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7월에 에어컨 꺼진다"…40도 폭염 '대재앙급 전력난' 위기에 손뻗친 미국

[파이낸셜뉴스]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이 아시아 전역을 강타한 가운데, 수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이 올여름 '대재앙급 전력난'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석유·가스 공급망 불안까지 겹치면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에너지 안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12일 비에트남넷, 베트남플러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베트남 전력청(EVN)과 기상 당국은 하노이를 비롯한 북부 지역의 냉방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국 일일 전력 소비량은 지난달 말 11억 7100만 kWh를 기록,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미 하노이 일부 지역에서는 간헐적 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기 시작해 전력 당국이 24시간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문제는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 이후다. 올해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예고되면서, 베트남 전력의 핵심 축인 수력 발전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한여름에 에어컨조차 켜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섬뜩한 전망까지 나온다.
응우옌 호앙 롱 베트남 산업통상부 차관은 1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 미래포럼'에서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아 지연되는 리스크를 겪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전력개발계획(PDP8)에 맞춰 자체 에너지 비축량을 늘리고 기저부하 전력을 안정화하는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아를 덮친 에너지 위기 속에 미국은 재빨리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대리해 미국의 확고한 아세안 지지 의사를 밝혔다.
랜도 부장관은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각국이 자원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며 "미국은 아세안의 저렴하고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 판매 및 전략 비축 에너지 일부 방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최근 전력난을 겪은 필리핀에 원유와 LPG 화물을 긴급 타전하며 이 같은 구상을 이미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미국의 구상엔 단순한 에너지 공급을 넘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프레임도 깔려 있다.
랜도 부장관은 이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구축을 언급하며 아세안 국가들이 차세대 5G 네트워크와 해저 케이블 등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을 차단하라는 노골적인 압박이다.
그는 "오늘 여러분이 내리는 인프라 파트너에 대한 선택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안보와 번영을 좌우할 것"이라며 사실상 미국 중심의 공급망 동맹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자유롭고 개방된 남중국해를 보장하기 위해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들은 올여름 폭염과 중동 전쟁이라는 쌍둥이 악재가 아세안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과의 '에너지·기술·안보 밀착'을 고심하게 만드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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