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택 붕괴 참사, 알고보니 ‘구리 절도’ 때문…‘소도둑’도 활개

송영석 2026. 6. 11. 10: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순, 독일 동부 작센주 괴를리츠 시내에서 4층짜리 다세대 주택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려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사고 초기에는 단순 가스 폭발로 인한 붕괴 사고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절도범들이 구리를 훔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참사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독일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최근 농장에서 소 수십 마리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기묘한 절도 사건도 기승을 부렸는데요. 경기 불황의 어두운 단면과도 같은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침체의 늪에 깊숙이 빠진 독일 민심을 더 흉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가스폭발→주택 붕괴' 사건의 전말

괴를리츠 주택 붕괴는 가스 폭발로 인해 일어났습니다. 폭발 원인을 추적해 온 경찰은 가스 배관이 인위적으로 훼손된 정황을 찾아냈고, 구리 절도범들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는 27살 폴란드 남성과 33살 아프가니스탄 남성 등 2명입니다.

'원자재를 훔치려고 건물 시설에 손을 댔다'는 얘기,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구리 등 비철 금속 절도가 매우 흔한 일이며, 오래된 주택이나 개보수된 건물들은 지하실에 보일러 등과 연결되는 공용 배관실을 둔 경우가 많습니다. 난방이나 급수 배관 등이 벽면에 노출된 건물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범인들은 지하실 천장과 벽면에 노출돼 있던 구리 재질의 난방·수도 배관을 자르려다 가스 누출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두운 지하실에서 구리 배관을 자르려다 가스관을 절단했거나 가스관 연결 부위를 훼손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폭발 순간 범인들이 현장에 있었는지, 범행 후 도주한 뒤 폭발이 일어났는지 등 자세한 경위는 조사 중입니다.

■ 흔하지만 더 비싸진 구리…대담한 도둑들

"구리는 전기 전도성이 매우 뛰어나 에너지 손실이 적고, 고온·고압에도 잘 견딜 수 있습니다.
식수관에 사용되는 구리는 항균성이 강해 세균 번식을 억제해 줍니다. 구리는 100% 재활용도 가능합니다.
구리는 건설과 전기 공학 분야에서 표준 자재로 자리 잡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헤닝 폰 다케 / 독일 건설산업 중앙협회 기술부장)

구리가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구리만 한 대체제를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늘 수요가 많아 가격이 비싼 이유이기도 합니다. 독일 증권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이달 기준 독일에서 구리 1톤의 가격은 약 11,800유로입니다. 이란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구리가 암시장에서도 귀해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괴를리츠 주택 붕괴 현장을 당국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출처 : 독일 슈피겔)


문제는 구리를 노리는 범죄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 부동산 소유주 협회 관계자인 에릭 우베 아마야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도둑들은 주로 철도 선로를 노렸지만, 이제 주택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마야는 특히 "누군가 공동 주택 공용 시설에 침입해 배관을 건드려도 알아채기 어려운 게 문제"라며 "주민들은 당연히 기술자가 작업하러 들어온 줄 안다. 도둑이라고 의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일 건설산업 중앙협회 회장 펠릭스 파클레파는 "구리 절도가 점점 더 전문화되고 조직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월 독일 서남부 도시 카를스루에의 철도 변전소 부지에서 구리 케이블 16톤이 사라졌고, 지난해 독일 작센안할트주에서는 태양광 발전소에 도둑이 들어 구리 케이블 130킬로미터를 훔쳐 갔습니다. 피해액은 한화로 각각 수억 원에 달합니다.

■ 전대미문의 대형 소도둑 사건

지난 4월과 5월 독일 브란덴부르크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소도둑 사건도 독일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한 번에 소 수십 마리가 밤사이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범죄의 스케일과 대담함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겁니다. 절도범들은 축사에 침입한 뒤 30마리에서 최대 70마리까지 대형 차량에 싣고 유유히 달아났습니다. 최근 7주 동안 브란덴부르크주에서 도난당한 소는 모두 230여 마리로 피해액은 33만 7,000유로(한화로 약 5억 9천여만 원)에 달합니다.

절도 피해를 당한 축사에 소 1마리만 남아 있다 (출처 : 독일 빌트)


경찰은 소의 습성을 잘 아는, 불법 도축 시장과 연계된 전문 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있는데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축산 업계 종사자들도 "평생 이 정도 규모의 도난 사건을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독일 언론은 축사를 노린 조직적 범죄 역시 '물가 폭등'이 주요 배경이라고 지적합니다. 소고기 도매가격이 급등하자 현금화가 가능한 암시장이 유럽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고 의심합니다.

독일에서는 요즘도 경제 전망이 더 나빠질 것임을 뜻하는 각종 지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구리 절도 때문에 일어난 주택 붕괴 참사와 간 큰 소도둑 사건을 다룬 뉴스가 더욱 씁쓸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송영석 기자 (sys@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