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시디언을 채굴하자-2 [두런두런 AI ⑫]

‘두런두런 AI-옵시디언 채굴 1편’에서 옵시디언을 ‘세컨드 브레인’(Second Brain)으로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럼, 사람의 뇌, 퍼스트 브레인은 뭘까요? 뇌는 신경세포(뉴런)가 시냅스로 연결된 네트워크 구조, 즉 신경망의 체계죠. 뉴런 하나가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니라 다른 뉴런과 이어질 때 의미가 생깁니다. 인간의 뇌는 키워드를 넣고 검색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아요. 하나를 떠올리면 그와 연결된 기억·정보·개념이 사슬처럼 생각나는 거지요.
세컨드 브레인, 옵시디언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신경망을 닮은 메모 앱입니다. 우리가 컴퓨터에 파일을 아무리 가지런히 정리한다고 해도 애써 파일 이름을 검색해 들여다보지 않으면 쓸모없는 데이터 덩어리일 뿐이겠죠. 옵시디언은 각 파일들을 서로 링크로 연결해 의미와 맥락을 지니게 만듭니다. 경험과 활용에 따라 뉴런의 연결 강도가 변하는 걸 뇌 가소성이라고 하잖아요? 옵시디언 사용자도 파일을 서로 연결하고 확장해 자신만의 지식 구조를 정교하게 만들어나갑니다. ‘옵시디언 가소성’을 부여한다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결국 옵시디언의 핵심은 ‘저장’이 아니라 ‘연결’입니다. 파일을 잘 보관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트와 노트, 자료와 생각을 이어 자기만의 지식망을 만드는 것이죠.
올여름, 이주현 기자는 옵시디언으로 자신의 세컨드 브레인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큰 맘 먹었습니다. ‘옵시디언 채굴 1편’에선 노트 정리법을 소개했는데요, 사실 노트를 만들다가 근본적 물음에 봉착했습니다. ‘옵시디언 가소성을 만들려면 노트들을 서로 연결해야 한다는데, 나는 ‘왜’ ‘무슨 목적으로’ ‘어떤 것을’ 연결하는 거지?’ 또, 노트를 만들어도 어떤 폴더에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감이 안 왔습니다.
그리하여, 이번 ‘옵시디언 채굴-2편’에서 다룰 주제는 두가지 입니다. △폴더-노트를 정리하는 보관함(볼트) 설계 △파일과 파일을 연결하는 이유, 즉 ‘나의 지식노트’ 정리 방법입니다.
폴더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죠. 일단 이주현 기자는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챗지피티와 더 고려할 점은 없는지, 중첩되거나 헷갈리는 점은 없는지 등을 의논해서 폴더를 설계했습니다. 각 폴더 이름과 그 의미와 하위 폴더 설명을 보시죠. (이주현 기자는 저 폴더 구조를 마크다운 파일로 만들어서 99_시스템 폴더에 넣어놨습니다)
00_수집함 ☞ 아직 판단하지 않은 자료와 메모, 받은 자료·웹클리핑·임시메모로 구분
10_나의 지식노트 ☞ 계속 쌓여가는 생각들, 제텔카스텐 방식으로 쓰는 내 생각, 하위 폴더 없음
20_프로젝트 ☞ 마감과 산출물이 있는 작업. 두런두런AI·지면 기사·사람과디지털포럼 등으로 구분
30_공부 ☞ 배우고 익히는 과정의 노트
40_즐거움더하기 ☞ 회복, 취미, 삶의 즐거움과 관련된 기록
50_원본자료 ☞ 남이 만든 원본 자료 이미지·문서·웹·음성·동영상 등
60_아카이브 ☞ 끝났거나 보류한 것.
90_첨부파일 ☞ 문서에 붙은 부속 파일. 이미지·문서·웹·음성·동영상 등. 단, 첨부 파일 무단 삭제하면 문서에 붙은 링크도 사라지므로 주의
99_시스템 ☞ 템플릿, 폴더 구조 설명, 대시보드, 체크리스트, 운영규칙 등 운영 도구들 보관

