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한쪽 눈을 감아야”…황반변성 대처법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6. 6. 1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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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홈닥터: 건강한겨레-세브란스병원 공동기획 2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황반변성 대처법
노인성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구분된다. 건성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중심 시야가 미미하게 흐려지는 정도로 시작되지만, 병이 진행돼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발생하면 ‘습성’으로 이행된다. 습성 단계에 접어들면 욕실 타일, 건물 외곽선, 창틀 같은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난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우리 눈에서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층을 망막이라 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앙에 위치해 시세포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부위를 황반이라 부른다. 황반은 글자를 읽거나 사람 얼굴을 알아보는 등 정밀한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부위다.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글자가 뭉개져 보이거나 사람 얼굴 식별이 어려워지고,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황반에 퇴행성 변화가 발생하는 질환을 통칭해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황반변성은 크게 노인성, 근시성, 특발성으로 나뉜다. 이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 실명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노인성 황반변성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장수’ 그 자체다. 즉, 오래 살수록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이 외에 확실히 확인된 조절 가능한 위험인자는 흡연이다. 비흡연자에 비해 발병 위험을 2~5배까지 높인다. 유전적 소인과 가족력도 중요한 인자다. 고혈압과 심혈관질환도 발병 위험을 다소 높인다는 연구가 있으나 그 영향은 흡연에 비하면 크지 않다. 또 고혈압이나 심혈관질환도 발병 위험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으나 그 영향은 흡연에 비하면 크지 않다. 흔히 위험인자로 거론되는 고지혈증이나 높은 콜레스테롤과 황반변성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최근 연구들에서는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원인인 병적 근시에 의한 황반변성은 진행성 고도근시에서 발생한다. 고도근시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상대적으로 흔하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발성 황반변성은 뚜렷한 원인 없이 젊은층에서 드물게 발생하며, 상대적으로는 양호한 경과를 보이는 편이다.

노인성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구분된다. 건성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거나 중심 시야가 미미하게 흐려지는 정도로 시작되지만, 병이 진행돼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발생하면 ‘습성’으로 이행된다. 습성 단계에 접어들면 욕실 타일, 건물 외곽선, 창틀 같은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글자의 일부가 지워지거나 중심 시야가 검게 보인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황반변성은 대부분 양쪽 눈에 동시에 생기지 않고 한쪽 눈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반대편 건강한 눈이 손상된 눈의 시야를 자연스럽게 보완해주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비로소 이상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매우 많다. 실제로 두 눈을 뜨고 있으면 변시증이나 암점이 느껴지지 않다가, 우연히 한쪽 눈을 가렸을 때 비로소 “글자가 뭉개진다” “직선이 휘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닫고 병원을 찾는 환자가 드물지 않다. 따라서 50살 이후에는 한 주에 한 번이라도 한쪽 눈씩 번갈아 가리고 달력이나 격자무늬(암슬러 격자)를 바라보며 직선이 휘지 않는지, 중심 부분에 흐리거나 검은 점이 없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지체 없이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변시증은 황반변성의 대표적 증상이지만, 이것만으로 확진할 수는 없으므로 반드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망막은 눈 속 깊은 곳에 있어 겉모습만으로는 이상 여부를 알 수 없다. 황반변성 진단의 기본은 산동 안저검사와 ‘빛간섭단층촬영’(OCT)이다. 특히 OCT는 망막을 단면으로 정밀하게 보여주어 황반의 부종, 망막하액, 신생 혈관 여부를 비침습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진단뿐 아니라 치료 반응과 재발 여부를 추적하는 데도 핵심 검사로 자리 잡았다. 형광안저혈관조영술은 신생 혈관의 유형을 감별하거나 치료 방침을 정해야 할 때 필요에 따라 추가로 시행하는 정밀 검사이며, 일차 진단에서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다.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이나 활동성이 있는 근시성·특발성 황반변성은 항체 안내주사 치료를 받지 않으면 빠른 속도로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노인성의 경우 첫 1년 동안 평균 7~8회 주사가 필요하고, 근시성이나 특발성은 1~2회 주사만으로도 병변이 안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재발 여부를 장기적으로 추적해야 한다.

황반변성은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를 시작할수록 시력 예후가 좋다. 이미 망막신경 손상이 많이 진행된 뒤에는 치료해도 시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한쪽 눈에 발병한 환자의 약 42%는 5년 안에 반대편 눈에도 병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한 번 진단받은 환자는 정기검진을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

예방과 진행 억제의 출발점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그중 가장 확실한 하나가 금연이다. 흡연은 맥락막 순환을 악화시키고 혈중 항산화 능력을 떨어뜨려 망막에 저산소 손상을 유발하므로, 황반변성 위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식이 측면에서는 최근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지중해 식단’의 보호 효과가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채소·과일·통곡물·콩류·견과류를 풍부하게 섭취하고, 올리브유를 주된 지방원으로 사용하며, 연어·고등어·정어리처럼 오메가3가 풍부한 등푸른생선을 주 1~2회 이상 먹고,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 지중해 식단을 꾸준히 지켜온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황반변성이 심한 단계로 나빠질 위험이 26%가량 낮았다. 즉, ‘특정 영양제’ 한 알보다도 ‘건강한 전체 식단’이 훨씬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보호 전략이다.

끝으로 영양제에 대해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시중에서 흔히 ‘루테인’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제품은 엄밀히 말하면 루테인 단일 성분 보충제이지만, 황반변성 진행 억제 효과가 임상시험으로 입증된 것은 단일 루테인이 아니라 AREDS2 복합 제형이다. AREDS2 제형은 비타민C 500㎎, 비타민E 400IU, 루테인 10㎎, 제아잔틴 2㎎, 아연 80㎎, 구리 2㎎으로 구성되며, 이 제형은 ‘중등도 이상의 건성 황반변성’ 환자에서 후기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위험을 5년간 약 25%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요한 점은, 이 효과가 초기 황반변성이나 정상 안저를 가진 일반인에게서는 입증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방 차원’에서 정상인이 평생 루테인 제제나 AREDS2 제형을 반드시 복용할 필요는 없다. 망막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중등도 이상의 건성 황반변성’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복용을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인 접근이다.

결국 황반변성 관리의 원칙은 조기 발견과 생활습관 관리, 두 가지로 요약된다. 평소에 한쪽 눈씩 가려가며 스스로 점검하는 습관을 들이고, 50살 이후에는 가족력이 있다면 더 일찍부터 정기적으로 안저검사와 OCT 검사를 받으며, 금연과 지중해 식단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현재까지 의학이 제시한 가장 확실하고 검증된 관리법이다.

변석호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

변석호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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