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모자란’ 선관위

강기정 2026. 6. 1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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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곳곳 참정권 침해
경기 23곳·인천 11곳 추가로 받아 투표
일부 선거인 명부 누락·전산 입력 오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빚어진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11 /연합뉴스

6·3 지방선거는 그 어느 선거보다도 후폭풍이 거세다.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유권자로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았지만, 종이가 없어 투표를 하지 못한 일이 벌어져서다.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될 수도 없는 일인데다, 규모 역시 상당했다. 지난 8일 기준 선거일 당일 투표 용지가 추가로 송부된 곳만 전국적으로 140곳이었고, 26곳에선 실제로 차질이 빚어졌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도에선 모두 23곳, 인천시에선 11곳에서 추가로 송부된 용지로 투표가 이뤄졌다. 김포 풍무동과 인천 연수구에선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래픽/박성현기자pssh0911@kyeongin.com /제미나이AI 이미지 재가공


파장은 크다.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는 외침이 빗발치고 있다. 투·개표 과정의 투명성을 의심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이 서울 올림픽공원 등에서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와중에 일부 지역에선 선거인 명부 누락에 전산 입력 오류 논란마저 더해졌다. 선거는 우리나라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구성하는 제도다. 누구에게도 침해 받아선 안 되고, 외압에 절대 흔들려선 안 된다는 원칙 하에, 선거 제도와 그 집행을 총괄하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외부 기관의 감시와 제약 등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선관위의 관리 역량이 도마에 오르며, 대수술은 불가피해졌다.

# 선관위 부실 대응 도마위
용지 부족했던 곳들 뒤늦게 현황 파악
추가 교부 기준·절차 가이드라인 부재
# 다각적 개선책 마련 분주
선관위 진상규명위·검경 합수부 꾸려
여야, 국정조사 한뜻… 세부협상 전망

■ 투표용지 부족, 경기·인천도 예외 아니었다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로 공익광고 전문가인 이제석씨가 11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내건 ‘민주주의 꽃은 매진입니다’ 현수막. 2026.6.11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


지난 8일 중앙선관위는 선거일 당일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들을 발표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송부를 받았지만 기존에 준비된 용지로 마친 곳이 있었고, 예상이 맞아떨어져 추가로 받은 용지를 사용한 곳들도 있었다. 일부 투표소는 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표를 받아 기다렸다가 투표를 하기도 했다.

김포시 풍무동 제12투표소가 그랬다. 투표 용지가 부족해 지난 3일 오후 5시 40분께부터 6시께까지 투표가 20여분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선거인 30여명이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려야 했다. 투표 용지 200매를 추가로 받은 후에야 투표가 마무리됐다.

인천시에선 연수구 송도5동 제1투표소에서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지연됐다. 예비용 투표용지가 뒤늦게 도착해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를 넘긴 후에도 유권자 70여명이 대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동춘1동 제6투표소에서도 투표 용지가 부족해 오후 6시 25분께서야 투표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천시선관위는 지난 9일 송도5동 제1투표소 1곳에서만 투표가 지연됐다고 정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는 ‘용지 인쇄 비율 하한 규정’이 거론된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 지난해 12월 전국 시·도 선관위에 예상 사전 투표율과 최근 선거 투표율 등을 감안해 각 구·시·군 선관위의 의결을 거쳐 해당 투표소의 선거인 수, 즉 필요한 투표 용지의 50%까지 인쇄 비율을 하한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의 경우 이번에 투표 용지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로 송부받았던 투표소 36곳 중 9곳은 선거인 수의 50%로 인쇄 비율을 정했다. 15곳은 55%, 12곳은 60%였다.

인쇄 비율 하한 규정은 사전투표율 증가 추이는 물론, 수년 전부터 제기돼온 부정선거 의혹 등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선관위 설명이다. 실제로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해놓지 않는 사전투표의 경우 제도가 안착하면서 점점 투표율이 오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사전투표율은 20.96%였다. 종전 최고치였던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보다 1.9%p 높은 수치였다. 유권자 3명 중 1명 꼴이 사전투표를 통해 선거에 참여한 셈이다.

또 선거일 당일 투표 용지가 무더기로 인쇄됐다가 폐기될 경우 부정선거에 쓰려고 했다는 의혹을 불지필 수 있다는 우려 등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표용지 부족 그 자체만큼, 용지 부족에 대한 선관위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이후 중앙·각 지역 선관위는 투표 용지가 부족했던 곳들의 현황마저 빠르게, 면밀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투표 용지가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추가 교부 매수 기준이나 배부 절차 등과 같은 별도의 가이드라인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시민단체 규탄 외침 빗발
서울 올림픽공원 개표소 1주일째 봉쇄
대학가는 연일 시국선언, 파장 불가피

■ 개선 움직임 이어지고 있지만 후폭풍 여전
6·3 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투표지 부족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 및 경찰 관계자들이 11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위해 선거종합상황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6.6.11 /연합뉴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선관위는 물론, 수사기관과 정치권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중앙선관위는 ‘투표지 부족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10일부터 19일까지 운영한다. 모두 외부 인사로 구성됐다. 사태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한편, 중앙선관위가 발표했던 투표소 외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곳이 있었는지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도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검경 합동수사본부 등은 과천 중앙선관위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 지역선관위 사무실에 대해 공직선거관리법 위반, 직무유기 등을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정치권에서도 선관위 개혁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참정권 수호를 위한 선거제도 TF’를 출범시켜 투표용지 인쇄·배분·보관 절차 개선 및 선관위법 개정 등을 검토한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이번 사태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 법안을 발의했다.

물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등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민주당은 선을 긋고 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국정조사 실시에 의견을 모으면서 선관위 개혁 논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국정조사 요구서를 당론으로 제출, 국회가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하기도 했다. 향후 국정조사 범위, 방식 등에 대해 세부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파장은 지속되고 있다. 11일 현재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 개표소는 1주일째 봉쇄 상태다. 대학가에선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후폭풍이 언제쯤 잠잠해질지는 미지수다.


/강기정·이영지 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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