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2차 가해' 첫 실형 선고…"중요한 전환점"

김호경 에디터 2026. 6. 1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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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명예훼손 등 혐의 60대남 1심 징역 6개월
'마약 탓 사망' 등 허위·비방 게시물 362개 올려
이 대통령 지시 '2차 가해 수사과' 출범 첫 사례
유가족협의회 "사법부가 2차 가해 만연에 경종"
"더 이상 '표현의 자유' 안 통해…엄정 처벌 기준"
2025년 7월 16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2025.7.16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에 관한 가짜뉴스 게시물을 300개 이상 올린 6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경찰청이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2차 가해 범죄수사과'를 출범한 이후 실형 판결이 내려진 첫 사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성준규 판사는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모 씨(67)에게 지난 9일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조 씨는 지난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네이버 블로그와 디시인사이드 등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해외 영상 플랫폼에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관한 비방 또는 허위사실을 담은 동영상 299개, 게시글 63개 등 총 362개의 게시물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이태원 참사로 158명이 압사해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테러범이 고의로 사람을 밀었다' '사망자는 마약 테러 조직에 의해 살해된 것이다' 등의 내용을 글과 영상으로 반복 게시했다. 심폐소생술(CPR) 장면을 근거로 일부 환자가 참사와 무관한 원인으로 쓰러졌다거나, 피해자들이 옷을 벗은 것은 마약 영향이라는 취지의 허위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들을 두고 "리얼돌처럼 보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조 씨가 올린 영상에는 개인 후원 계좌까지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조 씨는 재판 과정에서 "게시글 대부분은 특정인을 지목하지 않았고 사고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 표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명예훼손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씨는 판결에 불복해 10일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엿새 앞둔 23일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전시된 추모 사진 전시 앞에서 유가족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이번 판결에 대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논평을 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2차 가해에 경종을 울린 이번 판결이 사회적 참사 피해자 보호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해당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이어, 법원이 2차 가해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나 벌금이 아닌 실형으로 책임을 명확히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 이후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온라인상의 허위사실 유포, 조롱, 모욕 행위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을 수 없음을, 그리고 그것이 유가족의 삶을 무너뜨리는 명백한 범죄임을 사법부가 확인했다"면서 "2차 가해가 유가족을 포함해 참사 피해자들에게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인정하고 이러한 무책임한 행위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피해자의 호소에 재판부가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이 판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현재도 온라인 공간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허위사실 유포와 혐오 게시물이 여전히 생산 및 유포되고 있다. 희생자의 죽음을 음모론으로 덮고, 그 유가족을 공격하며, 진실을 부정하는 이러한 2차 가해 행위들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애도와 집단적 기억을 파괴한다"면서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번 판결의 의미를 엄중히 새기고 2차 가해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흔들림 없이 적용해야 한다. 형식적인 사과나 반성문으로 책임을 면하는 관행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지금까지 2차 가해 범죄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선처도 없다는 원칙을 한 번도 굽히지 않고 고수해 왔다. 2차 가해를 저지른 모든 이들은 끝까지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거듭 단호한 입장을 천명하며 "이번 판결이 사법부가 사회적 참사 피해자 보호에 나선 확고한 의지의 표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앞으로의 모든 2차 가해 범죄에 대한 엄정 처벌의 기준이 되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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