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북중미 월드컵, 끊김 없는 중계 어떻게 가능할까

김태연 2026. 6. 1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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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댈러스 IBC부터 국내 관제 센터까지
대륙 잇는 해저케이블 6개 회선으로 전송
끊김·지연 없게 다른 회선으로 우회하거나
인터넷망, 이동통신망도 예비용으로 준비
금융·제조 산업 데이터도 같은 인프라 활용
편집자주
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
손흥민 선수가 3일 미국 유타주 프로보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엘살바도르와의 경기 중 슛을 시도하고 있다. AP 뉴시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경기 장면은 약 1만4,000㎞의 여정을 거쳐 소파 앞 TV에 도착한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국제방송센터(IBC)에서 보내는 손흥민 선수의 감아차기 영상이 지연이나 끊김 없이 실시간 중계되는 건 해저케이블과 첨단 전송기술 덕분이다. 예전에는 위성에 신호를 쏘아올린 뒤 다시 지상에서 받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바닷속 케이블이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기상에 영향을 덜 받고 더 좋은 품질의 대용량 영상을 더 빠르게 나를 수 있어서다.

전 세계를 잇는 해상 고속도로라 불리는 해저케이블은 600개 이상이 가동 중이다. 총길이가 140만km를 넘는다. 국제 경기 중계, 데이터 거래, 빅테크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단 몇 초간 끊김도 치명적인 국가 간 데이터 전송의 핵심 인프라인 해저케이블은 디지털 경제의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어선에 손상될라, 전쟁에 끊어질라

LG유플러스는 이번 월드컵에서 해저케이블을 기반으로 국제 중계회선을 운영한다. IBC에서 제작된 영상은 총 6개 회선을 거쳐 국내로 수신된다. 이 중 4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를 거쳐 LG유플러스의 경기 안양시 사옥으로, 다른 2개는 서울 서초구 사옥으로 들어온다. 이렇게 들어온 영상은 국내 망으로 방송사와 플랫폼에 전송된다. 김정섭 방송중계팀장은 "두 거점으로 영상을 분산 수신해 트래픽이 몰리지 않게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이런 다중 회선 설계는 갑작스러운 단선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바다 밑 케이블은 어선의 저인망 작업이나 해저 지진, 장비 오작동으로 손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윤석 기간망운영팀 책임은 "2024년 파리 올림픽 중계 도중 남아시아 인근 케이블이 끊어져 다른 회선으로 돌렸다"며 "단선이 발생하면 복구까지 수개월이 걸리고 수리선 투입에 인근 국가 승인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 중계를 위해선 다중 회선 설계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회선을 설계할 때 LG유플러스는 대서양과 인도양 사이를 통과하는 전송 경로는 넣지 않았다. 분쟁 지역 리스크를 차단한 것이다. 최근 이란군은 호르무즈해협에 있는 케이블을 끊어 지역 경제를 마비시키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 케이블은 걸프만 인근 국가들의 인터넷 연결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반 시설인데, 단절되면 금융 거래와 통신 서비스가 동시에 먹통이 될 수 있다.


"안정 운영 경험으로 B2B 사업 확대"

4일 경기 안양시 LG유플러스 사옥에서 김정섭 방송중계팀 팀장이 월드컵에 사용될 중계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최주연 기자

다중 회선 위엔 소프트웨어 기술이 작동한다. 대표적인 게 '히트리스 프로텍션'이다. 이름 그대로 히트(끊김) 없이 전송할 수 있게 경로를 자동 전환하는 기술이다. IBC에서 경기 영상을 여러 회선으로 동시 전송하면 수신 측에선 이를 계속 비교·분석하는데, 이때 문제가 발생한 회선은 즉시 배제하고 다른 회선으로 우회해 시청자가 느끼는 화면 끊김을 없애는 구조다.

물론 해저케이블 전반에 문제가 생길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SRT 프로토콜은 해저케이블에 문제가 생기면 일반 인터넷망으로 대신 전송하는 기술이다. 영상을 잘게 쪼개 보내면서 중간에 데이터가 빠지면 다시 요청해 받는 방식인데, 화면이 깨지지 않고 저지연 송출을 가능케 한다. 4세대(LTE)나 5세대(5G) 같은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는 MNG 장비도 예비 수단으로 활용된다. 유선 인프라가 마비되면 무선 망으로 신호를 이어가는 것이다. 김 팀장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끊김 없는 생중계를 구현할 수 있게 다층 설계가 도입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중계 기술은 통신사 기업 간(B2B) 사업과도 연결된다. 최근 국가 간 데이터 처리가 늘고 금융·제조·게임 산업에서도 국제 회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산업과 같은 인프라를 활용하는 경기 중계는 기술 경쟁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되기도 한다. 고 책임은 "국제 금융사나 글로벌 기업이 쓰는 전용 회선과 중계 인프라는 동일하다"면서 "월드컵 중계 같은 대형 행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향후 B2B 사업 수주 과정에서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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