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AI·반도체 협력, 경제 안보 윈윈 모델로 키워야
에너지·저출산 위기도 함께 돌파를

앞서 최 회장은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을 제안하며 에너지, 저출산 등 구조적 위기에 양국이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일본은 둘 다 제조업 강국이면서 에너지 자급률은 낮다. 동시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급속한 고령화로 신규 노동력 부족, 지역 소멸, 사회보장 부담 등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독자적으로 해법을 찾기엔 비용과 대가가 너무 크다. 양국이 경험과 기술을 공유한다면 위기 대응의 효율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상호 보완적 산업구조를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치열한 기술경쟁 시대에 함께 승자가 되자는 것이 최 회장의 제안이다. 날로 첨예해지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구도에서 한일 경제협력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 세우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은 시시각각 재편되고 있다. 반도체와 AI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제조 역량, 통신 인프라에서 독보적인 국가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장비, 정밀 제조 분야 생태계가 탁월하다. 양국이 손잡으면 훨씬 큰 규모의 시장과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SK와 엔비디아가 추진하는 AI 팩토리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다. 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초고속 네트워크를 결합해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대량으로 처리하는 지능 생산설비다. 향후 로봇, 자율주행, 신약 개발, 에너지 관리까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좌우할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 SK는 내년 국내서 첫 AI 팩토리를 가동하고 이어 이를 일본으로 확장하겠다는 것인데 한일 양국의 AI 인프라는 이를 발판으로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한일 협력의 미래를 물론 낙관적으로만 볼 순 없다.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과거사와 국민정서, 기술유출, 산업 주도권 경쟁은 민감한 문제다. 협력이 한쪽의 종속으로 비쳐서도 안 될 것이다. AI 소프트웨어와 제조 데이터 활용까지 한국의 AI 역량을 종합적으로 키우면서 일본과의 협력은 상호보완 원칙하에 설계돼야 한다.
한일 기업들이 움직이는 만큼 양국 정부는 규제와 세제, 전력 인프라, 연구개발(R&D)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AI 팩토리와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부지, 숙련인력을 요구하는 산업이다. 양국이 AI, 에너지, 인재, 실버산업을 묶어 장기 협력 플랫폼을 만들 필요도 있다. AI 시대에 한국과 일본의 핵심 인프라 동맹은 경제안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일 연대는 이제 과거 통상협력을 넘어 미래 산업 핵심 파트너로 올라서야 한다. 최 회장이 제안한 AI·반도체 협력이 양국의 새로운 윈윈 모델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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