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유미 검사 ‘강등’ 인사처분 취소 판결…“자발적 사직 유도로 보여”

임현경 기자 2026. 6. 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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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매우 이례적 전보 인사”
“강등이나 사실상 강등은 아냐”
정유미 대전고검 검사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인사명령 처분 취소 1심 선고 직후 기자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유미 대전고검 검사가 대검검사급(검사장)에서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로 사실상 강등된 인사 발령이 부당하다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불복 소송 1심에서 이겼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는 11일 정유미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법무부의 인사 명령 처분을 취소한다”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 검사는 지난해 12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 났다. 검사장급에서 차장검사급으로 사실상 강등하는 이례적인 인사로 평가됐다. 이에 정 검사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인사명령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정 검사는 내부망에 글을 올려 정부·여당의 수사·기소 분리 등 검찰개혁 구상과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 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재판부는 이날 법무부가 인사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매우 이례적인 전보 인사”라며 “이는 정 검사가 창원지검장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이뤄졌는데, 그간 검찰의 인사 실무 관행을 보면 자발적 사직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법무부가 이처럼 이례적인 인사를 하면서 정 검사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점이 위법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제시한 인사 처분 사유의 일부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정 검사가 창원지검장 재직 당시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을 부실수사한 혐의로 특검에 입건된 상태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어떤 의혹이 있거나 범죄의 혐의가 있다는 것만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만 검사장에서 차장검사급으로의 전보가 ‘강등’이나 ‘사실상 강등’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의 일종인 강등은 한 계급 아래로 직급을 내리고 공무원 신분은 보유하나 3개월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그 기간 중 보수를 감액하는 것인데, 고검검사 발령 뒤에는 정직 등이 수반되지 않아 강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검찰 내부망에 비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인사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정 검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검사가 국가기관과 상급자, 특정인을 모욕하거나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을 다수 사용했다”라며 “이는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 중립성, 신중성 등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해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성이 크다”고 했다.

정 검사는 법원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칙을 다시 회복 시켜 달라는 걸 이렇게까지 힘들게 요구해야 할 일인가 싶다”며 “대통령께서나 장관께서 하시는 말씀을 보면 ‘괜히 죄 없는 사람들 괴롭히지 말라’는 기조를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 과연 항소하셔서 또 불필요하게 힘들게 하실지 두고 봐야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징계가 아닌 인사명령에 있어 인사 대상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거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 법원 판결에는 다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1심 판결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현경 기자 hyl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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