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진정한 브랜드 경쟁력, 사람에 대한 공감에서 나온다”

안옥희 2026. 6. 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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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

[비즈니스 포커스]

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포털 검색 대신 AI에 묻는 시대,
이제 상품 노출이 아닌 ‘AI에게 어떻게 발견될 것인가’가 브랜드의 생존 조건이다


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

인공지능(AI)의 폭주 속에서 기존의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은 이미 파괴됐다. 소비자가 포털 검색 대신 AI에 직접 질문하고 답을 얻는 시대, 기업은 상품 노출이 아닌 ‘AI 환경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발견될 것인가’라는 근본적 생존 질문에 직면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의 문지훈 한국법인 대표는 “기술의 고도화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AI 생태계에 어떻게 이식하느냐가 핵심”이라며 “기업의 체급이 커질수록 시장이 요구하는 윤리적 기준과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잣대도 엄격해진다”고 진단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50개 브랜드 순위인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콘퍼런스에서 인터브랜드가 제시한 ‘Steel Heart? Still Heart’ 테마 역시 AI 시대에도 진정한 브랜드 경쟁력은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Still Heart)에서 나온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한다.

톱50 브랜드 가치 총액이 가치 평가 이래 처음으로 전년 대비 역성장(1.6% 감소)하며 231조원 규모로 감소한 대전환기, 문 대표를 만나 국내 대표 브랜드들의 가치 변동 원인과 새로운 시대의 전략적 관점을 들었다.

2026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톱10. 그래픽=송주연 기자

-올해 대한민국 톱50 브랜드의 총가치가 1.6% 역성장하며 정체 흐름을 보였다.

“평가 시점상의 영향이 지대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 데이터를 기준으로 진행됐다. 고물가·고금리 등 국내외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변수, 관세 이슈 등이 자산 가치 평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올해 들어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있고 증시 분위기도 회복 흐름을 타는 모양새다. 지난해 축적된 리스크가 반영된 결과일 뿐 올해의 실적 개선세가 투영되는 내년에는 브랜드 가치 성장폭이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9위)는 브랜드 가치가 34.8% 급등했고 삼성전자(1위)는 7.4%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비즈니스 퍼포먼스가 뒷받침됐다. 흥미로운 대목은 SK하이닉스가 B2B 기업이라는 점이다. 통상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 접점이 많은 B2C 기업이 유리하지만 SK하이닉스는 단순 반도체 공급사를 넘어 AI 생태계를 최적화하는 대체 불가능한 플레이어로 안착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하락은 글로벌 평가와의 데이터 일관성 유지 과정에서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반도체 다운사이클 성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된 결과다. 올해 초부터 본격화된 온디바이스 AI와 가전 부문의 성과가 온전히 투영되지 못한 시점상의 영향이 크다.”

-네이버(5위)와 LG전자(4위)의 순위가 뒤바뀌었고 쿠팡(14위)과 SK텔레콤(10위)은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변동성이 극대화된 시장에서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했느냐가 희비를 갈랐다. 네이버의 부진이라기보다 LG전자의 시의적절한 전략이 주효했다. 역대 최대 매출 등 재무적 성과와 더불어 기술 자체를 과시하는 대신 ‘공감 지능’이라는 따뜻한 이미지를 이식한 차별화가 돋보였다. 반면 쿠팡 등은 정보 유출 사태 이후 미흡한 대응 체계가 치명타였다. 브랜드 평가의 핵심축인 신뢰(Trust)와 정서적 유대감(Affinity)이 동시에 붕괴한 사례다. 기업의 체급이 커질수록 시장이 요구하는 윤리적 기준과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잣대도 엄격해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지훈 인터브랜드 한국법인 대표. 사진=서범세 기자

-올해 은행·증권 등 금융 브랜드 전반이 강세를 보인 배경은 무엇인가.

“수익성 개선과 자금 이동의 영향이다. 은행들은 전체 수익성이 이전보다 좋아졌고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융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밀어 올렸다. 주목할 대목은 내년이다. 향후 증권사들의 성장세가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증시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전체 거래량과 계좌 개설이 늘어나는 추세다. 거래 활성화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 등 증권사 수익 구조상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LG생활건강(26위)은 전년 대비 26% 감소하며 가장 큰 하락폭(5계단 ↓)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실적 둔화 영향이 크다. 특히 중국 시장과 면세 채널 의존도가 높았던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처럼 여전히 자산 가치가 큰 대표 브랜드 한 두개를 먼저 성공적으로 재활성화해 시장 인식을 바꾸고, 이후 전체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AI 패러다임 전환기 속에서 기업들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브랜드 전략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브랜드 엔지니어링’이다. 생성형 AI 환경에서는 기업 정보가 AI에 얼마나 잘 발견되고 어떤 맥락으로 인용되는지가 생존을 결정하므로 신뢰도 높은 데이터 설계가 필수적이다. 둘째는 AI가 실시간 맥락을 파악해 대응하는 ‘적응형 고객 경험’이며 셋째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백만 명에게 각기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초개인화’다. 미국의 합법적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가 AI로 브랜드 콘셉트와 연결된 광고를 제작해 젊은층을 사로잡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넷째는 AI를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창의성을 증폭시키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기술의 고도화보다 브랜드 정체성과 연결되는 방식이 본질이다.”

-단순한 기술 과시나 ‘우리도 AI를 쓴다’는 메시지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기 어렵다.

“중요한 건 AI를 썼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왜 이 브랜드가 이런 맥락에서 AI를 활용했는지가 소비자에게 이해돼야 한다. 즉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 정서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 향후 살아남을 브랜드와 도태될 브랜드를 가르는 기준도 여기에 있다. AI는 엄청난 속도와 효율을 제공하지만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성을 정하는 건 결국 사람의 역할이다. AI가 빠르게 답을 내놓을수록 사람은 더 깊이 고민하고 책임감 있게 판단해야 한다. 기술과 인간의 방향성이 얼마나 잘 결합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다.”

-AI 기술의 가파른 변동성 속에서 브랜드 가치 평가 방식에도 변화가 있나.

“실제로 평가의 난도가 이전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AI 산업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플랫폼까지 변동성이 매우 크다. 지금처럼 변화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는 단순히 AI 기술을 도입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기업이 AI를 얼마나 빠르게 실제 고객 경험에 적용하고 사업 성과로 연결하고 있는지를 평가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보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AI 공존 시대 속에서 기업 간 브랜드 가치와 순위 변동폭도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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