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부족해 붕어가 떼죽음 당했다고?… 소양호 어민들 "부실 조사"

박은성 2026. 6. 12.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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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 소양호 집단 폐사 원인 발표에
어촌계 "조사 대상 축소·H₂S 영향 왜곡"
"직접 원인을 스트레스로 폄하해 축소"
"정부 못 믿겠다" 전문 기관 재조사 요구
"특별법 즉각 제정 어민 피해 보상" 촉구
지난달 20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서 죽은 붕어가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물 위에 떠 있다. 인제=연합뉴스

강원 인제군 소양호 붕어류 떼죽음 원인이 산소 부족이라는 정부 조사 결과를 두고 지역 반발이 거세다. 지역 어민들은 정부의 조사 대상이 한정됐고, 독성 물질 영향 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정부 조사 결과를 폐기하고 전면 재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10㎞ 4400마리 죽었는데... 38대교만 조사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붕어 집단 폐사 현상이 나타나 지난달 강원대 환경연구소 부설 어류연구센터에서 채집한 붕어 폐사체들. 인제 남면 어업계 제공

인제 남면·소양호 어업계는 11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소양호 물고기 떼죽음에 대한 과학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행정편의적 논리로 사태의 본질을 축소, 은폐하는 말장난을 하고 있다"며 "정부 조사 결과를 폐기하고 제3의 외부기관을 통한 전면 재조사와 피해 보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3월 말 소양호 상류에서 발생한 붕어 등 민물고기 4,400여 마리(약 440㎏) 집단 폐사와 관련해 호수 저층 산소 부족과 세균 감염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9일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어업계는 정부의 부실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어업계에 따르면 붕어류 등 민물고기 폐사체는 양구대교에서 38대교 상류에 이르는 10㎞ 구간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정부는 38대교 일대만 조사했다. 어민들은 집단 폐사가 일어난 지 한 달 이상 지나 현장 조사가 이뤄졌고 이마저도 폐사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곳만 한정적으로 조사했다고 지적했다. 기후부는 38대교 조사를 기반으로 호수 바닥에 쌓인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대량 소비되면서 저층 수역 일부 지점의 용존산소 농도가 2.0mg/L 이하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김은경 기후에너지환경부 물환경정책관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월 강원도 소양호 상류에서 발생한 붕어류 폐사 원인 조사와 대책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스1

세균 감염 등 여러 환경 스트레스로 붕어류 떼죽음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달 인제군 의뢰로 소양호 상류 어류에 대한 질병 검사를 진행한 강원대 수산질병관리원은 폐사체에서 에로모나스균이 검출됐지만 해당 세균은 기회 감염성 세균으로 민물 어류에서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집단 폐사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업계는 "수산질병관리원 조사에서 어류 아가미 이차 새엽에서 다량 염증세포(대식세포, 림프구) 침윤(융합) 소견이 관찰됐고 아가미 상피세포가 손상되면서 세포 괴사가 유발됐는데, 이는 독성 물질에 의한 전형적 질식사 소견"이라며 "기후부는 이를 산소 부족과 세균 감염이라는 복합 요인으로 둔갑시켜 책임을 피했다"고 비판했다.


어민들 "퇴적층 황화수소가 떼죽음 원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소속 단체장들이 지난달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양호 붕어 집단 폐사 원인으로 축산 농가 등을 언급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세종=뉴스1

어민들은 저층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붕어류가 퇴적층에 쌓인 독성 물질인 황화수소(H₂S)에 의해 집단 폐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기후부는 H₂S는 검출되지 않았고, 바닥 퇴적물 사이의 물에서 미량(0.003~0.022㎎/L) 확인됐다며 직접적인 폐사 원인은 아니라고 했다.

어민들은 "저산소층이 발생한다는 건 결국 호수 밑바닥이 썩고 있다는 뜻으로, 현재도 부평리와 관대리 등 소양호 여러 곳의 바닥에서 가스와 독성 H₂S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도 치어 영향 등 정밀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황구 상지대 생명과학과 연구교수는 "아가미 상피세포 괴사는 H₂S에 의한 대표 증상"이라며 "다만 산소가 부족할 때도 괴사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다시 한번 생리적으로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만약 원인이 산소 부족이라면 치어는 서식할 수 있지만 H₂S 영향이면 치어가 성어보다 먼저 죽는다"며 "이 부분을 분석하면 원인 규명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강원도 인제군 소양호 붕어 폐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김영인 인제 남면 어업계장은 "이달 초 협의체 회의에서 주민과 전문가가 정부 조사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지만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소양호 수질 관리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전면 재조사와 정부의 물 관리 부실에 따른 피해보상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기후부 관계자는 "조사 지역은 어민 대표의 안내에 따라 양구대교부터 38대교 상류까지 넓은 지역을 사전 조사한 뒤 어민과 전문가와 협의해 최종 조사지점을 선정한 것"이라며 "수산질병관리원의 병리조직학적 소견도 빈산소 등 환경요인 또는 독성물질에 의한 괴사가 관찰되나, 둘 중 하나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폐사체 대부분은 성체로 독성물질에 의한 폐사 가능성은 낮으나, 붕어류 성체는 저층부에서 먹이활동을 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H₂S도 폐사의 원인 중 하나로 봤다"고 해명했다.

인제=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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