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코스피 76조 팔았는데…해외선 K-종목 ‘2배 ETF’ 확산
반도체 넘어 자동차·방산·전력기기…K-주식 상품화 경쟁 본격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24거래일 동안 76조원 넘게 주식을 덜어낸 사이 해외에서는 한국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코스피 급등에 따라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한국 주식 비중을 기계적으로 낮추고 있지만, 해외 ETF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확인된 투자 수요가 자동차와 방산, 반도체 장비·부품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투자 주체와 자금의 성격은 다르지만, 한국 증시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지수와 개별 종목 단위로 나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4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총 76조5500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매도세의 배경에는 코스피와 대형주의 급등에 따른 기계적인 리밸런싱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글로벌 패시브 펀드의 포트폴리오 내 한국의 비중이 높아지자 이를 조정하기 위한 매도 물량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은 한국과 대만, 중국 등의 국가별 비중과 개별 종목 비중을 지수에 맞춰 조정한다"며 "한국 증시,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이 높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커졌고 이를 줄이는 매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해외 ETF 시장에서는 한국 대표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확보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SK스퀘어, 삼성전기, 현대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등의 하루 주가 상승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신고서가 잇달아 접수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외국인 자금은 패시브 펀드나 국부펀드 등 기관 자금일 수 있고, 해외 단일종목 ETF의 수요층은 미국과 홍콩, 일본 등의 개인투자자가 중심"이라며 "기관은 지수 비중을 줄이는 반면 개인은 선호 종목에 접근하는 투자 수요의 분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CSOP가 앞서 선보인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의 높은 수요도 후속 상품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해외 운용사와 홍콩 금융회사들이 해당 상품의 흥행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의 한국 주식 수요를 확인하면서 추가 상품 출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제충 CSOP자산운용 상무는 "SK하이닉스 2배 상품에 대한 높은 수요가 글로벌 운용사와 홍콩 금융기관의 주목을 받았다"며 "한국 주식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단일종목 레버리지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한국 투자 ETF가 주요 해외 증시에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와 자산운용사들의 관심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는 반도체 관련 기업에 집중돼 있지만, 삼성전기와 효성중공업 등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확대의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을 선제적으로 살펴보는 해외 투자자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확산이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 현물을 편입하는 상품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인 통합계좌와 역외 원화 거래 등 국내 투자 인프라가 개선되면 해외 운용사들의 한국 주식 직접투자 문턱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무는 "파생상품으로 구성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한국 주식 직접투자 체계를 갖추지 않은 해외 운용사도 상대적으로 빠르게 출시할 수 있다"며 "투자 인프라가 개선되면 향후 한국 주식 현물을 직접 편입하는 ETF로 상품과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단일종목 ETF 출시가 곧바로 국내 증시로의 현물 자금 유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해외 투자자의 직접투자 접근성 확대와 함께 한국 기업의 실적 성장, 주주환원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과 자본시장 제도 개편이 맞물릴 경우 국내 증시 전반의 재평가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 외국인 투자 접근성 확대가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위한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상무는 "기업 실적 개선과 밸류업, 지배구조 개선 등 정책적 노력이 맞물리면 해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접근성과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가 선진시장 지수 편입의 기반으로 이어진다면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