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사상 초유 ‘투표용지 부족 사태’…‘법’이 해결하나?
[앵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 잠실 개표소였던 올림픽공원 경기장 집회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고,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한지, 재선거는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취재기자와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신현욱 기자,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무슨 일인지 정리해 주시죠.
[기자]
네, 6.3지방선거 본투표일인 지난 3일,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돼 시민들이 투표를 못 하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선관위가 투표 마감 시각을 저녁 6시에서 밤 10시로 연장하면서, 일부 유권자들은 출구조사 결과를 본 뒤 투표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사태에 항의하는 시민들은 잠실 투표소 인근을 일주일째 봉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선관위 자체 조사 결과 현재까지 91곳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났고, 26곳 투표소에서 투표가 잠시 멈췄다 재개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시작됐잖아요.
[기자]
네, 이번 사태로 사퇴한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을 비롯해 선관위 간부들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경찰은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선거 사무원과 투표용지 인쇄업체 관계자를 연달아 불러 조사했고요.
오늘은 중앙선관위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나섰습니다.
이번 사태를 수사할 검경 합동수사본부도 출범했습니다.
검찰 12명, 경찰 15명 등 총 27명 규모가 될 전망인데, 본부장은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맡습니다.
[앵커]
그러면 법적으로 선관위 관계자들, 처벌받을 수 있는 건가요?
[기자]
투표용지를 일부러 준비하지 않은 것인가, 즉 '고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고발된 혐의죠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이 모두 '고의성'을 전제로 하거든요.
일부 직원들이 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했는지, 부족한 걸 알고도 일부러 묵인했는지 등이 입증돼야 하는 겁니다.
반대로 단순 실수로 드러나면, 형사처벌까지 받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이밖에 사태가 벌어진 뒤 선관위가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도 조사 대상입니다.
[앵커]
지금 투표소 인근을 봉쇄하는 시민들의 요구사항이 '재선거'잖아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요?
[기자]
절차가 있습니다.
선거 효력에 이의가 있으면 선거일로부터 2주 안에 관할 선관위에 소청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선관위는 60일 이내에 인용할지, 기각할지를 결정해야 하고요.
소청이 받아들여지면, 결정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선거가 실시됩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이미 이번 사태가 재선거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기각할 가능성이 높단 겁니다.
[앵커]
그러면 다른 방법은 없나요?
[기자]
선관위가 받아주지 않으면, 소청인은 대법원에 선거소송을 제기해 다시 판단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재선거' 여부는 대통령이나 국회, 혹은 당선인 등의 의지에 달린 게 아닙니다.
현재로선 법원 결정에 달린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법원이 재선거를 판단하는 요건은 무엇인가요?
[기자]
요건은 간단합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선거 결과를 뒤집었느냐, 입니다.
쉽게 말해, 투표용지가 없어 투표를 못 한 사람들이 모두 낙선한 후보자에게 표를 줬다고 했을 때 그 결과가 뒤바뀔 수 있냐는 겁니다.
하지만 서울시장과 송파구청장의 경우, 1, 2위 표차가 투표를 못 한 걸로 추정되는 인원보다 훨씬 커 재투표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다만, 수백, 수천 표 차이로도 당락이 갈리는 비례대표 등의 경우, 투표를 못 한 사람이 표차보다 많다고 집계되면 무효 판결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증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투표를 못한 인원이 어느 당을 찍으려고 했는지, 이번 사태 때문에 투표를 안 한 건지 등 일일이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앵커]
어제는 법원이 투표소를 현장검증 했다고요?
[기자]
네,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정철 최고위원이 증거 보전 신청을 했는데요.
선거 무효 소송에 대비해서, 증거를 미리 확보해달라는 취지였습니다.
법원이 이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인쇄 매수 1,900매' 표기가 있는 투표용지 상자와 투표소 CCTV 영상 등을 보전해야 한다고 본 건데요.
이 투표소의 선거인 수는 3천856명인데, 준비한 투표용지 매수가 고작 1900매, 즉 내부 지침인 '최소 50%'에도 못 미쳤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물이기 때문입니다.
판사가 직접 이 증거물을 봉인하고 법원으로 옮겨 보관하려고 했는데요.
어제 현장검증을 간 결과, 당초 확보하려 했던 투표용지 상자는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선관위도 이 상자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해서 오리무중인데요.
법원은 이 상자의 소재를 특정하는 대로 다시 검증에 나설 계획입니다.
[앵커]
그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투표를 못 한 사람들은 어떤 절차를 밟을 수 있나요?
[기자]
이번 사태로 투표를 하지 못했다면 헌법소원을 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참정권을 침해당했다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겟죠.
하지만 위헌 결정이 난다 해도, 선거권이 침해됐단 점을 확인하는 차원인 것이지 선거 결과가 바뀌는 건 아닙니다.
선관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승소하면 금전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이번 사태로 입은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 데다 소송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소액 배상에 그칠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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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욱 기자 (woog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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