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지배구조 톺아보기] 신일전자, 전자투표·집중투표제 '모두 외면' 90% 소액주주 '들러리'

고예인 기자 2026. 6. 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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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투표·집중투표제·CEO 승계정책 모두 부재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 13.3%…코스피 평균 47.8% 크게 밑돌아
주총 집중일 개최·사외이사 의장 미도입에 감사 독립성도 미흡
신일전자 서울 선유도 사옥 모습. 신일전자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소액주주 지분 88.76%를 보유한 신일전자가 정작 전자투표와 집중투표제,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 사업연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분석 결과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13.3%에 그쳤다.

11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신일전자는 2025 사업연도(2025년 1월 1일~2025년 12월 31일)를 대상으로 작성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지난 1일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15개 지배구조 핵심지표 가운데 단 2개 항목만 충족했다. 준수율은 13.3%로 올해 코스피 상장사 평균인 47.8%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신일전자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11.24%에 불과하다. 반면 소액주주 지분율은 88.76%에 달한다. 사실상 일반 투자자들이 회사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핵심 제도는 상당수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주주가 9할인데…전자투표도 집중투표제도 없다

신일전자는 올해 정기주주총회를 3월 30일 개최하면서 소집공고를 19일 전에 실시했다. 한국거래소가 권고하는 '주주총회 4주 전 공고'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회사 역시 보고서에서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주주 참여 확대를 위한 전자투표제도 도입하지 않았다. 최근 주요 상장사들이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 편의를 높이기 위해 전자투표를 확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주주총회 운영 방식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신일전자는 최근 3년 연속 주주총회 집중일에 정기주총을 개최했다. 여러 기업의 주총이 동시에 열리는 집중일 개최는 주주들의 참여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배당 정책의 예측 가능성도 부족했다. 신일전자는 현금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았고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 역시 별도로 주주에게 통지하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올해 주당 배당금은 20원이었지만 투자자가 사전에 배당 규모와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평가다.

▲ CEO 승계정책도 공백…이사회 견제 기능 미흡

이사회 독립성 역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일전자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경영진을 감시·견제해야 할 이사회가 대표이사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지배구조 기준에서 대표적인 견제와 균형 장치로 꼽힌다.

소액주주의 이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집중투표제도 채택하지 않았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액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권 보호 장치다.

최고경영자 승계 체계도 사실상 공백 상태다. 신일전자는 보고서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경영진 유고 상황이나 갑작스러운 경영권 교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장치가 없다는 의미다.

또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의 임원 선임을 방지하기 위한 별도 정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감사 독립성·이사회 다양성도 과제

감사 기능 역시 미흡한 수준에 머물렀다. 신일전자는 독립적인 내부감사 전담조직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내부감사기구가 경영진 참석 없이 외부감사인과 분기별 회의를 개최하는 절차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보고서에서 "전담조직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분기별 정기적인 회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다양성 측면에서도 한계를 드러냈다. 현재 신일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전원이 동일 성별이다. 여성 이사는 한 명도 없다.

신일전자는 향후 주총 집중일을 피하고 전자투표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부분의 미준수 항목이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질적인 거버넌스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신일전자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11% 수준에 불과한 반면 소액주주 비중은 90%에 육박한다"며 "이럴수록 주주 참여 확대와 이사회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지만 현재 공시 내용만 보면 주주권 보호 수준은 상당히 미흡한 편"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의무가 코스피 전 상장사로 확대된 가운데 신일전자의 사례는 형식적 공시를 넘어 실제 주주권 보호와 거버넌스 개선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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