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해 진출 꿈, ‘첩첩다리’가 가로막는다 [이규화의 지리각각]
17km 바로 앞 바다를 보며 애태운 160여년
日 언론 “中, 다시 동해진출 문제 꺼내들어”
북·러·중 겉으론 “3자 협의 지속한다”는 입장
中 두만강 항해권 확보는 지정학적 격변 초래
두 다리와 수심보다 북러 심리적 장벽 더 높아

중국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는 동해 출해권 확보다.
중국 지린성 훈춘(琿春)에서 불과 17㎞만 더 나아가면 동해가 펼쳐진다. 눈앞에 보이지만 갈 수 없는 아득한 바다다. 1860년 베이징조약으로 연해주를 러시아에 넘긴 이후 160여 년 동안 중국이 안고 살아온 지정학적 한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평양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중국이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 문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고 경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동해는 여느 바다와 다르다. 동북 3성 개발의 출구이자 북극항로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동해를 가로질러 러시아 사할린과 홋카이도 사이의 라페루즈해협(일본명 소야해협)을 통과하고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다면 중국은 물류와 에너지, 군사 전략 측면에서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일본이 이를 안보 위협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해군의 활동 반경 확대는 물론이고, 장차 열릴 수 있는 북극항로를 포함한 동북아 해양 질서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최근 북·중 정상회담과 중·러 정상회담에서 두만강 문제가 다시 거론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특히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베이징 공동성명을 통해 “조선과 두만강에서 바다로 나가는 문제에 대한 3자 협의를 지속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언뜻 보면 중국의 오랜 꿈에 다시 불이 붙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중국의 기대만큼 간단하지 않다. 북한과 러시아가 쉽게 국경을 열어줄지 만무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여러 물리적 장벽이 존재한다.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의 길목에는 생각보다 많은 벽이 많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마주치는 것은 ‘두 개의 다리’다.
중국 선박이 훈춘에서 출발해 두만강을 따라 동해로 나가려면 반드시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두 개의 교량을 통과해야 한다. 첫 번째는 1959년 건설된 북·러 철도교인 ‘우정의 다리’다. 두 번째는 지난해 착공돼 이달 완공을 앞둔 자동차 다리다. 북한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양국 최초의 자동차 전용 교량으로 북러 밀착의 상징이 되고 있다.
문제는 두 다리 모두 선박 통항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량 높이가 낮고 교각 간격도 넓지 않다. 대형 선박은 물론이고 상당수 중형 선박도 통과하기 어렵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동해로 나가는 길목에 ‘이중 잠금장치’(Double Lock)가 설치된 셈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두 다리가 우연히 존재하는 장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새 자동차 다리는 중국이 아니라 북한과 러시아가 양국 교류 확대를 위해 건설한 시설이다. 다시 말해 북러는 중국의 동해 진출 통로를 열어주기보다 자신들만의 물류 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지난해 베이징 전승절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북러 접경 개발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중국의 안방에서 이뤄진 북러 밀착은 결과적으로 중국의 동해 진출 구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설령 다리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더 큰 자연의 장벽이 남아 있다. 두만강 하구의 수심이다. 동해와 만나는 하구 지역은 오랜 세월 퇴적된 모래와 토사 때문에 수심이 매우 얕다. 깊은 곳도 1m 남짓에 불과하며 일부 구간은 1m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정도 수심으로는 군함은 물론 일반 화물선 운항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중국이 실질적인 출해권을 확보하려면 대규모 준설 공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준설은 단순히 돈만 투입한다고 해결되는 사업이 아니다. 지속적인 유지 작업이 필요하며 환경 문제와 국제 협의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북한과 러시아의 동의 없이는 첫 삽조차 뜰 수 없다.
여기서 중국은 다시 지정학의 벽과 마주한다. 북한과 러시아는 겉으로는 중국과 협력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3자 협의에도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중국에 자유로운 동해 출구를 내주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북한과 러시아 입장에서 두만강 하구는 중국을 상대로 활용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전략 자산이다. 북한은 중국의 경제 지원이 필요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은 경계한다. 러시아 역시 동북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대를 무조건 반길 이유가 없다. 두 나라 모두 중국이 직접 동해에 면(面)하는 전략적 위치를 확보하는 순간 장기적으로 자신들의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향후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중국에 독자적 출해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북한이나 러시아의 항만을 빌려 사용하는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나진항 일부 부두를 이용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중국의 두만강 준설 요구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대신 나진항 활용을 권유한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결국 시진핑의 동해 진출 구상은 외교 협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국 앞에는 물리적 심리적 두 개의 다리가 놓여 있다. 하나는 북러 철교이고 다른 하나는 새 자동차 다리다. 그 아래에는 모래가 쌓여 얕아진 두만강 하구가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견제심리다.
중국이 다시 동해 진출 숙원의 불씨를 살리려 하지만, 여전히 멀고 험하다. 중국의 동해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사실 두만강 하구의 두 개 다리가 아니라 그 다리에 깊숙이 투영된 북한과 러시아의 속내인지도 모른다. 다음 주쯤 북한과 러시아는 보란 듯이 거창한 자동차다리 완공 행사를 벌일 공산이 크다. 중국은 씁쓸하게 바라볼 것이다. 160여 년 전 연해주 상실 이후 이어져 온 중국의 ‘동해의 꿈’은 오히려 접어야 할 결말로 가고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