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퀸’의 역설…韓美 그린적중률 1위 김수지·유해란, 우승 향한 마지막 퍼즐은 [정문영의 데이터골프]
유, 티샷부터 그린까지의 이득타수 코르다에 이은 2위
주요 지표서 최상위권이지만 올해 아직까지 우승 없어
원인은 퍼트 부진…퍼트 정확성 개선하면 우승 가능성↑

그린적중률은 선수의 아이언 샷 기술과 정교함을 측정하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다. 현재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는 각각 김수지(30·동부건설)와 유해란(25·다올금융그룹)이 압도적인 수치로 ‘아이언 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둘은 아직 올 시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무엇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데이터 속에 숨겨진 ‘디테일’을 분석해 봤다.
11일 KLPGA 투어에 따르면 통산 6승의 김수지는 올 시즌 그린적중률 79.90%로 투어 1위다. 단순히 한 시즌만의 ‘반짝’ 활약은 아니다. 김수지는 2023년 78.19%, 2024년 80.76%, 2025년 79.65%에 이어 올해까지 무려 4년 연속 그린적중률 1위라는 기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21년(9위)과 2022년(4위)까지 포함하면 6년 연속 이 부문 톱10을 유지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투어 최고 수준의 아이언 샷 능력을 갖고 있다.
훌륭한 샷은 안정적인 성적으로 직결됐다. 김수지는 올해 출전한 10개 대회에서 모두 컷을 통과했고, 톱10에만 4차례 이름을 올렸다. 주요 세부 지표 역시 화려하다. 드라이브 거리와 그린적중률, 페어웨이 안착률을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히팅 능력지수 2위를 달리고 있으며 티샷부터 그린까지의 이득 타수(SG:Tee to Green) 3위(2.02타), 톱10 피니시율 40%로 3위다.
김수지는 이처럼 완벽에 가까운 샷 데이터를 자랑하지만 올 시즌 아직 우승이 없다. 데이터상으로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결정적 원인은 그린 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 적중 시 퍼트 성공률 20.08%로 71위, 퍼트 이득 타수(SG:Putting)는 -0.42로 97위,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는 31.53개로 투어 108위에 머물러있다.

이러한 ‘아이언 퀸의 역설’은 미국 무대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올해 LPGA 투어 4년 차를 맞은 유해란 역시 압도적인 데이터로 ‘아이언 퀸’의 자리를 질주 중이다. 데뷔 시즌인 2023년 그린적중률 4위(75.36%), 2024년 2위(76.80%)를 거쳐 지난해 1위(77.49%)에 올랐던 그는 올 시즌 79.88%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유해란은 그린에 도달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최상위권이다. 티샷부터 그린까지의 이득 타수(SG:Tee to Green) 3.11타로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에 이은 2위이며, 샷으로 얻은 이득타수(SG:Total)도 4위(1.90)로 상위권이다. 안정적인 샷을 앞세워 올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해 9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했고, 톱10 6차례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해란 역시 그린 위에서의 퍼팅이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유해란은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 1.81개로 77위, 퍼트 이득 타수(SG:Putting)는 -1.22로 141위,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는 30.89개로 149위까지 처져 있다. 투어 최고 수준의 샷으로 버디 기회를 만들어내고도 퍼트 난조로 인해 타수를 까먹는 구조다.
김수지와 유해란은 투어에서 가장 정교하고 치명적인 샷을 구사하며 매 대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우승을 위해선 결국 그린 위에서의 한 타가 절실한 상황이다. 샷 데이터만 놓고 보면 이미 우승에 필요한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퍼터만 조금 더 뜨거워진다면 김수지와 유해란의 시즌 첫 승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아올지 모른다.

정문영 기자 my.j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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