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통영시장 351억 민생지원금…‘재정 알박기’ 논란에 시의회 제동
예산도 전액 삭감…예비비 전환

속보=경남 통영시의 자체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는 가운데(부산일보 6월 11일 자 12면 등 보도), 이달 말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두고 350억 원 규모 지방 재정 집행을 강행하려던 천영기 시장 계획이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적 근거가 될 조례안과 재원이 될 예산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될 처지다. 하지만 본회의에서 의장이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할 기회가 남은 데다, 표결 시 천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이 과반인 탓에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영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11일 열린 제243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통영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을 심사 ‘보류’했다. 여야 의원들은 지원금 지급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지급 시기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산건위는 위원장 포함 국민의힘 3명, 민주당 2명, 무소속 1명 구성이다. 이중 국민의힘 김미옥 의원은 병원 진료로 인해 불참했다.
국민의힘 박상준 의원은 “경제가 어려울 때 예산집행을 신속히 해서 지역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만큼 민생지원금은 적기에 지급해야 한다.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시기적으로 빨리 지급하는 것이 민생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김혜경 의원은 “과연 정당성이 있는가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선거를 통해 12만 시민이 선택한 새로운 시장이 임기 시작을 앞두고 있고 금액은 상이하나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면서 “새로운 시장 임기와 함께 방법과 절차에 대해 새롭게 논의해야 한다”고 맞섰다. 무소속 전병일 의원도 “당장 경남도민지원금, 고유가지원금으로 엄청난 예산을 부담하고 있다. 30만 원 지원금이 실질적으로 시민 인생을 바뀐다거나 큰 사업을 한다거나 은행 독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금액도 아니다”며 반대했다.
결국 지난한 갑론을박 끝에 최미선 의원이 ‘조례안 보류 동의안’을 제출했고 거수 표결 결과, 찬성 3표, 반대 2표로 가결됐다. 조례안과 함께 제출된 관련 예산 351억 원도 전액 삭감해 예비비로 돌렸다.
조례와 예산 모두 처리가 불발됐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상임위에서 보류되거나 부결된 의안이라도 의장 권한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배도수 의장은 천 시장과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삭감된 예산안 역시, 본회의 상정 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계수조정을 통해 부활할 수 있다.
시의회는 12일 오후 2시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조례안과 추경안 처리 여부를 최종 심의, 의결한다. 본회의 표결 시 국민의힘이 과반이라 통과 가능성이 높다. 현재 통영시의회는 국민의힘 8석, 민주당 4석, 무소속 1석 구성이다. 다만 예결위는 국민의힘 3석, 민주당 2석, 무소속 1석이다. 가부 동수는 부결로 치는 만큼, 예산까지 부활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한편, 통영시 민생회복지원금은 천영기 시장의 6·3 지방선거 핵심 공약이다. 지급액은 전 시민 인당 30만 원, 대상은 통영시에 주민등록을 둔 주민과 결혼이민자, 영주권자 등 총 11만 6000여 명이다.
재원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한다. 이 기금은 안정적인 지방 재정 운용과 대규모 재난, 지역 경제 악화 등 긴급한 상황에 사용하려 적립해 둔 일종의 ‘비상금’이다. 작년 말 기준 748억 원 남았다.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에 따라 최대 50%까지 사용할 수 있다.
관건은 지급 시기다. 재선을 자신하던 천 시장은 앞서 지원금 지급 시기를 ‘6월 20일부터’로 못 박았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일이 꼬였다.
민주당 강석주 당선인 역시 지원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인당 33만 원으로 금액만 다를 뿐 지원 대상과 재원은 동일하다. 강 당선인은 7월 1일 민선 9기 출범과 동시에 관련 절차를 진행해 8월 중 전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때문에 이번 임시회에서 조례안과 예산안이 원안 가결돼 천 시장이 먼저 집행해 버리면 강 당선인 시정은 첫 단추부터 어긋나 동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이에 통영시의회 민주당 현직 의원과 제10대 당선인 일동은 전날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민심을 거스르는 임기 말 ‘재정 알박기’를 중단하고 민선 9기 출범 후 정상 절차를 통해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