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왜 덜 찍었나, 선관위의 뒤늦은 해명… "많이 찍으면 부정선거 의혹 시달렸다"

윤한슬 2026. 6. 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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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철환 직무대행 "송파구 투표용지 4만 장 남아"
"남는 용지 증가해 분실·도난 및 탈취 우려"
용지 부족 시 업무처리 절차 등 가이드라인도 부재
위철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지난해 10월 1일 국회에서 열린 선관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1일 6·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송파구 내 146개 투표소별 투표용지 배분에 실패한 뼈아픈 실수였다"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 하한을 50%로 결정한 데 대해서는 "과도한 양의 투표용지 인쇄 시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시달렸다"며 이해를 구했다.


송파구, 37만 명 투표… 투표용지는 41만 명분

위철환 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 참정권이 침해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참담한 마음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선 당일 송파구 전체로 보면 투표용지가 4만2,000여 장 남았다. 전체 선거인 수(56만5,368명)의 50%를 인쇄하도록 한 지침에 맞춰 본투표 용지 28만여 장을 준비했고, 약 24만 명이 본투표에 참여한 결과다. 송파구 최종 투표율은 65.8%(37만2,231명)였지만, 사전투표율이 23.3%로 13만여 명은 본투표 전에 투표를 마쳤다. 투표 용지를 미리 인쇄해 배부하는 본투표와 달리 사전투표는 투표소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한다.

결국 송파구에 할당된 투표용지를 관내 투표소에 적절히 배분하지 못했고, 여분의 투표용지를 필요로 하는 투표소에 제때 전달하지 못하면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선관위는 본투표 당일 투표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투표소별 잔여 투표용지 수량을 미리 파악하는 등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시인했다. 현황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용지 추가 배부 요청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면서 대처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업무처리 절차나 역할 분담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없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신속한 대응이 안 된 이유를 '만성적 인력 부족' 탓으로 돌렸다.


지난해 인쇄비율 하향 조정… "잔여용지 증가, 보관상 어려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11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위 대행은 본투표용지 인쇄 비율 하한선을 60%에서 50%로 낮춘 경과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지난 선거 후 잔여 투표용지가 증가해 수백만 장의 투표용지에 대한 검수 및 보관상 어려움이 있었고 분실·도난 및 탈취 우려도 있었다"며 "투표율 대비 과도한 양의 투표용지 인쇄 시 부정선거 의혹제기에 시달렸고, 투표용지 인쇄소 확보 어려움 등을 현장에서 호소해왔다"고 했다.

이에 따라 2022년 정책연구용역을 실시했고, 그 결과를 반영해 지난해 12월 본투표용지 인쇄비율의 최하한을 50%로 하향 조정하되, 각 시군구 선관위에서 지역 사정을 고려해 인쇄비율을 결정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위 대행은 "투표용지 부족사태에 관해서는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엄정하게 조사 중에 있으며, 수사기관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에서 자세하게 진상이 밝혀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 사람의 투표권이라도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앞으로 후속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 "인쇄 비율 50% 하한선 미달 확인... 매뉴얼 없어 우왕좌왕"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하고 있는 진상규명위원회에선 실제 인쇄 매수가 하한선인 50%에 미치지 못했고, 매뉴얼 부족으로 현장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조현욱 진상규명위원장은 이날 2차 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예비용인) 무번호 투표용지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인쇄매수 축소비율이 (하한선인) 50%에 미달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당시 채팅방 대화 내용을 보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예견한 매뉴얼 자체가 없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한 것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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