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부마항쟁 기념식 노래 검열’ 부당 개입 판결

안지산 기자 2026. 6. 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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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수 이랑 씨·강상우 감독 손배소 일부 승소 판결
재판부 “우월한 지위 이용해 계약 조건과 다른 활동 강요”
43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이 2022년 10월 16일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렸다. 뮤지컬 '10월의 이름들'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윤석열 정권 당시 행정안전부가 특정 노래를 빼달라는 요구에 공연에서 하차한 예술인 '이랑' 씨에게 국가가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이효진 부장판사)는 인디가수 이랑 씨, 강상우 공연감독이 대한민국 정부(행정안전부),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그리고 공연대행업체 ㄱ 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10일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이 공동해 이랑 씨, 강 감독에게 각각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또한 ㄱ 사는 용역 대금으로 강 감독에게 1000만 원, 이랑 씨에게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10월 16일 개최된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을 앞두고 발생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출연 예정이었던 이랑 씨의 가창 곡 목록 중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 '늑대가 나타났다'를 문제 삼았다.

이에 행안부는 최갑순 당시 이사장이던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에 곡을 바꾸거나 가수 자체를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재단은 행사 3주 전 이 요구를 강 감독에게 전달했다.

강 감독은 정부, 재단 측 일방적 요구가 예술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거부했고,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이랑 씨와 함께 공연에서 하차하게 됐다. 이후 이들은 이듬해 11월 "정부와 재단의 부당한 개입으로 법적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정부, 부마항쟁기념재단이 우월한 권력을 이용해 예술인들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와 재단이 곡 변경을 요청한 행위는 원고들이 예술인으로서 가지는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인격적 이익을 침해한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강 감독이 정부의 간섭 없이 자율적으로 행사를 연출한다는 전제 하에 총연출을 맡았고, 이랑 씨 역시 처음부터 '늑대가 나타났다'를 부르는 조건으로 섭외된 점을 명시하며 "국가와 재단의 변경 요청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계약 조건과 다른 활동을 강요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법원은 공연이 무산된 원인이 예술인 측 과실이 아닌 만큼, 대행업체 ㄱ 사가 하차한 이들에게 미지급된 용역 대금 총 1700만 원을 온전히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