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음식 먹고 '꾸르륵'… 여름철 잦은 배탈·장염, 올바른 지사제 선택법은

무더위가 시작되면 차가운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급성 장염이나 배탈로 인한 설사 증상을 겪는 이들이 증가한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식중독균이 번식하기 쉬운 데다, 찬 음식이 위장의 온도를 떨어뜨려 소화 및 면역 기능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이때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약국에 방문해 무작정 아무 지사제나 복용하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동창 약사(월성사랑약국)의 도움말로 여름철 잦은 배탈과 장염의 원인을 살펴보고, 증상에 맞는 올바른 지사제 선택 및 안전한 복용법을 알아본다.
단순 배탈과 감염성 장염, 원인 다르지만 초기 구분 어려워
여름철 설사는 크게 차가운 음식 섭취로 인한 '단순 배탈'과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감염성 설사'로 나뉜다. 원인과 발생 기전이 다른 만큼 나타나는 증상과 양상에도 차이가 있지만, 복통과 설사가 시작되는 초기에는 환자들이 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이동창 약사는 "여름철 차가운 음식을 갑자기 많이 섭취하면 장이 자극을 받아 평소보다 빠르게 움직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음식물이 충분히 소화·흡수되기 전에 장을 통과하면서 묽은 변이나 설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한 복부 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시켜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를 감소시키므로 복부 불편감이나 가벼운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감염성 설사에 대해서는 "살모넬라균, 병원성 대장균 등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세균성 설사는 장 점막에 염증을 일으켜 발열과 복통, 심한 경우 혈변이 동반되고 1주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며 "노로바이러스 등이 원인인 바이러스성 설사는 갑작스러운 구토와 물설사가 나타나며 사람 간 접촉으로도 쉽게 전파된다"고 덧붙였다.
원인 모를 여름철 설사, '장운동 억제'보다 '유해 물질 흡착'이 안전한 이유
이처럼 여름철 설사는 단순한 장 자극부터 세균 감염까지 원인이 다양하고 초기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에, 무작정 장운동을 멈추는 약을 먹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만약 초기 감염성 설사인데 단순 배탈로 착각해 장운동 억제제를 복용하면, 유해균과 독소가 배출되지 못하고 장내에 갇혀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름철에는 원인에 구애받지 않고 유해 물질을 배출하며 장을 보호하는 흡착성 지사제가 1차적인 선택지로 권장된다.
이동창 약사는 "설사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약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원인과 증상에 따라 적합한 지사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설사 증상 완화에 사용되는 흡착성 지사제에 대해 이 약사는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라는 성분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포함한 장내 유해 물질을 흡착하여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돕고, 장운동 자체를 억제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장운동 억제제의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 이 약사는 "장운동 억제제에 사용되는 로페라마이드 성분은 과도하게 증가한 장운동을 억제하여 설사 횟수를 줄여준다. 중요한 일을 앞두거나 여행 중 빠르게 증상을 완화해야 할 때 약사와 상담 후 복용이 필요하지만, 발열이나 혈변이 동반되는 세균성 감염성 설사에서는 원인균과 독소가 장내에 머무를 수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신 흡수 없이 유해균만 배출…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의 코팅 효과
천연 점토에서 유래한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성분은 혈액으로 흡수되지 않고 위장관을 통과하며 국소적으로 작용하는 흡착성 지사제다. 장운동을 강제로 멈추는 대신 장내 세균과 바이러스를 포함한 유해 물질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또한 단순 배탈로 과민해진 장 점막을 코팅하여 보호해 주므로, 초기 원인 구분이 어려운 여름철 설사에 두루 활용하기 좋다.
이동창 약사는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는 미세한 입자들이 넓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어 마치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장 안에 있는 세균, 바이러스, 독소 등을 표면에 붙잡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성분은 장 표면을 덮고 있는 점액층과 결합해 보호막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주어 세균이나 독소가 장 점막을 자극하는 것을 줄여주고, 손상된 장이 회복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약은 복용 후 성분이 체내로 흡수되며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 성분은 입자 크기가 커 전신으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약사는 "장 세포를 통과해서 혈액으로 흡수되거나 전신으로 퍼지지 않고, 물에 녹지 않은 채 장에 머물다 배출되는 성분"이라며 "직접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설사의 원인을 줄이고 장 점막을 보호하는 원리이므로 의사나 약사의 지도하에 소아나 고령자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타 약물 병용 시 '2시간 간격' 지켜야… 복약 순응도 높이는 첨가제도 확인 필요
흡착성 지사제는 장내 유해 물질을 빨아들이는 고유의 작용 기전을 가지므로 타 약물과 병용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사제의 강력한 흡착력이 복용 중인 다른 약의 성분까지 함께 흡수해 본래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동창 약사는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성분이 장내에서 독소나 유해 물질뿐만 아니라 다른 약물까지 함께 흡착할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다른 약이 있다면 일반적으로 최소 2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단독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식사 직후보다는 식후 2시간 정도 지난 시점에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증상이 호전되었음에도 복용을 지속하면 심한 변비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적절한 시기에 투약을 중단해야 한다. 이 약사는 "설사 횟수가 하루 1~2회 수준으로 감소했거나 변이 단단해지기 시작한다면 불필요하게 계속 복용하지 말고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사제 복용 시 거부감을 줄이고 단맛을 내기 위해 첨가된 감미료 성분을 확인하는 것도 장 건강을 지키는 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소르비톨'과 같은 당알코올 성분은 소장에서 흡수가 잘되지 않아 민감한 사람의 경우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이미 설사로 장이 예민해진 환자라면 이러한 부작용에 더 취약할 수 있으므로, 지사제 선택 시 소르비톨 함유 여부를 확인하고 장 자극 우려가 비교적 적은 '백당' 첨가 제품을 고려하는 것이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탈수 막는 수분 보충 필수… 철저한 생활 관리로 여름철 장 건강 지켜야
여름철 설사 관리의 핵심은 안전한 약물 복용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생활 관리다. 이동창 약사는 "설사로 손실된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해 주고, 장 건강 회복을 위해 유산균을 복용하거나 복부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혈변 또는 검은색 변이 나오거나 39℃ 이상의 고열, 심한 복통 및 탈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설사가 3일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적인 구토로 물조차 마시기 어려운 경우에는 자가 치료를 중단하고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름철 급성 설사는 충분한 휴식과 수분 보충, 증상에 맞는 약물 복용으로 단기간 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세균성 장염이나 식중독과 같은 감염성 질환의 강력한 신호일 수 있다. 단순히 배변 활동을 멈추는 것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유해균을 배출하는 적절한 지사제를 선택하고, 탈수를 예방하며 중증 감염의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여름철 장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다.
김수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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