아, 잘 보세요! 지나치면 안 되는 폴더가 있습니다. 10_나의 지식노트.
이 대목에서, 잠깐, 소개할 분이 있습니다. 니클라스 루만(1927~1998년)이라는 독일 사회학자입니다. 행정 관료 출신인 그는 뒤늦게 학문을 시작해 41살에야 대학 교수가 되었는데요, 그는 30여 년 동안 70여 권의 책과 400여 편의 논문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생산성의 비결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그가 평생 관리한 약 9만 장 규모의 메모 상자, ‘제텔(메모)카스텐(상자)’(Zettelkasten)이었습니다. 제텔카스텐은 단순히 주제별 폴더를 만들어 메모를 넣는 방식이 아닙니다. 하나의 메모에 하나의 생각을 담고, 관련 있는 메모들을 서로 연결해 생각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제텔카스텐은 단순한 자료 관리가 아니라 인용, 출처, 관련 메모들을 기록하면서 반드시 자신의 아이디어를 담습니다. 자신의 생각이 담기지 않고, 온통 인용만으로 책을 써낼 순 없잖아요. ‘무’에서 갑자기 어느날 ‘유’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연결해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겁니다. 옵시디언은 기획·연구 등 콘텐츠 생산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한테 유용합니다. 아이디어가 가득 담긴 메모, 풍부한 자료가 있고, 더욱이 필요한 걸 빠르고 쉽게 찾아낼 수 있다면 너무 좋겠죠! 제텔카스텐에 대해 잘 소개한 유튜브 영상을 링크합니다.
거듭 강조하듯, 나의 지식노트는 나의 생각을 담아야 합니다. 이주현 기자로서는 그동안 익숙했던 정리 방법과 가장 다른 점이었습니다. 거듭거듭 강조하듯, 자료를 그냥 던져두면 덩어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료엔 자기 생각을 담고 이를 연결해야 합니다. 나의 지식노트 필수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메모를 생성한 날짜와 시간 △주제- 태그·키워드 △나의 생각 △출처 △연결문서.
이주현 기자가 만든 첫번째 나의 지식노트를 보시죠.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읽고,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앞서 웹클리핑해서 자료로 넣어뒀던, 김창익 카이스트대 교수의 기고문 ‘AI가 국가안보에 던지는 경고장’을 연결 문서로 링크했습니다.

저 위 화면을 보시면 오른쪽에 점들이 보이죠. 맨 오른쪽엔 이주현 기자의 옵시디언에 담긴 메모들의 링크가 보이고요, 그 옆엔 ‘AI는 의식을 가질 수 있다’와 ‘AI 가 국가 안보에 던지는 경고장’이 연결돼 있는 모습이 보이죠. 파일의 연결 상태를 구조화한, 시각적 우아함을 선사하는 그래프뷰 기능입니다.
옵시디언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멉니다. 템플릿 만들기, 연결과 확장, 플러그인 등등 메모 앱 기능만 해도 한참 남았습니다. 그래도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으니… 화이팅!
이주현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기자 edigna@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통제 불능’ 개표소 시위대…기자회견 아수라장, 기자 쫓아가 추격전
- 선관위 “송파구 투표용지 4만2000장 남아…분배 실패”
- 쿠팡, 6246억원 과징금 이유는…1117만명 데이터도 무단 수집
- 이 대통령 “EU에 철강 무관세 쿼터 우호적 고려 강력 요청”
- 트럼프 “토마호크 49발 공격” 이란 “호르무즈 폐쇄”…커지는 확전 우려
- 박지원 “‘정청래 나가라’는 게 대통령 뜻…지도부 총사퇴해야”
- “핸드폰 비밀번호 기억 안 나”…임성근 ‘국회 위증’ 1심 징역 1년6개월
- 체코전 앞둔 홍명보 “모든 준비 끝…베스트 11 정했다”
- ‘돌고래 무덤’ 거제씨월드…새끼 벨루가 태어난 지 3일 만에 죽어
- ‘유퀴즈’ 젠슨 황 “이재용·정의선·최태원 중 찐친?”에 “너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