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3代가 숲에서 소통하다 [화담숲 3代 가족사진 이벤트]

윤성중 2026. 6. 1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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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談화담: 정답게 이야기 나누다
숲이 말문을 열어 줍니다
부모님, 아이에게 하고 싶었던
가슴속 고이 접어둔 이야기들을…
지난 5월 중순, 화담숲 풍경. 4,000여 종의 식물이 온통 초록색 옷으로 갈아 입었다.
화담숲 아래쪽에 마련된 휴식 공간. 식당과 카페가 있다. 연못에는 원앙이 살기도 한다.

자연은 엄밀히 말해 인간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 인간이 여기서 얻는 혜택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그중 잘 가꾸어진 숲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이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100% 없을 것 같다. 이른바 관리된 이러한 숲에서는 인간 세상에서 겪는 불안이나 공포 같은 감정을 느낄 구석이 없기 때문이다. 숲에 방문한 방문객들은 평탄한 길을 걸으며 그저 깨끗한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초록빛 이파리들에 둘러싸여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면 그만이다. 이것이 지금 시대 잘 가꾼 숲이 필요한 이유다. 스마트폰과 TV 화면에 머문 시선을 잠깐 돌려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은 지금 사람들이 억지로라도 해야할 일 중 하나다. 어떤 숲이 적당할까?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 옆에 위치한 '화담숲'이 제격이다.

위에서 내려다 본 숲. 화담숲은 휠체어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길이 완만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자작나무숲 풍경. 2,00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른 봄 나무 아래에선 수선화가 자라기도 한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 운영하는 수목원이다. 2006년 4월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 5만 평 대지에 조성됐다. 정식 개원을 하고 일반인의 출입을 허용한 건 2013년부터다. 이후 수목원은 16개의 테마원(철쭉·진달래길, 소나무 정원, 전통담장길, 무궁화 동산 등)을 갖췄다. 여기에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식물 4,000여 종이 전시되어 있다.

화담은 화목하게和 이야기를 나눈다談는 뜻으로 화담숲을 만든 고故구본무 LG 선대회장의 아호다. 그러니까 이 숲은 고 구본무 회장의 철학이 깃든 공간이다. 상록재단 설립 후 20년간 구 전 회장이 추구해 온 가치는 '생명존중'이다. 화담숲 안에 마련된 전시 공간 화담채에 그가 생전 주장했던 말이 적혀 있다.

한 가족이 화담숲의 한 구간을 걷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다녀도 불편함이 없도록 모든 길이 완만하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대상을 주도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아닌 그 나름의 질서와 체계를 존중하고 보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지금 화담숲은 '핫'하다. 구 전 회장의 바람대로 수많은 방문객이 여기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5월 11일 열린 '3대가 함께 걷는 화담숲길' 행사에 참가해 화목한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설립한 수목원이다. 수목원 이름은 고故구본무 LG 선대회장의 아호에서 따왔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도웅리 약 5만 평 대지 위에 조성됐다. 16개의 테마원이 있고, 국내 자생식물과 도입식물 4,000여 종을 수집해 전시하고 있다.

'3대가 함께 걷는 화담숲길' 행사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LG상록재단에서 기획했다. 방문객 2,500명 한정, 딱 하루 무료 입장을 실시했다. 5월 초에 행사와 관련된 예약 사이트가 열렸는데, 당일에 표가 동났을 정도로 인기가 상당했다. 행사날은 비 예보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른 아침부터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화담숲에서 가족사진 촬영 이벤트가 열렸고, 숲속 음악회도 진행됐다. 관람을 마치고 퇴장하는 가족에게 수국 화분 하나씩을 증정하기도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아들, 딸로 이뤄진 3대 가족의 화목한 틈에 끼어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총 10가족을 인터뷰했고, 그들로부터 소감을 물었다.

할머니부터 증손자까지 4대가 방문

(왼쪽부터) 이희수(69), 김명선(62), 황재순(87), 유아라(32), 김영화(67), 이지훈(2). 서울에서 왔다. 촬영장소는 천년화담송 앞. 이 집 며느리인 유아라씨가 SNS에 올라온 행사 소식을 보고 신청, 시댁 식구들과 찾았다. 이 가족은 자주 모인다. 불과 2주 전에 얼굴을 봤는데, 또 모여서 화담숲을 찾았다. 행사날 4대가 온 집은 드물어 운영팀에서 이 집만 특별히 수국 화분 2개를 증정했다. 유아라씨의 화담숲 방문 소감. "고령의 할머니와 함께 산책해도 무리 없을 정도로 길이 잘 만들어져 좋았어요. 직원들 모두 굉장히 친절했고요. 당연히 가족들은 대만족입니다."

