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 4000억 들여 국내 첫 ‘로봇 훈련소’ 짓는다

박지민 기자 2026. 6. 1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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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이드 300대 투입
LG전자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LG 클로이드'가 공장에서 물건을 나르는 모습. LG전자는 이처럼 로봇이 실제로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고, 연내 클로이드 300대를 투입한다. /LG

LG전자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전용 학습을 위한 ‘데이터 팩토리’를 구축한다. 자사 로봇 ‘LG 클로이드’ 100대를 우선 투입해 현실과 비슷한 환경에서 작동시키면서, 로봇의 두뇌를 학습시키는 일종의 ‘로봇 훈련소’를 만드는 것이다. 국내 최초 로봇 데이터 팩토리이다. LG가 미래 사업의 한 축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로봇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LG, 로봇 두뇌 승부수

11일 테크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R&D캠퍼스를 로봇 데이터 팩토리로 전환하기 위한 전력 인프라 구축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 연면적 1만평 규모다. LG전자는 이르면 내달 클로이드 100대를 투입해 데이터 팩토리 운영을 시작하고, 연내 로봇 대수를 300대까지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 학습 데이터 구축과 검증을 담당할 연구 전문가도 대거 투입한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데이터 팩토리에 4000억원 이상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도 매주 이곳을 찾으며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가 데이터 팩토리 구축에 나선 것은 로봇 학습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휴머노이드 경쟁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현재 휴머노이드와 관련한 양질의 데이터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인터넷에 축적된 텍스트나 이미지를 통해 학습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려면 현실 세계에서 물체를 잡거나 옮기고 조립하는 경험을 쌓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데이터 팩토리는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실제 동작 데이터를 대량으로 생산해 로봇에 학습시키고 검증하는 역할을 한다.

LG전자는 양재 데이터 팩토리에 각종 가전제품이 설치된 집, 가전 생산 라인이 돌아가는 공장 등 실제 로봇 동작에 필요한 환경을 조성해 클로이드 수백 대를 작동시켜 가정·공장 환경에 특화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LG전자는 로봇 학습을 위해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사용되는 운반용 카트도 공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는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고도화에 사용된다. RFM은 로봇이 스스로 주변을 인식·판단하고 행동하게 하는 AI 두뇌다. 최근 로봇이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기계를 넘어 사람과 같이 일하는 동반자 또는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RFM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클로이드는 지난 1월 공개 당시 일부에서 ‘동작이 느리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류재철 CEO는 “속도를 올리는 핵심은 트레이닝이고, 대규모 트레이닝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데이터팩토리를 통해 RFM 성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휴머노이드 시장 개화

휴머노이드 시장은 본격적인 개화기에 접어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2025년 15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2035년 378억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도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플랫폼인 ‘아이작 그루트(GR00T)’를 앞세워 로봇의 학습·시뮬레이션 생태계를 넓히고 있고, 구글 딥마인드는 ‘제미나이 로보틱스’를 공개하며 피지컬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LG전자는 로봇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며 로봇을 미래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상반기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로봇의 근육) 양산에 들어간다. 이에 더해 로봇의 두뇌까지 고도화하며 로봇 생태계 전반을 사업 영역에 포함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얼마나 정교하게 학습시키는지에 달렸다”며 “가전 기술에서 쌓은 부품 경쟁력에 데이터 팩토리까지 구축하며 ‘종합 로봇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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