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완전히 사라진 서사와 강조된 전쟁 영웅···시진핑 ‘방북 르포’

전현진 기자 2026. 6. 1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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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사라지고 ‘군국주의’ 등장
군사 동맹 강화 ‘파트너·전략 관계’ 전면에
북한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환영하여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공연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8~9일 이뤄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직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개한 르포 기사에서 7년 전 시 주석의 첫 방북 당시 핵심 주제였던 ‘한반도 문제’와 ‘비핵화’가 사라지고, 군사 동맹 강화를 강조하는 서사가 전면에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화통신은 10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과정을 정리한 ‘중·조(중·북) 전통 우의의 나무를 더욱 뿌리 깊고 무성하게’라는 제목의 현지 르포 기사를 공개했다. 신화통신의 르포 기사는 각종 기관과 매체에 게재돼 정부의 공식 기록으로 여겨진다.

시 주석이 국가주석 신분으로 처음 북한을 방문한 2019년에도 이와 같은 형식의 르포 기사가 작성됐다. 당시와 비교하면 중국과 북한의 관계, 중국의 한반도 인식 등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적지 않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비핵화’라는 표현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이다. 2019년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중국은 반도(한반도) 비핵화 방향을 지지한다”고 전하는 등 ‘비핵화’를 3차례, ‘반도’를 8차례 언급했다. 당시 시 주석의 방북 목적 중 하나로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진”이 거론됐다.

시 주석의 지난 방북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4개월 만에 이뤄졌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기사 역시 중국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수호자’, ‘대화와 평화회담의 추동자’, ‘지속적인 평화·안정의 기여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의 역할을 부각했다.

그런데 이번 기사에서 비핵화와 한반도가 빠진 자리를 채운 것은 ‘패권주의와 강권정치 반대’, ‘군국주의 부활 도모 반대’ 등의 표현이었다. 2019년 기사에는 없던 ‘패권’이 3차례, ‘군국주의’가 2차례 등장했다. ‘전략’은 6차례에서 11차례로, ‘사회주의’는 4차례에서 9차례로 각각 늘었다. ‘평화’라는 단어의 사용 빈도는 2019년 8차례에서 7차례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비핵화를 통한 평화’에서 ‘반패권 연대를 통한 평화’로 맥락이 달라졌다.

중국이 ‘항미원조(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전쟁’이라 부르는 한국전쟁도 더욱 부각됐다. 시 주석은 2019년과 올해 모두 ‘조·중(북·중)우의탑’을 찾아 참배했다. 2019년 기사에서는 한국전쟁에 파병된 ‘중국인민지원군’ 가운데 영웅 칭호를 받은 병사 4명의 이름만 짧게 거론됐지만, 올해 기사에는 당시 중국군을 지휘한 최고사령관 펑더화이가 처음 등장했다. 또 중국이 한국전쟁에서 미군을 상대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운산전투와 장진호전투, 상감령전역 등 구체적인 전투명도 새롭게 언급됐다.

양국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도 등장했다. 2019년 기사에선 시 주석이 2018년 중국을 방문한 김 위원장에게 댜오위타이 국빈관에 있는 김일성이 심은 가문비나무를 보여주자 김 위원장이 감격했다는 일화가 소개됐다. 반면 올해 기사에서는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함께 조선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교정에 전나무를 심었다고 전했다. 우정과 온기를 강조했던 7년 전과 달리, 올해는 두 정상이 함께 나무를 심는 장면을 통해 파트너로서의 전략적 관계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조·중우의탑에 헌화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갈무리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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