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치맥 대신 ‘점심 회식 응원’”…북중미 월드컵이 바꾼 대구의 점심 풍경
대구 대형 식당가, 월드컵 경기 당일 ‘점심 예약 완료’ 폭주
직장인들 “오전 관람 후 점심 회식”…시차가 낳은 새로운 ‘낮 월드컵 특수’

"야간 치맥 대신에 '점심 회식'이 뜬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경기의 시차 여파로 국내 응원문화와 유통·외식업계의 지형도가 통째로 바뀌고 있다. 한국대표팀 경기 시간이 오전 10시 또는 11시로 잡히면서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앞당겨 식당에서 경기를 즐기는 '점심 회식 응원'이 새로운 월드컵 소비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불황에 신음하던 골목상권에 월드컵이 가져온 뜻밖의 '낮 특수'로 들썩이고 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시간 기준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 모두 오전 10시와 11시에 편성됐다. 이로 인해 퇴근 후 치킨에 맥주를 즐기던 전통적인 '월드컵 특수'는 기대하기 힘들어졌지만, 도심 대형 식당가를 중심으로 뜻밖의 '낮 대목'이 터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가장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난 곳은 대형 스크린이나 독립된 공간을 갖춘 대구지역 대형 고깃집과 한식당들이다. 수성구 들안길과 동구 신천동 일대의 대규모 식당의 경우 한국 대표팀이 체코 대표팀과 벌이는 월드컵 첫 경기일인 12일 점심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수성구에서 200석 규모의 한우·돼지고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보통 평일 점심에는 인근 직장인들이 간단한 식사 메뉴를 찾기 마련인데, 이번 월드컵 경기일에는 2~3주 전부터 '대형 TV가 잘 보이는 자리가 있느냐', '부서원 30명이 들어갈 방이 있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다"며 "당일 점심 예약은 이미 만석이라, 예약 주문에 맞추기 위해 식재료 수급에 집중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지역 일부 기업들은 점심시간을 한 시간 가량 앞당기거나, 식당을 통째로 빌려 직원들이 월드컵 경기를 단체로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달서구에 위치한 제조업체 A사의 최모(40) 대표는 "평소 오전 11시부터는 업무 집중도가 다소 떨어지는 시간대라는 점에 착안해, 경기일에는 오전 근무를 일찍 마치고 인근 고깃집을 빌려 점심 회식 겸 단체 응원을 기획했다"며 "퇴근 후 개인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되니까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최근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선배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계기도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식당을 빌리는 대신에 치킨이나 피자 등을 주문해 회사 대회의실에서 삼삼오오 모여 응원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수성구의 IT 전문기업 B사에 근무하는 성모(31)씨는 "원래 매주 금요일마다 외부에서 점심 회식을 하는데, 월드컵 경기일에는 대회의실에 다 같이 모여 배달 음식을 먹으며 응원하기로 했다"며 "동료들과 함께 축구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라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의 경제 전문가들은 장기화된 내수 침체와 고물가로 얼어붙은 골목상권에 이번 월드컵 '점심 응원문화'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야간에 집중됐던 이전의 월드컵 특수가 낮 시간대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객단가가 높은 저녁 장사에 어려움을 겪던 대형 외식업체는 물론, 식후 음료를 찾는 인근 카페 등 주변 상권까지 연쇄적인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황으로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이나 외식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비교적 비용부담이 적은 '점심 회식' 형태의 응원문화는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며 "침체된 지역 외식업계가 이번 월드컵 '낮 대목'을 계기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나아가 꽁꽁 얼어붙었던 전반적인 소비심리 회복으로 이어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진단했다.
김정원 기자 k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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