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신, 잊고 있던 ‘버디 본능’ 깨웠다..제주 강풍 뚫고 버디 10개 폭발
지난주 문동현·장유빈과 동반 플레이, 공격 본능 살아나
“내일도 공격적으로”..4년 만의 우승 향한 도전

(MHN 제주, 김인오 기자) 제주 서귀포의 강한 바람 속에서도 박은신의 샷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을 즐기듯 공격적으로 핀을 공략했고, 오랜만에 되찾은 버디 감각은 하루 동안 무려 10개의 버디로 이어졌다.
박은신은 11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KPGA 투어 ‘KPGA 클래식 with 아임비타’ 1라운드에서 버디 10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하며 19점을 획득했다. KPGA 투어 유일의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첫날 오전조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우승 경쟁의 중심에 섰다.
제주 특유의 거센 바람은 선수들에게 가장 큰 변수였다. 여기에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의 그린은 대부분의 제주도 골프장이 그렇듯 한라산 방향으로 흐르는 미세한 경사, 이른바 ‘한라산 라이’로도 유명하다. 방향을 잘못 읽으면 짧은 퍼트도 쉽게 홀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박은신은 바람과 그린을 모두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유일한 아쉬움은 마지막 18번 홀이었다. 이날 보기 하나를 기록한 홀이다.
박은신은 “18번 홀은 넓은 홀인데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는 바람 때문에 까다로웠다”며 “어렵지 않은 홀이라고 생각했는데 티샷부터 실수가 나왔다. 피칭웨지로 친 샷이 너무 높게 떠 바람을 타고 해저드 구역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은신은 원래 공격적인 스타일의 선수였다. 2010년 K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22년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우승은 과감한 승부욕과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빛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KPGA 투어 17년차. 1990년생인 그는 어느새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시드권 유지와 안정적인 성적에 무게를 두면서 플레이 스타일도 조금씩 보수적으로 변했다.
박은신은 “지난주 KPGA 선수권대회 3라운드에서 문동현, 장유빈 선수와 함께 경기했는데 젊은 선수들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깨닫고 또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박은신은 “해가 갈수록 나도 모르게 안정적인 스타일로 바뀌었는데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젊은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박은신 역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략을 명확히 세웠다.
그는 “이 대회는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는 대회”라며 “마음가짐을 바꾼 것이 도움이 됐다. 특히 파5 홀에서는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이글까지 노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글은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22년 시즌 2승 이후 어느덧 4년 가까이 우승 소식이 없다. 하지만 그는 조급함보다는 흐름에 집중하고 있었다.
박은신은 “매 대회마다 우승 욕심은 있다. 작년에도 전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고 올해도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며 “그래도 앞선 7개 대회 중 5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했다. 상위권만 바라보면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사흘이 남았다. 출발은 좋지만 여전히 넘을 고비가 많다는 얘기다. 박은신은 제주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중요하고 했다. 그는 “내일은 오후 조라 바람이 더 강할 수도 있다”며 “결국 바람과 싸움을 해야 한다. 그래도 오늘처럼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생각이고 퍼트에도 더 신경 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 주에는 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인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이 기다리고 있다.
박은신은 “스폰서 대회를 앞두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다음 주까지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체력 관리에 대한 질문에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음식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며 “이제는 운동을 통해 체력 관리를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17년차 베테랑은 어느새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공격성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후배들에게서 배운 도전 정신은 다시 그의 스윙을 바꿔놓고 있다. 한라산 라이와 강풍을 이겨내며 터뜨린 10개의 버디는 단순한 호조가 아니라, 박은신이 다시 자신의 골프를 찾아가는 과정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사진=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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