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역대급 폭염 온다는데…벌써 막막"

유지인 2026. 6. 1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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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곳곳 경로당서 연신 한숨 ‘푹’
전기료 걱정에 에어컨은 장식품
무더위 쉼터에도 어르신들 ‘북적’
"취약계층 사각지대 없이 살펴야"
11일 오후 1시께 광주 서구 풍암동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한 경로당에서 할머니들이 모여 무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유지인 인턴기자 youing@namdonews.com

"벌써 더운데 한여름이 되면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네요."

11일 오후 1시께 광주 서구 풍암동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한 경로당.

총무를 맡고 있다는 장모(82) 할머니는 연신 부채질을 하며 여름나기 걱정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경로당에 설치된 에어컨은 장식품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장 할머니는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에어컨은 마음대로 틀 수도 없다"며 "웬만하면 선풍기로 버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본격적인 장마와 폭염이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평년보다 이르게 찾아온 더위에 경로당은 더위를 피해 나온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이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0도 가까이 치솟아 실내도 후덥지근했다. 선풍기 바람이 닿는 자리마다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여름나기가 화젯거리였다.

장씨는 "원래 7월쯤 돼야 사람들이 많이 찾았는데 올해는 벌써부터 북적인다"며 "어르신들끼리도 올여름이 유난히 더울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주지역 취약계층의 여름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역대급 폭염'이 예고되면서다.

기상청은 올여름 광주·전남 지역에 평년 기온을 웃도는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 온열질환자도 지난달 15일부터 전날까지 219명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119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무더위쉼터에도 벌써부터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무더위쉼터 이용객 대부분은 70~80대 고령층이었다. 집에 혼자 있기보다 경로당이나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특히 올해는 평년보다 이른 더위가 이어지면서 초여름부터 쉼터 이용객이 늘고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풍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김모(78)씨는 "나이가 들수록 더위를 견디는 게 쉽지 않다"며 "올해는 더위가 빨리 시작된 것 같아 주변에서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고령층과 취약계층에게 무더위쉼터는 단순한 휴식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홀로 사는 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폭염에 더욱 취약한 만큼 무더위쉼터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는 고물가 시대 냉방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시는 무더위쉼터에 6~8월 석 달간 총 63만원의 냉방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폭염이 장기화할 경우 지원을 뛰어넘는 냉방비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쌍촌동에서 만난 이모(81)씨는 "경로당에 냉방비 지원이 나오기는 하지만 혹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여름이 길어질수록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예고된 만큼 취약계층 보호 대책을 더욱 세심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폭염특보 기간 운영시간을 확대하거나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쉼터를 늘리는 등 더위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광주시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위해 무더위쉼터 야간 연장 운영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부서와 협의 중"이라며 "특히 쪽방촌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시설을 중심으로 운영시간 연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로당과 복지관 등도 여건이 되는 곳은 확대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유지인 인턴기자 youing@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