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끝낸다” 트럼프 한마디에… 뉴욕증시, 일제히 상승 마감
S&P·나스닥 동반 상승
반도체 지수 추종 ETF 8%대 뛰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전쟁을 끝내는 평화 협정에 곧 서명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급등했다.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중동 지역 지정학적 위기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면서 억눌렸던 투자 심리가 폭발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1일(현지시각)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5% 오른 7394.30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 역시 2.54% 크게 뛴 2만5809.66을 기록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929.97포인트(1.86%) 폭등한 5만848.75로 거래를 마치며 5만 고지를 단숨에 돌파했다.
이날 주식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 핵심 원유 인프라인 카르그섬을 장악하고 맹폭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카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 물량 90%가 거쳐 가는 핵심 심장부다. 이 발언 직후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보이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감을 극도로 키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뒤 입장을 완전히 바꿨다. 예정했던 이란 폭격을 전격 취소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영원히 가지지 못하게 하는 평화 협정에 조만간 서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관련 문서가 최종 조율 단계에 이르렀다며 전쟁 종식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전쟁 우려가 줄면서 치솟던 국제 유가는 곧바로 꺾였다. 글로벌 원유 가격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7.71달러로 2.58% 떨어졌다. 브렌트유 가격 역시 2.92% 하락한 90.38달러에 장을 마쳤다. 기업과 소비자 비용 부담을 늘리는 유가가 안정되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줄었고, 국채 금리마저 떨어지며 주식 시장은 강하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흐름을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금융기업 UBS 소속 율리케 호프만 부르하르디는 “외교적 해결이 결국 승리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다시 탄탄한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과 기업 실적 성장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트 소속 토마스 마틴도 “중동 갈등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물가 지표를 살펴보면 유가 상승이 다른 부문으로 크게 번지지 않아 경제가 여전히 강력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자본시장 분석업체 캐피털닷컴 소속 카일 로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냈고, 이것이 위험 자산 선호 심리에 불을 붙였다”고 진단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다소 엇갈렸지만, 시장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5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달보다 1.1% 올랐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들이 물건을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을 보여주는 수치로, 향후 소비자 물가가 어떻게 변할지 알려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이번 수치는 시장 예상치인 0.7%를 훌쩍 넘었다. 그러나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빼고 계산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0.4%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0.5%)를 밑돌았다. 투자자문사 벨웨더 웰스 소속 클락 벨린은 “모든 인플레이션 지표가 경고등을 켜고 있지만, 이란 전쟁이 완전히 끝나면 이런 물가 급등세도 곧장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끄는 반도체와 대형 기술주 반등도 전체 증시 급등을 이끌었다.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을 모아놓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는 8% 넘게 급등했다. 대형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인공지능 시대 성공 가능성을 극찬하며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 조정한 반도체 기업 인텔은 주가가 9% 올랐다. 마이크론과 AMD 등 다른 핵심 반도체 기업 주가도 일제히 뛰어올랐다.
주식 시장 상장을 하루 앞둔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쏠린 기대감도 증시 전체를 달궜다. 스페이스X는 공모가 135달러로 무려 750억 달러 자금을 조달하며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기록했다. 시장 가치만 1조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이벤트다. 베테랑 주식 전략가 루이스 나벨리에는 이런 엄청난 규모 기업공개가 투자자 자신감을 크게 높이고 전체 주식 시장을 밀어 올리는데 강력한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은 인공지능 기반 시설을 짓기 위해 200억 달러 규모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11% 급락했다. 막대한 투자 비용이 향후 기업 수익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격히 퍼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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