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부정행위 막겠다더니 전국 인터넷 마비”…튀니지의 극단 처방

백민정 기자 2026. 6. 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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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4일 튀니지 튀니스에서 고등학생들이 바칼로레아 시험을 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튀니지 정부가 대학입학 자격시험 기간 부정행위를 막겠다며 사실상 전국 인터넷 속도를 떨어뜨리는 초강수를 뒀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시험장 주변에 설치한 전파 방해 장비가 전국 통신망에 영향을 주면서 메신저와 인터넷 전화, 파일 전송 등이 광범위하게 마비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튀니지에서는 대입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가 진행된 지난 일주일 동안 당국이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전파 방해 장비를 운용하면서 전국적인 인터넷 장애가 발생했다. 왓츠앱 메시지 전송은 물론 문서 수신도 어려울 정도로 통신망이 불안정해졌으며, 시험이 끝난 이 날까지도 일부 지역에서는 연결 문제가 이어졌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시민은 페이스북에 “일주일 후면 모두가 잊어버릴 시험에서 소수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수천 명의 사람과 기업들을 차단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튀니지 독립언론 라슈마의 타메르 메키 대표는 “국가 운영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부정행위 방지보다 경제 활동 위축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도입된 교육제도의 영향으로 바칼로레아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이자 대학 진학을 좌우하는 국가적 시험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응시생은 약 16만2000명에 달한다.

튀니지에서 바칼로레아는 단순한 시험을 넘어 사회적 행사로 여겨진다. 합격을 기대한 부모들이 집을 새로 단장하거나 친척과 이웃을 초대해 축하 행사를 준비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경쟁은 치열하다. 지난해 본시험 합격률은 37%에 그쳤고 재시험까지 포함해도 50%를 겨우 넘었다. 같은 해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90%를 넘은 것과 대조적이다.

높은 경쟁률 탓에 첨단 전자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도 확산하고 있다. SNS에서는 초소형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 안경, 전자장치가 내장된 펜 등을 묶은 이른바 ‘바칼로레아 키트’ 판매 광고가 성행한다. 일부 제품은 전파 방해 장비까지 우회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튀니지 당국은 부정행위 조직을 적발하며 단속을 강화해 왔다. 중서부 실리아나 지역에서는 시험 중 무선 이어폰을 소지한 혐의로 18~19세 학생 9명이 체포돼 구금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험 첫날인 지난 3일 철학 시험 시작 직후 메신저 단체방에 문제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르몽드는 “당국이 인터넷 차단과 대규모 단속이라는 강수를 두고 있지만 시험 문제 유출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며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과도한 조치가 오히려 국가 전체의 디지털 경제와 사회 활동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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