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봉쇄에 국제대회 출전 무산 위기… 체육단체 "일터 돌려달라" 호소
국가공인자격증 시험 준비도 못 해
"유튜버 무리한 요구, 수용 어려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를 봉쇄한 시위로 인해 체육단체 업무가 마비되면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국제대회 출전을 못할 위기에 처했다.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수중핀수영협회 등 핸드볼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9개 단체는 11일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의 일터를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위를 선양할 국제대회 출전 준비가 멈췄고, 국가자격시험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은 우리에게 없으나 피해는 오롯이 선수와 국민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체들은 호소문 낭독 후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격앙된 시위대가 마이크 선을 뽑는 등 행사를 방해한 탓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일부 시위대는 직원들을 뒤쫓으며 위협하다 경찰에 제지됐다. 기자회견은 약 30분 뒤 시위대를 피해 인근 건물 내부에서 가까스로 열렸다.
단체들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현안은 각종 선수권대회 준비다. 대한펜싱협회는 19일 인도 델리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한수중핀수영협회는 22일 인천에서 개막하는 세계핀수영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 대한펜싱협회 사무처장은 "호텔비는 물론 참가비조차 못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기용 칼도 선수마다 사용하는 장비가 다르고, 대체품을 구하기도 어려워 선수들이 큰 불안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발급하는 지도자 자격시험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한당구협회 사무처장은 "국가자격증인 만큼 접수 여부 등 최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안내할 의무가 있는데 응대가 쉽지 않아 응시자들 사이에 정보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우슈협회 사무처장도 "토요일에 지도자 구술검정 시험이 예정돼 있는데 급히 평가지를 다시 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사무실 진입이 계속 무산되는 이유로 유튜버들의 과도한 요구를 지목했다. 시위대와 동행해 사무실에 출입하는 방안을 수용하는 등 최대한 양보했지만, 금고 비밀번호와 사무실 내부 기밀사항까지 모두 영상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이다.
단체들은 이날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기관과 면담을 갖고 사무실 진입 방안 등을 협의한다. 시위대 역시 일반 시민이라는 점을 고려해 아직 형사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는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유정 기자 yj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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