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슬기·옥수수·쑥 싸보낸 여동생 내외… 부모님 보는 듯[자랑합니다]

묵직한 택배 하나가 왔다. 스티로폼 상자를 열자마자 삶은 다슬기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옥수수 몇 개와 쑥, 고사리 봉지도 들어 있었다.
보낸 이는 고향 함양에 사는 여동생 부부(노양숙·김수안)이다. 여동생은 남편과는 달리 온갖 밭일로 허리가 구부정하다. 그런데도 비가 내린 며칠 전 부부가 인근 냇가에 들어가 다슬기를 잡았다. “오빠, 언니가 좋아 하잖아아!”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한시도 쉬지 않고 위아래 형제들을 챙기고 자주 전화하는 천생 친정어머니 같다.
다슬기는 민물에 사는 작은 고동류다. 지방마다 올갱이, 고디 등 이름도 다르다. 깨끗한 계곡물과 강 상류를 좋아하며, 물살이 적당히 흐르고 돌이 많은 곳에 붙어산다. 물속 바위에 붙은 이끼와 미생물을 갉아먹으며 살아가기에, 물이 오염되면 금세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예로부터 “다슬기가 많으면 물이 살아 있다”고 하지 않던가.
함양군청 재무과장과 안의면 등 두 군데 ‘면장님’을 지낸 매제는 퇴직 후 예상과는 딴판으로 ‘가정적’이다. 매제가 면장을 지낸 ‘안의(安義)’는 1792년(정조 16)부터 ‘열하일기’의 저자 연암 박지원이 5년간 현감(縣監)으로 봉직한 곳이기도 하다. 옛 ‘안의현감’님께서 부인과 함께 손수 냇물 속 돌을 뒤집으며 다슬기를 훑어 담았을 것을 떠올리니 안쓰럽고 그 언밸런스에 웃음도 나온다.
다슬기는 봄이 지나 물기운이 오르면 활동이 왕성해지고, 여름철 밤에는 얕은 물가로 기어 나오기도 한다. 껍데기는 작고 단단하지만, 속 살점은 바늘 끝으로 겨우 끄집어낼 만큼 여리다. 그 작은 한 점을 얻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손끝은 물살 속을 더듬어야 한다. 아직도 냇물은 뼛속까지 스미는 냉기를 품고 있다.
돌을 하나 들추면 흙탕물이 일고, 다시 맑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미끄러운 바위에 발을 헛디디기 일쑤고, 오래 쪼그려 앉아 있다 보면 허리와 무릎이 먼저 비명을 지른다. 나이 든 이들에게는 물살보다도 굽은 허리가 더 큰 고역이다.
게다가 다슬기는 욕심낸다고 한꺼번에 많이 잡히지도 않는다. 손톱만 한 것들을 하나하나 골라내야 하니 시간에 비해 양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여동생 부부는 ‘오빠, 언니, 형님에게 한 숟갈 더 보내야지’하는 속정으로 찬물 속에 오래 머문다. 이건 채집이 아니라 노동에 가깝다.
이렇듯 어렵게 모은 다슬기를 해감하고 또 해감한 뒤 초벌로 삶고, 행여 상할까 봐 얼음까지 넣었다. 밭두렁에서 막 꺾은 옥수수와 쑥 또한 이른 봄 갓 올라온 제철 쑥은 아니지만 그게 대수인가. 저만치 고사리도 보이니 지나칠 리가 없다. ‘서울에서는 이런 생생한 맛 못 본다’며 보너스로 바리바리 박스에 넣었을 게다.
세월은 사람의 허리를 굽게 만들고 그 얼굴에 주름을 새긴다. 그러나 가족을 향한 마음까지 늙게 하지는 못한다. 어린 시절 냇가에서 어울려 물장구치던 여동생은 어느새 반백의 중늙은이가 되었다. 그러나 형제들 위하는 마음은 여전히 그 시절 소녀 그대로다.
그날 저녁 우리 부부는 짭조름하고 구수한 바다색 다슬기 국물을 아끼며 천천히 마셨다. 식탁에는 딸내미 부부까지 합세, “중독된다!”면서도 계속 발라내 먹은 다슬기 껍데기가 수북하다. 내일은 쑥 향으로 그리움을 달랠 것이다.
둘째 오빠 노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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