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유미 검사장 ‘사실상 강등’ 인사는 위법... 취소해야”

이민준 기자 2026. 6. 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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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에 반발했다가 차장검사급인 대전고검 검사로 사실상 강등된 정유미(사법연수원 30기) 검사장에 대한 인사 처분이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유미 검사장./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는 11일 정 검사장이 법무장관을 상대로 낸 인사명령 처분 취소 소송의 선고 기일을 열고 2025년 12월 11일에 발표된 인사 명령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의 인사 관행에 비춰볼 때 이 사건 인사는 자발적 사직 유도에 해당한다”며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면 소명기회를 부여하거나 징계절차를 거쳤어야 함에도 그런 조치 없이 사실상 하위에 해당하는 보직으로 전보한 것은 재량권 일탈 및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정 검사장은 2023년 9월 대검검사급 보직인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에 임명됐다. 이후 창원지검장을 지낸 정 검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된 뒤인 작년 7월 말 한직으로 꼽히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세 달 뒤 검찰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항소를 포기해 논란을 빚었는데, 정 검사장은 이때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노만석 당시 검찰총장 직무대행 등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을 여러 차례 게시하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11일 정 검사장을 고검검사급(차장·부장검사) 보직인 대전고검 검사로 발령냈다. 법무부는 인사발령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인사는 업무 수행 등에 있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부적절한 표현으로 내부 구성원들을 반복적으로 비난해 조직의 명예와 신뢰를 실추시킨 대검검사급 검사를 고검검사로 발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 검사장은 법무부가 검찰청법을 어기고 강등 징계를 내린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인사명령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법무부가 정 검사장에게 강등 징계를 내린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만 구분돼, 총장을 제외한 검사들의 직위를 바꾸는 인사발령은 모두 동일한 직급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강등이나 사실상 강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대검검사급 보직을 맡았던 검사가 대검검사급 보직 규정 내의 보직만을 담당해야 한다고 규정을 해석할 순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또 정 검사장이 검찰 내부망에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은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정 검사장의 게시글에 국가기관과 상급자, 특정인을 모욕하거나, 검찰이 정치적 이유에서 검찰권 행사를 부당하게 행사하고 있다는 취지의 단정적이고 과장된 표현들이 다수 쓰였기 때문에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재판부는 정 검사장이 창원지검장 시절 이른바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실 수사했다는 의혹은 인정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정 검사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대검찰청을 압수 수색한 점을 들어 인사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의혹만으로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가할 수 없고, 정 검사장이 부실 수사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정 검사장은 선고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인사였다고 판단해주신 법원에 감사하다”며 “엄격하게 절차와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법치주의 위태로워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법원 판결에 다소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향후 1심 판결을 면밀히 분석해 항소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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