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유권자 상당수 “투표소 가더라도 참정권 보장 쉽지 않았다”

최석환 기자 2026. 6. 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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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장애인단체 지방선거 모니터링 결과 발표
투표소 접근성·정보 제공·비밀투표 보장 미흡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 투표일인 3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행정복지센터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경남지역 장애인 유권자 상당수는 투표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해·양산·진주·진해·통영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도내 장애인단체 19곳은 지난 10일 '6.3 지방선거 경남 장애인 참정권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 단체들은 사전투표와 본 투표 기간 경남지역 투표소를 중심으로 장애인 편의시설과 정당한 편의 제공 실태를 점검했다.

장애인 유권자와 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 등 89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사전투표 참여자는 60명, 본투표 참여자는 29명이었다. 장애 유형별로는 뇌병변장애 29명, 지적장애 20명, 기타 20명, 지체장애 10명, 정신장애 7명 등이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장애인 유권자들은 투표소 접근조차 쉽지 않았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거·공약 정보 이해, 투표 보조, 비밀투표 보장 등 여러 분야에서 불편을 겪은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전체 조사자 25.8%는 선거 정보 접근이 어렵다고 답했다. 특히 지적장애 응답자 절반은 투표용지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투표 방법을 설명하는 그림이나 안내 인력이 없었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이는 발달장애인과 인지적 지원이 필요한 유권자를 위한 쉬운 말 선거공보와 그림 안내, 모의투표 안내 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투표소 물리적 접근성 문제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40.0%는 장애인 화장실 이용이 불가능했다고 답했다. 또 장애인 화장실이 아예 없거나 청소도구가 적치돼 사용하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휠체어 이용자 사이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접근이 어렵거나, 경사로가 지나치게 가파르거나 부실하게 설치돼 불편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각장애인 관련 정보 접근성은 취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84.6%는 점자유도블록 설치와 투표소 이동 접근성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점자 공보물이나 음성변환 바코드 등 후보자 안내자료 제공 여부를 묻는 문항에서도 75.0%가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시각장애 유권자가 투표소까지 안전하게 이동하고 후보자 정보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권리가 여전히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청각·언어장애 유권자 지원도 미흡했다. 50.0%는 수어통역이 가능한 투표사무원 배치나 관련 안내가 없었다고 답했다. 또 60.0%는 수어통역 화상전화 연결 지원도 제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 응답자는 "수어통역 QR코드가 비치돼 있었지만 앱 설치 절차가 복잡하고 안내가 영어로 표시돼 실제 이용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일부 투표소에서는 특수형 기표용구가 준비되지 않았거나, 투표사무원이 사용법을 숙지하지 못해 투표가 지연된 사례도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참관인이 함께 기표소에 들어와 자신의 후보 선택이 노출돼 불편을 겪었다.

장애인 단체들은 이러한 사례가 단순 편의 제공 부족을 넘어 참정권 침해와 직결된다고 규탄했다. 이와 함께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소 장애인 접근성 사전 점검 의무화 △점자·음성변환 바코드·큰 글자·쉬운 말 안내 제공 △즉시 이용 가능한 수어·문자 지원체계 구축 △발달·정신장애인 대상 쉬운 투표 안내 확대 △투표사무원 장애인 응대 교육 의무화 △장애인단체가 참여하는 참정권 개선 협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