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장어덮밥의 필수요건은? 흑백요리사도 부른 기내식 품평회 가보니

한예나 기자 2026. 6. 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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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무기 된 기내식
지난 10일 열린 파라타항공의 기내식 시식회. 1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여 오는 7월부터 제공될 기내식을 맛보고 있다. /한예나 기자

지난 10일 인천 중구 기내식 업체 LSG스카이셰프코리아 회의실. 파라타항공의 신규 기내식 시식회가 열렸다. 흰 테이블 위에 장어 한 마리가 통째 올라간 덮밥이 놓이자 참석자들의 젓가락이 먼저 멈췄다. “이거, 기내에서 잘라 먹을 수 있나요?” 질문이 나오자, ‘흑백요리사2′ 출신 최규덕 셰프는 숟가락을 들었다. 최 셰프는 “여행객들이 쉽게 숟가락으로도 쉽게 떠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게 장어를 조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어는 칼이 아니라 숟가락으로도 밥 위에서 부드럽게 갈라졌다.

파라타항공이 새로 개발한 장어조림덮밥. /한예나 기자

장어 한 마리를 기내식 용기에 올리는 데는 수차례의 시행착오가 필요했다고 한다. 장어는 초벌한 뒤 다시 찌고, 전분을 묻혀 튀긴 다음 소스에 졸였다. 기내에서 다시 데워도 쪼그라들거나 모양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리법이다. 개발 과정에서는 5미(尾)부터 8미까지 크기가 다른 장어를 놓고 시험했다. 숫자가 작을수록 한 마리가 큰 장어다. 너무 크면 용기에 담기 어렵고, 너무 작으면 ‘통장어 덮밥’이라는 느낌이 살지 않는다. 크기만큼이나 색도 중요했다. 장어 색이 연하면 덜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소스가 많으면 밥이 질어질 수 있다.

이날 시식회에는 최규덕 셰프를 비롯해 객실 승무원, 영업본부장, 운항본부장, 기내식 개발 담당자 등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했다. 테이블에는 장어조림덮밥 외에도 스프카레, 들기름 막국수, 고기 비빔밥, 보쌈정식 등이 올랐다. 참석자들 앞에는 메뉴별 평가표가 놓였고, 맛뿐 아니라 외관과 가격 적정성까지 적도록 했다. 3개월 간 수십번의 회의 끝에 열린 마지막 최종 점검 자리다. 이날 ‘최종 관문’을 통과한 기내식들은 6월 중순부터 판매를 시작해 7월 항공편부터 기내에서 제공된다. 가격은 2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기내식, 맛만 중요한게 아니다

최규덕 셰프와 황화연 파라타항공 승무원이 신규 기내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한예나 기자

이날 테이블에 오른 메뉴들은 “맛있다”는 말이 나온 뒤에도 수차례 시험대에 올랐다. 이날 참석한 황화연 파라타항공 승무원은 “뜨거운 음식은 뜨겁게, 차가운 음식은 차갑게 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서비스할 때 손님에게 실제로 제공하기 편한지, 모양이 무너지지 않는지도 중요하다”고 했다.

예컨대, 들기름 막국수는 기내에서 제공하기 까다로운 메뉴다. 전날 조리해 냉장 보관했다가 다음 날 항공기에 싣는 동안 면이 불거나 끊어질 수 있고, 들기름 향도 쉽게 죽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려 얼마나 뭉쳐있는지를 봤고, 한입 먹은 뒤 들기름 향이 충분히 남아 있는지도 따졌다. 기내식 업체는 기내에서도 이 향을 살리기 위해 들기름만 6종가량 테스트했다고 한다.

보쌈정식은 김치 양, 고기 부위와 두께 등이 세심하게 논의됐다. 기내식 업체 관계자는 “너무 얇게 썰면 기내에서 데우면서 탈 수도 있고 기름이 많이 빠진다”며 “삼겹살은 지방이 균일하지 않아 목살 쪽을 일부러 썼다”고 했다. 스프카레는 데운 뒤에도 소스 농도가 유지되는지, 고기 비빔밥은 채소 식감이 죽지 않는지 등이 쟁점이었다.

파라타항공이 기내식에 공을 들이는 건 신생 항공사라는 출발선과도 맞닿아 있다. 파라타항공은 경영난을 겪던 플라이강원을 위닉스가 인수해 새로 띄운 항공사다. 아직 다른 항공사처럼 촘촘한 노선망이나 두터운 마일리지 고객층을 갖춘 곳은 아니다. 기존 저비용항공사(LCC)들과 운임만으로 맞붙기도 쉽지 않다.

대신 다른 LCC들과 차별화된 기내 콘텐츠, 비즈니스클래스 운영 등으로 승부를 보려한다. 승객이 비행 중 바로 체감하고, 후기를 퍼뜨릴 수 있는 기내식은 대표적인 차별화 카드다. ‘전복 라면’으로 먼저 입소문을 낸 파라타항공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다음 ‘파라타항공표 메뉴’를 찾고 있다.

◇하늘 위 맛집 대전

기내식에 공을 들이는 건 파라타항공만의 전략은 아니다.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진 가운데서도 해외여행 수요가 이어지면서, 항공사들은 운임과 노선 외에 승객이 비행 중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경쟁에도 힘을 주고 있다. 기내식은 그중에서도 승객 반응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영역이다. 특히 운임이 대형항공사보다 낮은 LCC의 경우 사전 주문식과 기내 판매 메뉴가 좌석 지정, 수하물 등과 함께 주요 부가 수익원으로 꼽힌다.

제주항공×삼원가든=갈비찜과 떡갈비, 에어서울×정호영 셰프=김치비빔우동, 이스타항공×빕스=떠먹는 페퍼로니 피자(위부터). /제주항공·에어서울·CJ푸드빌

계절이나 노선별로 메뉴를 차별화해 인기를 끌고 있는 항공사도 있다. 이스타항공은 겨울에는 꿀호떡과 붕어빵을 팔아 ‘하늘 위 붕세권’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카자흐스탄 알마티 취항 이후에는 베지테리언 기내식과 할랄라면을 추가했다. CJ푸드빌 빕스와 협업한 ‘떠먹는 페퍼로니 피자’도 판매 중이다. 유럽 노선을 띄우는 티웨이항공의 경우, 지난해 7월 ‘양배추롤과 토마토 쿨리소스’, ‘당근 라페 랩’ 등 순수 채식 기내식 2종을 출시했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은 2023년 12월부터 미쉐린 가이드 선정 레스토랑 삼원가든과 협업한 소갈비찜·떡갈비 도시락을 판매 중이다. 불닭 가라아게동, 불닭 자이언트 핫도그 같은 K푸드 메뉴도 운영한다. 지난 4월부터 할리스 아메리카노와 바닐라 딜라이트를 판매해 월 1만1000잔 이상 팔고 있다.

대한항공도 지난해 3월 신규 CI(기업이미지) 공개와 함께 15년 만에 신규 기내식을 선보였다. 서울 한남동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세스타’ 김세경 셰프와 협업해 문어 영양밥, 차돌박이 비빔밥, 전복덮밥, 신선로 등 한식 메뉴를 강화했고, 상위 클래스 식기와 와인잔도 고급화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올해 하반기까지 전노선에 대한 기내식 메뉴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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