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코딩 테스트 바이블' 돌아온다… 데이원컴퍼니, BOJ 인수
국내 주요기관·기업들 기출문제
3만개 데이터 활용해 시험 준비
트래픽 급증·인프라 비용 늘면서
1인 운영체제 부담 커 문 닫았다
'제로베이스'가 인수받으며 부활
김지훈 데이원 제로베이스 대표
"국내 개발자 생태계의 중요 자산"
자유로운 학습·성장공간 지킬것

지난 4월 서비스 종료된 '백준 온라인 저지'(BOJ)가 다시 돌아온다.
국내 대표 성인 교육 콘텐츠 회사인 데이원컴퍼니는 서비스 종료한 BOJ와 양수도 계약을 맺고, 사내 브랜드인 '제로베이스'를 통해 선보인다.
BOJ는 방대한 문제 데이터베이스(DB), 실제 기업들의 코딩 테스트와의 높은 싱크로율, 커뮤니티 생태계를 자랑하며 지난 16년 동안 정보기술(IT) 개발 직군 취업 준비생들로부터 '코딩 테스트계의 바이블'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알고리즘 문제 풀이 플랫폼인 BOJ는 정보올림피아드(KOI),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ICPC), 삼성 소프트웨어(SW) 역량테스트 등 국내 주요 기관·기업의 기출 문제를 수록하고 있다. 사용자가 C++, 파이썬, 자바 등으로 작성한 소스코드를 제출하면 서버를 통해 준비된 데이터를 넣고 채점해줬다.
또한 채점 결과에 따라 브론즈부터 루비까지 '티어'를 매겨 사용자가 자신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는 정답을 틀리면 질문 게시판을 통해 맞춘 이들로부터 힌트를 구할 수 있고, 정답을 맞추면 다른 사람의 정답을 살펴보며 메모리, 시간 효율성 등이 뛰어난 소스코드를 구현해 낼 수 있다.
한국에서 '비전공자도 코딩할 수 있다'는 열풍이 불며 수많은 부트캠프가 탄생했고 국비지원과 연계된 과정들이 등장했지만, BOJ는 방대한 문제 수와 커뮤니티 기능을 내세우며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BOJ를 만든 개발자 최백준 씨는 "BOJ는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온라인 코딩 테스트 플랫폼으로, 초창기에는 프로그래밍 대회 문제가 출제되고 이를 준비하는 개발자들이 문제를 푸는 사이트였다"며 "이후 코딩 테스트 열풍으로 이용자가 급증하며 사이트 규모 또한 급격히 확대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OJ가 보유한 3만개의 알고리즘 문제 수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문제를 직접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해외에서 단일 서비스가 이 정도 규모로 운영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이 운영하는 해외 사이트들은 규모가 작고, '코드포스' 등 글로벌 플랫폼들은 대규모 프로그래밍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몸집이 크다. 그런데 BOJ는 문제 풀이만으로 규모를 키운 이례적인 케이스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OJ가 16년 만에 문을 닫은 이유는 이용자 증가에 따른 트래픽 급증,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인프라 운영 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바이브 코딩, AI 코딩 등이 당연시 되면서 인기가 식은 영향이라고 해석했지만 오히려 BOJ는 알고리즘 문제 수와 이용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BOJ는 최 씨 혼자 운영해 왔다. 최 씨는 "BOJ는 원래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서비스가 아니었다"며 "알고리즘 문제를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었고, 개발자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오랜 기간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 없이 운영해 왔고 1인 운영 체제였기 때문에 외부의 이해관계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방향대로 서비스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그래밍 대회 준비생뿐 아니라 코딩 테스트를 준비하는 취준생, 현업 개발자, 학생들까지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면서 "이용자가 너무 많아져 명확한 수익 모델 없이 치솟는 비용을 감당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BOJ가 서비스 종료 공지를 올린 지난 4월 개발자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다. BOJ가 단순 교육 플랫폼을 넘어 개발자들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라서다.
최 씨는 "서비스 종료 소식이 알려진 이후 정말 많은 이메일과 메시지를 받았다"며 "특히, 한 고등학생이 직접 사이트를 운영해보겠다고 연락했을 때 적지 않게 놀랐고, BOJ가 자신의 성장 과정과 함께한 공간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는 마지막 문제로 편지 작성을 출제했는데 여기서 이용자들이 남긴 편지, 메시지를 모두 읽어봤다"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 취업 준비 과정, 개발자로 성장한 이야기를 들려줘 운영자로서 크게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별다른 계획 없이 시작했는데, 어느덧 국내 개발자 생태계를 대표하는 플랫폼 중 하나가 됐다. 그동안 보내준 과분한 사랑과 응원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2015년부터 최 씨와 연을 쌓은 데이원컴퍼니는 서비스 종료 직후 곧바로 연락해 인수 의사를 내비쳤다. 김지훈 제로베이스 대표와 강사와 담당자 관계로 시작됐던 인연이 BOJ 운영 재개로 이어진 것이다.
최 씨는 "기존 모습과 운영 철학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데이원컴퍼니의 의지가 양도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며 "개인적으로 서비스를 넘기더라도 이용자들이 지금까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학습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랐고, 회사 역시 이러한 방향에 공감해줬다"면서 익숙한 BOJ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1인 운영 체제라 건의 사항을 알고 있어도 현실적으로 모두 해결할 수 없었지만, 회사는 조직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만큼 서비스 품질을 높여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지훈 데이원컴퍼니 제로베이스 대표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서비스 정체성과 운영 기조 유지"라며 "수많은 개발자의 학습 공간이었던 만큼,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플랫폼 기능이나 이용 방식에 큰 변화 없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데이원컴퍼니는 BOJ를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국내 개발자 생태계의 중요한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한편, 보다 나은 인프라와 운영 환경을 제공해 BOJ가 지금과 같은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데이원컴퍼니는 AI를 중심으로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며 성과를 창출해 왔고, 코딩 부트캠프인 '패스트캠퍼스'를 비롯해 여러 브랜드를 운영하며 교육 시장에서 지속 성장하고 있다.
BOJ를 운영할 제로베이스는 2021년 스펙 없이도 실무 역량만 있다면 취준생이 원하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론칭된 브랜드다. 기업들이 실무 역량을 중심으로 신규 채용하는 가운데, 비전공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커리어를 바꿀 수 있도록 지원했다.
제로베이스는 지난해 11월 부트캠프 중심 취업 교육 브랜드에서 국내 최초 취업정보 회사로 사업을 전환했다.
단순 교육을 넘어 개인의 학력·전공·경력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취업 전략을 제공하고 전문 컨설턴트와 전담 매니저가 팀을 이루는 체계적인 컨설팅 시스템을 통해 취업 준비의 전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김영욱 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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