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회장 최대주주, 그룹 모태 자산운용 상장 계획 계열사 지분 82% 달해…미래에셋운용 추가매수 공시 운용, 미래에셋증권 뛰어넘는 밸류…"60조 이상 가치"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생명을 자진 상장폐지하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를 통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로 지위를 격상시키는 지배구조 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GSO(Global Strategy Officer) 회장은 상장 이후 수십조원 이상의 주식 자산을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은 중단기 목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그룹의 모태다. 창업주인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60.19%를 갖고 있으며, 미래에셋컨설팅(36.92%)과 부인 김미경씨(2.72%)가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2대주주인 미래에셋컨설팅은 그룹 보유 호텔 및 부동산 자산관리를 맡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의 지분은 박현주 회장(48.49%), 김미경씨(10.15%)와 자녀들인 박하민·박은민·박준범씨가 각각 8.19%씩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가족회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그룹의 모태이면서 박현주 회장 및 일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상장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는 필연적이란 분석이다.
◆미래에셋생명, 지배구조 변화 속 자진상폐 가능성=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는 박 회장 일가가 소유한 미래에셋컨설팅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벤처투자로 이어진 순환고리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및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의 다른 순환고리로 정리된다.
미래에셋그룹이 2005년 SK생명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미래에셋생명의 지분은 지난 2일 기준 미래에셋증권(28.83), 미래에셋자산운용(24.19%), 미래에셋캐피탈(21.90%), 미래에셋컨설팅(6.83%)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2년 전부터 꾸준히 미래에셋생명 주식을 장내 매수하고 있어 조만간 단일 최대주주로 등극할 전망이다.
현재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미래에셋생명 지분율은 총 81.98%에 이른다. 여기에 지닌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 말까지 미래에셋생명 주식 500억원어치를 추가 매수하기로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생명에 출자한 자금은 3037억원 규모다. 500억원을 추가 매수할 경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생명 지분율(평균 매수단가 1만8000원으로 가정)은 26.70%로 확대되고, 그룹 계열사 전체의 보유 지분율도 83.74%로 늘어난다. 물론 향후 주가에 따라 취득할 주식수가 달라져 지분율은 더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다.
연말까지 목표금액을 조기 달성할 수 있는 만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추가 장내 매수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500억원 추가 취득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5월22일부터 6월8일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미래에셋생명 주식 30만5490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 기간 주가가 급등했지만 가격과 무관하게 빠르게 매집했다. 추세를 감안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증권을 제치고 미래에셋생명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건 기정사실로 보인다.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이 이미 공고한 상황에서 이처럼 그룹 계열사의 장내 매수가 이어지자 미래에셋생명의 자진 상폐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때마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생명의 주가가 저평가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가뜩이나 유통주식수가 적은 상황에서 단순히 저평가를 이유로 대주주 지분율을 90%가까이로 확대하는 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래에셋생명은 올 초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면서 대주주 지분율을 60%대에서 80%대로 끌어올린 바 있어 상폐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 자진 상폐 요건은 대주주 지분율(자사주 제외) 95% 이상이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소액주주 반발을 고려해 지분율 95%를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적정 수준에서 (소액주주) 지분을 공개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래에셋운용 IPO 위한 정지작업…"50조~60조원 가치"=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복수의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미래에셋생명 상장폐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IPO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일환이다.
그룹 모태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상장하려면 계열사 중 상장사인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벤처투자 등과 지배구조상 정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지 않은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달리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대주주여서 상장을 유지하는 게 부담이 된다.
이재명 정부 들어 모자(母子) 회사 간 중복상장에 대해 규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미래에셋생명을 비상장사로 전환할 내부 압력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현재 자진상폐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사항은 전혀 없다"며 "당사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고 판단해 계열사들이 주식을 매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장 과정에서 미래에셋컨설팅의 보유 지분도 취득해 그룹 내 지배구조 최정점으로 자리를 잡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래에셋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는 않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사실상 그룹 내 정점이 될 것"이라며 "(미래에셋자산운용 IPO를) 지금 당장 진행할 일은 아니더라도 시간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건 맞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룹 핵심 경영진들이) 증권은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비교해 워낙 격차가 커 경쟁이 어렵지만 운용은 다르다고 판단한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경쟁이 가능해 상장하게 되면 미래에셋증권 시총을 뛰어넘는 50조~60조원 이상의 밸류를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전 세계에서 운용 중인 ETF 총 순자산은 428조원에 달한다. ETF 순자산 기준 전 세계 11위 규모다. 2018년 미국에서 인수한 운용사 '미국 글로벌 X US'의 순자산은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미국 ETF 시장의 주요 운용사로 성장했고, 국내 TIGER(타이거) ETF도 순자산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본 글로벌 X 재팬은 출범 6년여 만에 순자산 1조엔을 돌파했고, 캐나다와 호주 법인도 각각 400억달러와 130억달러 규모로 확대되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연결 재무제표 기준) 772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9% 증가한 성과를 냈다. 올해 사상 첫 1조원대 순이익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창업 초기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엔진으로 삼고 증권, 생명의 두 바퀴로 움직인다는 경영 철학을 갖고 있었다"며 "그룹 핵심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글로벌 시장에서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내세우려는 필요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그룹 내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장은 이전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자된 사안"이라며 "현재로선 어떤 방안도 확정되거나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모회사이기 때문에 중복상장 이슈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