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 기자의 부산 후일담] 조선통신사 역사가 잇는 한일 시민들

부산일보 2026. 6. 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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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라 미유 서일본신문 기자
양국 역사회 꾸준한 연구로 성과
통신사 주는 의미 되새기는 계기

입사 1년 차였던 무렵, 고양이가 많은 섬으로 알려진 후쿠오카현 아이노시마를 찾은 적이 있다.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도착한 그 섬에서, 저마다 한가롭게 쉬고 있는 고양이들을 바라보던 시간은 지금도 잔잔하고 편안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아이노시마를 부산에서 뜻밖에 다시 만나게 됐다. ‘고양이 섬’으로만 기억했던 이곳에는 또 다른 얼굴이 있었다. 조선통신사와 인연을 지닌 ‘역사의 섬’이기도 했다.

지난 5월 말, 이 역사를 연구하는 ‘아이노시마 역사회’가 부산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취재에 나섰다.

이번 방문은 부산 시민들이 한일의 역사를 함께 배우는 ‘성신 동아시아 연구회’와의 교류 행사 일환으로 마련됐다. 조선통신사가 상징하는 평화와 우호의 역사를 오늘날의 민간 교류로 이어가려는 시도였다.

교류 행사의 출발점은 연구회 측이 아이노시마 역사회의 연구에 관심을 가진 데 있었다. 2017년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이후, 연구회는 통신사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연구를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찾은 아이노시마에서 현지 역사회의 안내를 받으며 활동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고 한다.

행사 첫날 밤 열린 강연에서는 아이노시마 역사회 이마무라 기미아키 사무국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특히 섬에 남아 있는 석비를 둘러싼 연구가 인상 깊었다. 이 석비는 그동안 ‘글자를 알아볼 수 없고, 명칭과 유래도 알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탁본 조사와 한일 양국의 문헌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1719년 조선통신사를 맞이할 준비를 하던 중 태풍으로 목숨을 잃은 후쿠오카 번의 무사와 어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재도 역사회는 조선통신사를 맞이했던 장소에 대한 추가 연구 등 검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패널 토론에서 하병엄 성신 동아시아 연구회 회장은 “이 같은 성과는 양국 시민에게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며 “이번 교류를 계기로 공동의 노력을 이어가 연구 협력으로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양 단체가 공식적인 교류를 시작하는 첫걸음이기도 했다.

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일본어와 한국어가 뒤섞이며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적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사람들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자리 끝무렵, 이마무라 사무국장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그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역사가 많다”며 “하나하나의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가고 싶다”고 조용히 말했다.

후쿠오카의 한 섬으로 남아 있던 기억 속 공간의 역사를, 부산에서 다시 마주할 수 있어 뜻깊었다. 아울러 조선통신사가 만들어낸 교류의 역사가 오늘날에도 시민들 사이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