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

중부일보 2026. 6. 1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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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남긴 성적표를 두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권력 투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 자리를 내어주는 등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한 데 따른 '정청래 대표 책임론'이 급부상하면서 당권 재창출을 노리는 주류와 비주류 간의 전선이 가파르게 형성되고 있다. 그 중심에 정청래 대표의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발언이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의 경고'라는 엄중한 평가를 내놓은 직후 터져 나온 이 한마디는 가뜩이나 들끓던 당내 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발언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거 전후로 축적된 당내 정파 간의 고질적인 균열을 짚어봐야 한다.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정 대표는 강성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업고 연임 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검찰개혁 추진 속도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싸고 정 대표가 이끄는 친청(친정청래)계 당권파와 이에 비판적인 친명(친이재명)계 비당권파는 끊임없이 충돌해 왔다. 선거 결과가 미완의 승리로 귀결되자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비당권파는 기다렸다는 듯이 정 대표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고 나섰다. 호남 경선 과정의 공정성 시비까지 더해지며 정 대표는 사면초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수세적 국면에서 나온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는 정 대표의 언급은 어쩌면 다목적 포석을 둔 방어 기제이자 동시에 공격적인 메시지로 해석된다.

여당이 자만하지 말고 국민의 뜻을 최우선에 야 한다는 취지라면 지극히 당연한 언사다. 하지만 정치적 타이밍과 맥락을 고려할 때 이 발언은 단순한 원론을 넘어 현 정권의 핵심부와 친명계를 향한 고도의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며 자신을 코너로 몰아넣는 주류 세력을 향해 권력의 유한함을 상기시키며 당내 지지 기반인 강성 당원들에게 결집 신호를 보낸 셈이다. 당내에서 "집권 여당 대표의 언어로 매우 부적절하다", "대통령 협박 수준이다"라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 "당·정·청은 원팀, 원보이스"를 외치며 즉각적인 진화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가 여당에 표를 준 것은 민생을 돌보고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라는 명령이지 권력 암투의 장을 구경하라는 뜻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금 선거 책임론과 당권 경쟁이라는 늪에 빠져 정작 중요한 민심의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 정 대표의 설화(舌禍)로 촉발된 이번 갈등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권력의 유한함을 둘러싼 여당 내 주도권 싸움의 서막이다. 내부 총질과 계파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하기에 현 경제 상황과 국정 과제들은 너무나 엄중하다. "국민은 영원하다"는 격언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무겁게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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