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쌓아둔 달러 원화로 바꿔달라”… 정부, 대기업에 환율 안정화 긴급 협조 요청

| 서울=한스경제 김근현 기자 |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자 정부가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들을 소집해 달러 매도를 통한 시장 안정화 협조를 공식 요청했다. 해외에 쌓아둔 유보 자금을 조기에 국내로 들여오고,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신속하게 원화로 환전해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려달라는 취지다.
11일 재정경제부와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과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내 간판 수출기업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외환시장 점검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기아,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글로벌 무대에서 막대한 달러 대금을 벌어들이는 대표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날 정부는 최근의 환율 급등세가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경고하며 민관 공조를 강하게 압박했다. 허 차관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견조하지만, 현재의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면 기업의 원자재 수입 비용과 가계 부담이 동시에 커져 민생경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환율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달러를 쥐고 있기보다는, 수출 대금을 신속히 환전하고 해외 유보 자금의 국내 유입을 확대하는 데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수출기업들이 달러 보유를 늘릴 경우 시장 내 달러 가뭄이 심화돼 환율 상승을 부채질하지만, 반대로 이를 제때 원화로 바꾸면 공급 확대로 환율을 끌어내리는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가 이처럼 기업들을 직접 불러 전방위적인 협조를 구한 것은 당국의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만으로는 최근의 폭등세를 저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만큼 현재 시장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동 주재로 나선 문 차관 역시 고환율의 부정적 여파를 차단하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환율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달리는 수입·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수입보험 확대, 대출보증 한도 우대 등 맞춤형 지원책을 보강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은 환율의 변동성 비대화가 환위험 관리 부담을 키우고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며, 외환 수급 안정을 위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 폭등이 미·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국제유가 급등,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역대급 주식 매도세가 얽히고설킨 결과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향후 외환시장 모니터링을 상시 가동하는 한편, 시장 왜곡 현상이 심화될 경우 직접적인 시장 안정 조치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Copyright © 한스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