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비밀번호 모른다”…임성근 ‘국회 위증 혐의’도 1심 실형

최혜린 기자 2026. 6. 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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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기적적으로 기억났다”
재판부 “상식에 반하는 주장”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초한샘빌딩에 차려진 이명현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방문했지만 출입문이 닫혀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모 상병 순직사건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11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사단장의 선고공판을 열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위증한 혐의, 이른바 ‘구명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만난 적 없고 알지도 못한다고 허위 발언한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 전 사단장은 2024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된 또 다른 인물 송모씨를 해병대 쌍룡훈련에 초청한 적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있다.

구명로비 의혹은 임성근 전 사단장이 채 상병 순직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이종호 전 대표에게 자신의 구명을 부탁했고, 이후 임 전 사단장이 핵심 피의자에서 빠졌다는 내용이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의 친분관계를 확인했지만 ‘김 여사 등에 구명 청탁이 전달됐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파악하지 못해 위증 혐의로만 기소했다.

이날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사고 당시 쓰던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급하게 설정한 것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지난해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하자 ‘기적적으로 기억났다’며 직접 제출한 것을 두고 “상식에 반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이 2024년 1월 최초 압수수색을 받은 뒤로 총 5차례 비밀번호를 바꿨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근거로 들며 “(비밀번호 변경을 위해) 수차례 틀리지 않고 입력한 비밀번호를 1년9개월 동안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국감에서 증언할 당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23자리 비밀번호를 3일만에 기억해냈다는 주장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이종호 전 대표와 관련한 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데는 배우 박성웅씨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박씨는 지난 4월 이 사건의 증인으로 나와 2022년 8월쯤 술자리에서 이 전 대표가 임 전 사단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우리 사단장’이라고 부르며 포옹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 이 술자리 이후에도 채 상병 사건 수사 상황 등을 공유하며 지속적으로 교류해왔다고 봤다.

송씨와 관련한 위증 혐의와 관련해서는 “피고인은 이종호 전 대표와 연결돼있는 송씨와의 관계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훈련에 초청한 인물을 ‘사령부가 초대한 것’이라고 허위 증언을 했다”며 “사단장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 열린 행사에 자신의 명의로 직접 초청한 외부 인사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의 변호인은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을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로 지난달 8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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