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권 보장이냐, 공공안전이냐…경찰, ‘봉쇄 시위’ 대응 딜레마

김희진·김태욱·안효빈 기자 2026. 6. 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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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개표소 시위 일주일째…무단 검문·수색·모욕 등 참가자 통제 안 돼
경찰은 대응 수위 저울질…시위대 “참정권 보장” 강조에 정치적 부담도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 둔 12개 단체 “정부가 나서서 해결을” 기자회견
“우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어요” 체육단체 직원들이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시위 참가자들에게 경기장 봉쇄를 풀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서울 송파구 개표소 봉쇄 시위에서 무단 검문·수색과 모욕 등 시위 참가자들의 위법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와의 충돌,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대응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대한체육회 소속 12개 종목 단체 연합회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일터를 돌려달라”며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달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지난 9일부터 시위대에 시위 참가자 입회와 물품 검사 수용 등을 제안하며 수차례 출입을 요청했으나 시위대가 사무실 내부 촬영 등을 요구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기자회견도 시위대가 소란을 벌이며 방해해 약 5분 만에 마무리됐다.

체육단체들은 정부와 경찰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미 공권력 투입 자체가 늦었다”며 “결국 공권력이 투입돼야만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과 참가자 일부를 겨냥한 시위대의 폭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경찰을 “중국 공안” “하청 경찰” 등으로 모욕하고, 부정선거론에 선을 긋는 참가자를 “간첩” “빨갱이” 등으로 몰아 공격하는 식이다. 시위 도중 피해를 본 참가자들이 직접 경찰에 고소·고발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공공 안전과 질서 유지 역할에 힘을 실었다가 자칫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명백한 불법행위에 단호한 대처”를 언급하며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임을 강조했다.

시위 진압에 나섰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위는 구심점 없이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경찰의 강경 대응이 시위대를 자극해 사태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참정권 보장”을 외치는 시위대를 상대로 적극 대응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야 모두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한 사회적 규탄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를 경찰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박 청장도 현 상황을 “국민의 참정권 훼손과 관련된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경찰은 시위 상황 전체보다는 개별 참가자들의 위법행위에 엄정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세웠다. 시위 현장을 관할하는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현장 경찰관에게 과격 행동을 하는 등 시위 관리 방해를 일삼는 참가자에게 형사처벌 가능성을 알리도록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법행위를 반복하면 현행범 체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도 했다.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신속히 수사하는 등 시위대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주말에 시위 규모가 커질 것을 대비해 경찰이 현장 대응 개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회·시위의 자유로 보장해야 할 기본권과 시위대의 권한 밖 불법행위는 경찰이 엄격하게 구분해 대응하는 원칙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시위 목적과 무관하게 일반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방치하면 시위의 본질조차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진·김태욱·안효빈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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