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프리즈·아트바젤…아트페어가 서로 손잡는 이유

아르떼 2026. 6. 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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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박준수의 아트페어 길라잡이
아트페어 상부상조
'판매'에서 '연결'의 플랫폼으로 변화하는 아트페어
서울 미술시장의 다음 과제는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3월 아트바젤 홍콩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아트오앤오, BAMA, 화랑미술제, 루프 플러스, 프리뷰까지 아트페어가 줄줄이 이어졌던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해외 아트페어 관계자 초청 프로그램 ‘Dive into Korean Art: Galleries in Seoul’을 진행했다.

아트바젤 홍콩, 프리즈 아부다비, 아트 센트럴, 도쿄 겐다이, 아트 타이페이, 언타이틀드, 엑스포 시카고, 아시아 나우 등 총 8개의 해외 아트페어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았다. 이들은 서울 주요 화랑 19곳을 방문하고, 컨버세이션즈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관계자들과 아트페어, 미술시장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패널들은 단순히 시장 규모나 판매 이야기를 넘어, 비서구 미술시장의 성장, 로컬리티의 글로벌 확장, 아트페어의 큐레이션 강화, 그리고 독립적 플랫폼 간 협업 구조에 대해 이야기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다양한 아트페어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인 장면 그 자체다. 겉으로 보기엔 전 세계 아트페어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 참가 갤러리를 유치해야 하고, VIP 컬렉터를 끌어와야 하며, 결국 글로벌 시장 안에서 각각의 아트페어 브랜드가 가진 영향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긴밀하게 상호 협력이 이루어진다. 적어도 실무자선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의외일 수도 있지만 글로벌 아트페어 업계는 생각보다 좁다. 국내는 정말 더 좁아서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페어 지원사업 발표를 가면 모두 아는 얼굴인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디렉터와 VIP 담당자, 갤러리 릴레이션 실무자들은 대부분 서로를 알고 지낸다. 겉으로는 경쟁 관계지만 실무 차원에서는 오히려 서로의 성공이 중요해지는 구조에 가깝다.

실제로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의 동시 개최는 좋은 사례다. 외적으로는 경쟁 구도처럼 보이지만, 지금은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공동의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VIP 프로그램과 각종 토크 프로그램, 미술관 연계 행사, 도시 차원의 아트위크 운영까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서울아트위크’로 작동한다. 해외 컬렉터 입장에서는 키아프만 보러 오거나 프리즈만 보러 오는 것이 아니라, 서울 전체를 경험하러 오는 셈이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한 친목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가장 현실적인 부분은 참가 갤러리에 대한 베네핏 제공과 홍보 협력이다. 과거 한국, 대만, 홍콩, 일본, 싱가폴, 인도네시아 등 유력하고 영향력 있는 갤러리 협회가 APAGA(Asia-Pacific Art Gallery Alliance)를 구성했을 당시, 참가국 간에 서로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면 한국화랑협회 회원 갤러리가 아트 타이페이에 참가하거나 반대로 대만화랑협회 회원 갤러리가 키아프에 참가할 경우 부스비 할인이나 호텔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참가 장벽을 낮추고 서로의 시장에 자연스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트페어 간에 특별 섹터를 함께 구성하는 방식도 있다. 최근 ‘키아프’와 ‘프리즈’와의 관계를 확장하여 나간 ‘키아프 인 엑스포 시카고’가 그렇고, 과거 ‘코리안 아트쇼’라는 이름으로 2010년 뉴욕을 시작으로 2015년 마이애미로 옮겨 진행되었던 프로젝트 역시 현지 아트페어와의 협조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아트 마이애미와 컨텍스트 마이애미는 한국 갤러리들을 하나의 특별 섹터 형태로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는 단순한 국가관 수준의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갤러리들을 글로벌 시장 안으로 편입시키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이었고, 아트페어 간의 긴밀한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에는 이런 움직임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조형아트서울과 오사카의 Study를 통한오사카 엑스포와의 협력, 아트 자카르타와 더프리뷰(AML)의 교류, 도쿄 겐다이와 아트부산 사이의 네트워크 역시 같은 흐름 안에 있다. 단순히 참가 갤러리를 교환하는 수준이 아니라, VIP 프로그램과 컬렉터 네트워크, 큐레이터 초청 프로그램, 도시 문화기관 연계까지 확장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교류는 현재는 문체부와 예경의 지원사업 덕분에 가능하다는 것이 민간 단체의 한계로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오늘날 아트페어가 더 이상 단순한 ‘판매 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아트페어는 도시의 문화 인프라와 연결되고, 관광 산업과 연결되며, 컬렉터 네트워크와 기관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는 거대한 플랫폼 산업에 가까워졌다. 혼자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러한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아시아는 아직 시장 구조가 완전히 고정되지 않았다. 서울, 홍콩, 타이페이, 도쿄, 자카르타, 싱가포르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각 도시가 가진 컬렉터층과 제도, 문화적 맥락도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만으로는 시장을 키우기 어렵다. 오히려 서로의 컬렉터와 갤러리, 기관을 연결하며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방식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아트페어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collaboration”과 “location”이다. 며칠 전 열린 아트부산은 ‘글로컬’이라는 재미있는 슬로건도 내놓았다. 예전처럼 단순히 더 많은 갤러리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플랫폼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글로벌 메가 페어인 아트바젤조차 도쿄와 함께 아트위크도쿄를 진행하는 것을 보아도, 독자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보다 지역 플랫폼과 협력하고 독립 큐레이터 섹터를 받아들이며 신생 페어와 교류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아트페어 산업은 더 이상 누가 더 큰 부스를 만들고 더 많은 갤러리를 모으느냐의 경쟁만으로 움직이지 않는지도 모른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도시와 연결되고, 어떤 로컬 생태계와 관계를 맺으며, 어떤 네트워크를 구축하느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초청 행사가 아니라 서울이 글로벌 미술시장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장면처럼 느껴졌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아쉬웠던 점이 있다. 2021~2022년을 거치며 한국 미술 시장이 급하게 팽창하고, 프리즈 서울과의 동시개최로 키아프 역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을 때 이런 교류를 더욱 확장하고, 네트워크를 돈독하게 꾸려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오히려 너무 많은 갤러리의 참가 신청이 쏟아져 들어오고, 심지어 해외갤러리조차 직접 찾아다니며 참가 신청을 독려하지 않아도 알아서 신청이 들어오다 보니, 이것이 프리즈와의 동시개최가 계속되는 한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그런 관계를 소홀히 한 것이 최근에 해외 갤러리 참여가 저조해진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제라도 좋은 관계를 지속했던 여러 해외 아트페어들과 다시금 소통의 창구를 열고, 상호 협력할 수 있는 열린 플랫폼을 만들어 간다면, 그 연결해가는 과정 속에서 단편적인 한 두개의 아트페어 뿐만 아니라 서울의 미술시장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미술시장의 중요한 허브 중 하나로 자리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준수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