시커멓게 변했다.
▲ 지난 11일 오후 횡성 속실리 사과밭에 눈이 내린 것처럼 우박이 쌓여있다. 최모씨 제공

신 씨는 “어제까지 적과 막바지 작업을 하느라 봉지를 싸기 전이었다”며 “결실기가 지나 성장하는 시기의 과실이 우박을 집중적으로 맞았다”고 전했다.

횡성 속실리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민 모씨가 공들여 키운 고추는 우박에 버티지 못하고 잎이 축 쳐진 채 쓰러졌다. 고추밭은 고랑마다 눈이 내린 것처럼 우박이 쌓였다.

민 씨는 “50년 농사를 지으며 이런 우박은 처음”이라며 “20~30분 연속으로 우박을 맞다보니 잎이 갈기갈기 찢어졌다”고 했다. 그는 “고추 상품가치가 없다”며 “재생 불량이 됐다”고 망연자실해했다.
▲ 지난 11일 오후 횡성 속실리에 우박이 내리면서 고추 농사를 짓는 민모씨도 피해를 봤다. 우박으로 고추가 꺾이고 잎이 찢어졌다. 민모씨 제공

같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최모씨는 배추 3만3000㎡(1만평), 사과 6000㎡(2000평) 밭에 우박이 내렸다. 최 모씨가 키운 배추는 수확을 앞두고 배춧잎이 모두 망가졌다. 최 씨는 “우박이 내려 배춧잎이 벌집처럼 됐다”고 했다.

우박은 지금 0.5㎝ 이상의 얼음알갱이나 얼음덩이다. 지난 11일 우박은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떨어지면서 피해가 컸다.

강원기상청 관계자는 “중부지방 3.5㎞ 상공에 영하 17도 내외의 차가운 공기와 지면의 뜨거운 공기가 만나 대기가 상당히 불안정했다”며 “오늘(12일) 오후에도 우박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이설화 기자
▲ 횡성 속실리에서 배추농사를 짓는 최모씨는 지난 11일 우박으로 배추 수확을 앞두고 배춧잎이 찢기는 피해를 입었다. 최모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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