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중재국’ 자처한 오만, 트럼프·걸프국 눈엣가시 됐다

배시은 기자 2026. 6. 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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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이 2025년 4월 25일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교장관과 만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재국’ 오만이 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미국과 다른 걸프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전쟁으로 중동 역내 긴장이 고조되는 중 오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표적이 되고 걸프 지역 국가들과도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중 하나인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란과 마주 보고 있다. 오만은 수십년간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으며 다른 걸프국가와 달리 이란과도 개방적인 외교 관계를 맺어왔다. 오만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주변 강대국과 달리 중립적인 입장을 강조한 ‘조용한 중재국’으로 자리 잡아 왔다.

오만은 전쟁으로 인해 주변 국가들이 공습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피해를 보고 있는 중에도 거의 공격을 받지 않았으며 실리를 취했다. 아라비아해와 맞닿아 있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석유를 수출할 수 있었던 오만은 올해 1분기에도 정부 수입이 13% 증가했다. 또한 UAE로 들어오던 물류들도 최근 오만의 항구를 통해 들어온 후 육로로 운송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겠다는 이란의 구상에 협력할 경우 오만에 군사 행동을 감행할 것이라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내각 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과 오만이 함께 감독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오만은 다른 나라처럼 행동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그들을 폭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오만의 관계가 악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12일 전쟁’부터라고 NYT는 짚었다. 당시 오만이 중재하던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좌초됐으며, 이번 전쟁 직전에도 오만은 양국 간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만이 중재에 나섰음에도 미국이 두 차례 이란을 공격하면서 오만 측의 좌절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편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교장관은 지난 3월 미국을 향해 “자국 외교 정책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고 비판했고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만을 키웠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걸프국가들은 오만이 이란에 관해 지나치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보고 있다. 오만은 지난 3월 걸프국 중 유일하게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에게 선출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3일 쿠웨이트 국제공항에 대한 이란의 무인기(드론) 공격이 벌어졌을 때도 오만은 이란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지역 안보를 훼손하는 모든 군사 행동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바데르 알사이프 쿠웨이트대 교수는 “오만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금은 모호함이 허용되는 시대가 아니다. 모두가 자신의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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