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동성명선 ‘北 비핵화’ 우리 발표선 삭제, 대체 왜 이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지도부와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 군사 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공동 성명에는 “북핵에 대한 심각한 우려”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북은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이란 문구도 포함됐다. “북한 인권 상황의 실질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도 했다. 당연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내놓은 언론 발표문과 청와대 보도자료에는 ‘북한 규탄’ ‘북핵 우려’ ‘완전한 비핵화’ ‘북한 인권’ 등 내용이 전부 빠졌다. 청와대 측은 “EU 측에서 강하게 요구한 내용들”이라고 했다. 한국은 넣고 싶지 않았다는 뜻으로 들린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군사 협력, 핵 개발 등은 우리 안보를 직접 위협하고 있다. 북 주민의 노예화도 인간이면 우려해야 한다. 그런데 남이 이를 규탄, 걱정하고 우리는 미온적이다. 이 문제가 남 얘기인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규탄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여권은 북한을 자극하면 도발로 안보를 불안하게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김정은이 바라는 논리다. 그렇게 한국의 입을 다물게 만들면 결국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흐지부지 만들 수 있고 핵보유를 공식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재명 정부도 이런 북한의 계산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누가 봐도 도가 지나칠 정도로 북한 눈치를 보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북 전단 금지에 이어 50년간 이어온 대북 방송을 완전히 끊었다. 한미 훈련은 반토막 냈고 ‘북한 비핵화’도 후순위에 뒀다.
문재인 정권은 남북 회담 이벤트를 하려고 북한 눈치를 봤다고 하지만 지금 김정은은 대남 접촉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무슨 이유로 북한 눈치를 이토록 살피나. 마치 약점이라도 잡힌 듯하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대북 태도는 옳지 않고 결국 우리 안보에 해를 끼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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