화담숲 단골 가족

(왼쪽부터) 윤소현(36), 이재영(40), 윤유영(68), 변귀분(64). 경기도 안산시에서 왔다. 촬영 장소는 이끼원. 사위인 이재영씨가 SNS를 통해 신청했다. 이 가족은 화담숲 단골 고객이다. 이번에 세 번째 방문이다. 이전에는 줄을 서서 둘러봐야 할 정도로 북적였는데, 이날은 한적한 분위기 덕분에 더욱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변귀분씨의 자랑. "숲에 왔는데 마침 좋은 소식이 온 거 있죠! 손녀가 인천시에서 주는 청소년 상을 받았대요! 가족끼리 이렇게 모인 것도 기쁜데, 좋은 소식까지 더해지니 경사가 겹친 기분이에요."

11년 전 방문, 화담숲 더 좋아져!

(왼쪽부터) 장경지(66), 김도건(5), 김민경(63) 장남이(40). 경기도 안성시에서 왔다. 촬영 장소는 소나무 정원 인근. 딸 장남이씨 덕분에 온 가족이 화담숲을 찾았다. 장경지, 김민경씨는 11년 전 화담숲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사진을 보여 주면서 지금이 훨씬 좋다면서 감탄했다. 장남이씨는 이번이 첫 방문이다. 다음과 같이 소감을 남겼다. "소문만 듣다가 드디어 왔는데, 굉장히 잘 가꿔져 있네요. 깜짝 놀랐어요. 아이가 와서 놀기에도 좋네요."

손자의 할머니 사랑, 숲에서 더 애틋

(왼쪽부터) 이겸(10), 장윤화(50), 이해숙(74). 세종시에서 왔다. 촬영 장소는 소나무 정원. 장윤화씨가 이번 방문을 기획했다.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고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참여했다. 손자 이겸 군은 외할머니를 좋아한다. 덕분에 이번 화담숲 방문이 매우 즐겁다. 학교에 가지 않고 숲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겸 군에게 특별한 일이다.

송충이, 다람쥐 덕분에 마냥 행복

(왼쪽부터) 윤리아(8), 윤여준(42), 이성은(42), 이경혜(75), 윤시아(11). 경기도 광주시에서 왔다. 촬영 장소는 소나무 정원. 이 가족 역시 화담숲 단골 손님이다. 방문 횟수가 많지만 이번은 더욱 특별하다. 이유는 두 딸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윤시아 양은 가족 중 가장 신난 것 같았다. 혼자 껑충껑충 뛰면서 길을 앞질러 가기도 했다. 시아 양이 외쳤다. "송충이를 엄청 많이 봤어요. 다람쥐도 봤고요!"

티셔츠 맞춰 입고 싱글벙글

(왼쪽부터) 이현숙(27), 김혜민(37), 김시현(1), 곽성주(62), 김형진(67), 박민지(31), 김태형(34). 경기도 부천시에서 왔다. 촬영 장소는 소나무 정원. 이번 방문을 위해 티셔츠를 맞춰 입고 온 유일한 가족이다. 티셔츠에 '아들1', '아들2', '며눌1', '며눌2'라고 적었다. 이처럼 온 가족이 여행에 나선 건 처음이라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이 집 둘째 며느리 박민지씨의 소감. "온 가족이 즐기기에 너무 좋은 곳이에요. 여기 와서 인상 찌푸릴 일이 하나도 없어요."

오랜 외국 생활 후 귀국한 아들 가족과 즐거운 시간

(왼쪽부터) 양경숙(68), 정봉익(75), 정예일(2), 정귀현(32), 정라온(1), 하인애(35). 경기도 과천시에서 왔다. 촬영 장소는 소나무 정원 입구. 정귀현씨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따라서 최근 부모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화담숲에 오기 전날엔 강원도 홍천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정귀현씨의 소감.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네요.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 마음놓고 함께 걷고 있어요."

친구들 부러움 산 가족 여행

(왼쪽부터) 김진화(43), 지아윤(10), 최영옥(64). 충북 청주시에서 왔다. 촬영 장소는 암석 하경정원 근처. 최영옥씨는 이번 화담숲 방문이 두 번째고, 나머지 가족은 처음이다. 지아윤 양은 매우 신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너무 좋아요. 다 좋아요! 학교에 안 가는 대신 체험학습으로 대체했어요. 친구들이 전부 부러워했어요."

