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와 보테가 베네타 리움 전시, 놀이와 예술로 확장되는 럭셔리 하우스의 세계
럭셔리 하우스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확장된 전시의 세계로 초대한다. 하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펼쳐지는 에르메스의 유쾌한 추리극이고, 다른 하나는 리움미술관에서 여성 작가들의 잊힌 공간을 되살리는 보테가 베네타의 문화적 후원이다. 두 프로젝트는 형식도 분위기도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럭셔리 하우스가 오늘날 어떻게 제품을 넘어 경험, 기억,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준다.

에르메스의 체험형 무료 전시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는 6월16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전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에르메스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클릭해야 할 것이다. 전시 방문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에르메스 탐정’이 된다. 그룸즈 하우스(Grooms’ House: 마부의 집)의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돌보던 말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건이 시작된다. 제한된 시간 안에 방문객들은 저택 곳곳을 탐색하며 단서를 찾아야 한다. 팬트리의 건초 더미, 기숙사의 블랭킷, 오브제 사이에 남겨진 말발굽의 흔적은 모두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실마리가 된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에르메스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승마 헤리티지가 있다. 1837년 마구 제작 공방에서 출발한 에르메스에게 말은 단순한 모티프가 아니라 하우스의 기원과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다.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는 이 역사적 상징을 무겁게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놀이, 유머, 움직임, 상상력으로 재해석한다.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가 말한 것처럼, 놀이란 함께하는 것이며 자유와 환상의 영역이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감각을 공간 전체로 확장한다.


가죽, 실크, 슈즈, 홈 컬렉션 등 에르메스의 16개 메띠에(métier)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말굽에서 영감을 받은 사보 피크닉(Sabot Picnic) 백, 말의 생동감을 담은 로카바 드 리르 스카프(Rocabar de rire), 말굽 모양의 흔적을 남기는 슈즈, 켈리 흔들목마와 같은 아카이브 오브제는 각각의 방 안에서 단서이자 장면이 된다. 오브제는 진열대 위에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방문객이 직접 발견하고 해석해야 하는 이야기의 일부로 기능한다. 에르메스는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대신, 관람객이 몸으로 통과하며 기억하게 만든다. 10세 이상의 어린 탐정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으며, 모바일 인터랙션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방문 전 휴대폰을 가득 충전해 가는 것은 필수다. 서울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로 이어질 이 매혹적인 모험의 첫 번째 의뢰를 놓치지 말자.

한편 리움미술관에서는 보테가 베네타의 후원으로 ‘다른 공간 안으로: 여성 작가들의 공감각적 환경 1956-1976’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전후 현대미술사에서 상대적으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작가들의 환경 작업을 재구성한다. 주디 시카고, 리지아 클라크, 라우라 그리시, 알렉산드라 카수바, 정강자, 레아 루블린, 마르타 미누힌, 타니아 무로, 난다 비고, 야마자키 츠루코, 마리안 자질라 등 11인의 작가가 1956년부터 1976년 사이 선보인 실험적 공간들이 실물 크기로 되살아난다.

‘환경’은 회화처럼 벽에 걸리거나 조각처럼 한 지점에 머무는 예술이 아니다. 빛, 소리, 색, 움직임, 건축적 구조, 관람자의 신체가 함께 작동하는 공간적 예술이다. 그렇기에 많은 작품은 전시가 끝난 뒤 해체되었고, 미술사 안에서 쉽게 사라졌다. 이번 전시의 의미는 바로 그 사라진 공간들을 다시 불러내는 데 있다. 관람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 감각적으로 경험한다. 미술사는 문서와 이미지가 아니라, 몸의 기억을 통해 다시 쓰인다.

리움미술관의 서울 전시는 기존 기획에 새로운 층위를 더한다. 아시아에서 처음 선보이는 마리안 자질라, 라 몬테 영, 최정희의 협업 환경 작품 ‘드림 하우스’와 한국 여성 작가 정강자의 환경 작업 복원은 이번 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특히 정강자의 작업은 한국 현대미술사 안에서 여성 작가의 실험성과 신체성, 그리고 공간에 대한 감각을 다시 읽게 한다. 이는 국제적 미술사와 한국 미술사의 빈틈을 동시에 메우는 시도다.

보테가 베네타의 후원 역시 브랜드 노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966년 이탈리아 비첸차에서 출발한 보테가 베네타는 ‘공예와 창의성’을 뜻하는 라틴어 정신, 즉 손과 정신의 결합을 하우스의 핵심 가치로 삼아왔다. 로고보다 소재와 구조, 장인의 손길로 자신을 드러내는 보테가 베네타의 태도는 이번 전시가 복원하는 여성 작가들의 환경 작업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사라진 것을 다시 짓고, 감각을 통해 예술을 경험하게 하며, 손의 노동과 아이디어의 힘을 동등하게 존중한다는 점에서다.
에르메스와 보테가 베네타의 서울 프로젝트는 럭셔리의 현재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에르메스가 미스터리와 놀이를 통해 장인 정신을 생생한 체험으로 전환한다면, 보테가 베네타는 미술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잊힌 예술적 공간을 되살리는 조용한 후원자의 자리에 선다. 하나는 말발굽의 흔적을 따라가는 탐정 놀이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 작가들이 남긴 감각의 세계로 들어가는 미술사적 여정이다.
2026년 서울에서 만나는 이번 전시는 오늘날 럭셔리 하우스가 가장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 방식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그것은 화려한 로고나 일방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움직이고, 보고, 만지고, 해석하며 자신만의 기억을 만드는 순간이다. 서울의 두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경험들은 브랜드가 예술과 만날 때 얼마나 풍부한 서사를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장인 정신이 어떻게 동시대적 감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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