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개발속도 빨라진 日기업들… 이번엔 '비용 폭탄' 고민
메루카리 "생산성 90% 향상"… 후지쓰 10만명 활용
고성능 AI 요금 2배… 비용 대비 효과가 새 과제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1/552779-26fvic8/20260611133136211jihe.png)
일본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생산성 향상이 급선무가 된 가운데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업무 혁신 수단으로 받아들이면서다. 다만 고성능 AI 모델일수록 이용료 부담이 커지면서 도입 효과를 어떻게 측정하고 비용을 관리할지가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전날 도쿄에서 개발자 행사 '코드 위드 클로드'를 열고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올해 행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에 이어 세 번째로 열렸으며, 일본 기업 엔지니어 등 약 500명이 참석했다. 앤스로픽은 2025년 10월 아시아 첫 거점으로 일본 법인을 세우고 NEC, 히타치제작소 등과 제휴를 맺었다.
앤스로픽은 행사에서 자사 AI '클로드'의 새 모델 '클로드 페이블 5'를 일반 공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모델은 지난 4월 제한적으로 공개했던 고성능 AI '클로드 미토스'와 같은 기반 기술을 쓰면서도, 사이버 공격 등 악용 가능성이 있는 지시에는 응답을 거부하도록 안전 대책을 강화했다. 닛케이는 페이블 5가 프로그래밍과 수학, 금융 등 복잡한 전문 분야에서 장시간 자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앤스로픽의 플랫폼 엔지니어링 책임자 케이틀린 레시는 기조연설에서 "페이블을 비롯한 AI 모델의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지고 있지만, 정작 비즈니스에서 맡는 역할은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며 "클로드로 그 간극을 메우고 싶다"고 말했다. 그 간극을 메우는 수단의 하나가 2025년 선보인 '클로드 코드'다. 프로그래밍 작업을 자동화하는 도구로, 복잡한 과제를 장시간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AI 에이전트 개발로 이어진다. 앤스로픽은 기업·기관의 이용료를 기반으로 고성능 AI 개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이미 AI 활용을 본격화하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 중고거래 플랫폼 기업인 메루카리는 AI 도입으로 엔지니어링 생산성이 전년보다 90% 향상됐다고 밝혔다. 라쿠텐그룹의 AI 담당자는 과거 3개월에 한 번꼴이던 주요 기능 출시 주기가 이제는 2주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후지쓰는 지난 5월 앤스로픽과 제휴해 약 10만 명의 직원이 클로드를 일상 업무에 활용하도록 했다. 앞으로 10년간 AI 주도형 개발 체제로 전환하고, 전체 프로젝트의 90% 이상에 AI를 활용한다는 목표다. 생산성은 2025년도 대비 2배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AI 확산은 일본 시스템 개발 업계의 사업 구조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업계는 개발자 투입 인원과 작업 시간을 기준으로 대금을 산정해 왔다. AI로 개발 시간이 줄면 이 방식으로는 개발사 매출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후지쓰의 도키타 다카히토 사장은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지 않으면 "큰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프로그래밍 코드를 AI에 맡기는 이른바 '바이브 코딩'이 확산하면서 이용자와 AI 모델이 주고받는 데이터량을 뜻하는 '토큰'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앤스로픽은 기업과 개발자를 대상으로 토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종량제를 적용하고 있다. 기업·개발자용 종량제 기준으로 새 고성능 모델의 요금은 기존 주력 상위 모델인 '오퍼스(Opus)'의 2배로 책정됐다.
AI 이용료가 커지면서 기업들은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닛케이는 미국 우버테크놀로지스가 이미 연간 AI 예산을 소진해 직원들의 AI 이용에 상한을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도 AI를 얼마나 널리 쓰고 있는지를 도입 성과로 내세우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용률이 높아졌다고 해서 곧바로 매출 증가나 개발 기간 단축,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닛케이는 실제 효과를 측정할 지표가 마땅치 않다고 짚었다.
PwC 컨설팅의 미요시 신페이 집행이사는 "일본 기업 상당수는 생성형 AI 이용률을 도입 평가 지표로 삼고 있어, 실적과 연결되는 평가 지표를 제대로 설계하지 못하고 있다"며 "효과를 측정하지 못한 채 사용량만 늘어 비용만 커지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AI가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의 고민도 달라지고 있다. 도입 여부를 따지던 단계를 지나, 어떤 업무를 AI에 맡기고 어떤 성과를 기준으로 비용을 정당화할지를 따져야 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일본 기업들의 AI 경쟁도 기술 도입 속도보다 비용 대비 효과를 얼마나 정밀하게 관리하느냐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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