엄마 김진화씨 역시 대단히 만족해했다. "깨끗하게 잘 꾸며졌어요. 호강하는 기분이에요. 시댁과 함께 또 오고 싶어요."

음악 좋아하는 손자 위해 방문

(왼쪽부터) 박경숙(66), 김하나(39), 이재하(3). 경기도 부천시에서 왔다. 촬영 장소는 자작나무숲으로 올라가는 모노레일 내부. 김하나씨는 화담숲 방문을 위해 매번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티케팅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이날만은 성공해서 드디어 방문했다. 아들 재하 군이 플루트(악기)를 좋아하는데, 마침 숲에서 '숲속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예매 버튼을 눌렀다. 박경숙씨의 소감. "손자 위해서 꼭 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손자뿐만 아니라 우리도 즐겁네요."

몸 불편한 사람 배려한 화담숲 최고!

(왼쪽부터) 김성환(68), 이순옥(70), 김동규(11), 임삼순(79), 김나은(7), 김겸숙(47), 김유순(51). 경기도 포천시에서 왔다. 촬영 장소는 소나무 정원. 가족이 거주하는 포천에는 유명한 수목원이 있다. 그럼에도 가족은 화담숲이 더 좋다고 엄지를 세웠다. 김성환씨는 척추 수술을 받아 걷기가 불편한데 숲길이 잘 만들어져 불편함이 전혀 없다고 했다. 김성환씨의 소감. "여기 가족 중에 조금만 힘들면 그냥 가는 분이 있어요. 오늘은 아무 소리 않고 잘 따라와서 너무 좋네요."

화담숲 즐기기

화담숲은 넓다. 이에 따라 관람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다. 크게 '화' 코스와 '담' 코스로 나뉘는데, '화' 코스는 걸어서 2시간, '담' 코스는 걸어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대략 아래 나온 순서대로 관람하면 된다.

화담채

화담채는 접객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LG상록재단의 철학이 담긴 여러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매표소 뒤쪽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입구까지 갈 수 있다. 별채는 '미디어관'이라고도 불린다. 7m 높이의 대형 스크린이 건물 내부 벽을 채우고 있는데, 여기서 입체감이 느껴지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별채에서 내오면 길이 바로 본채로 이어진다. 지금 본채에선 '새의 일생'이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보기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꾸며졌다. 입장료 5,000원.

천년화담송

화담채를 둘러보고 나왔다면 바로 화담숲으로 가도 된다. 정문을 지나면 커다란 소나무가 등장하는데, 천년화담송이라고 부른다. 화담숲을 상징하는 소나무로 인기 있는 포토 스폿이기도 하다. 수령은 200년 정도로 추정한다.

모노레일

화담숲은 경사지에 조성된 수목원이다. 조성 당시 가파른 산세 때문에 수목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모노레일이 생긴 다음부터 의심은 사라졌다. 모노레일은 화담숲을 순환하는 구조이며, 총 3개의 승장장으로 이뤄져 있다. 3개의 승강장 아무 곳에서나 내려 관람한 뒤 힘들면 다음 승강장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물론 모노레일만 타고 숲을 관람해도 된다. 배차간격이 10분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구간별로 이용료가 다르다. 순환일 경우 성인 9,000원이다.

번지없는 주막, 먹을거리 걱정無

화담숲 내부에선 음료와 스낵류를 제외하고 음식물을 먹을 수 없다. 원앙연못 주변에 식당이 있다. 비빔국수와 어묵 김밥, 해물파전, 두부김치, 순대 등을 판다. 이 식당에서 만드는 해물파전은 고 구본무 회장이 특히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미니인터뷰

"화담숲의 사회공헌 역할 알리고 싶었다"

'3대가 함께 걷는 화담숲길' 기획자 홍상기 팀장

행사를 진행해 보니 어떤가요?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나요?

네, 만족합니다. 화담숲을 조성하신 구본무 전 회장님이 이 모습을 보셨다면 정말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숲 속을 거닐며 웃음 꽃이 핀 가족들 아버지와 아들이 나무를 보며 두런 두런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화담숲이 이름 그대로의 역할을 한 것 같습니다.

화담숲에서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 건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배경이 뭘까요?

화담숲은 사회공헌 사업입니다. 하지만 입장료를 받다 보니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는 오해가 많아요. 실제로는 수목원 조성과 운영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LG상록재단이 이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와 자연과 숲이 지닌 공익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전 세대에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해 주신 가족분들에게 숲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행사에 참여하셨던 분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보완할 점들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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