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윤석열 정부 때 중단된 ‘정율성 통한 한·중 교류’ 재추진
딸 만나고, 하얼빈 기념관 방문
‘공산당 활동’ 논란에 한때 시끌

“아버지는 항일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건너왔습니다. 그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 정소제 여사(83)는 아버지 정율성(1914~1976)과 관련해 “언제나 자유와 독립을 염원했으며 역사가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가 윤석열 정부 당시 중단됐던 ‘정율성을 통한 한·중 교류’를 다시 추진한다. 정 여사는 한·중우호협회 이사이자 중국음악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정율성 기념사업’을 통해 한·중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왔다.
정 여사는 이날 정율성이 작곡한 ‘3·1행진곡’ 악보 복제본과 선생의 생애와 창작활동 흐름이 정리된 ‘정율성 연보’를 광주시에 기증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작곡된 ‘3·1행진곡’은 1919년 3·1만세운동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곡이다.
정 여사는 “아버지의 신념은 ‘3·1행진곡’ 가사처럼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38도 선으로 분할된)남북이 빨리 통일되기를 기원하셨다”고 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정율성 선생은 광주 출신으로 중국에서는 위대한 음악가로 존경받으며 한·중 양국을 잇는 상징적인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면서 “광주는 정율성 선생 고향으로서 선생의 음악과 정신이 한·중 우호, 교류의 자산으로 계승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독립운동을 하던 형들을 뒤따라 중국으로 건너간 정율성은 중국 현대 3대 작곡가로 꼽힌다. 1939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그가 옌안에서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은 1988년 ‘중국 인민해방군 군가’로 공식 지정됐다.
정율성은 2009년 ‘신중국 건국에 공헌한 영웅 100인’에 선정됐다. 한국이 1992년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한·중 우호 교류’의 상징 인물로 조명되기도 했다. 광주시와 남구는 2004년부터 중국인들로부터 추앙받는 정율성을 기리는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기념물을 조성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그의 공산당 활동을 문제 삼아 20여년간 진행됐던 기념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광주시 대표단은 지난 7일 중국 하얼빈시에 있는 ‘인민음악가 정율성 기념관’을 찾았다. 하얼빈시가 ‘하얼빈 조선족 예술관’에 2009년 문을 연 기념관에는 악보와 사진, 음반, 바이올린 등 300여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기념관에는 연간 3만여명이 찾고 있다고 한다. 정율성 기념관 관계자는 “정율성은 한·중 교류의 상징이며 세계적인 음악가”라면서 “음악은 국경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광주와 하얼빈은 항일의 경험을 공유하는 특별한 인연의 도시”라며 “하얼빈시와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호 협력 교류를 확대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왕허성 하얼빈시 시장은 “두 도시는 정율성과 안중근이라는 중요한 인물을 공유하며 존경하는 곳”이라면서 “협력을 확대해 한·중 우호 증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이징 |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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