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자稅 정책’ 부메랑… 보수화하는 실리콘밸리 거물들[Global Focus]

김성훈 기자 2026. 6. 1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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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 ‘진보 텃밭’ 캘리포니아주에 ‘우클릭 바람’
‘누진세’ 구조 개인 소득세부터
미국내 6번째 높은 법인세 탓
‘진보’ 머스크 · 저커버그 등 전향
최근엔 구글 공동 창업자 브린
네바다주 이주 후 공화당 후원
‘억만장자세 거부 활동’ 기부도

미국 리버럴(진보) 진영의 텃밭이던 실리콘밸리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를 이끄는 민주당이 부자에 적대적인 조세 정책, 인공지능(AI)과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면서 테크 기업 창업주·CEO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에 나온다.

◇보수화하는 실리콘밸리= 최근 폭스뉴스는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구글 모회사) 이사가 테크 업계에서 가장 최근에 공화당에 재정적 후원을 한 거물급 인사로 이름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브린 이사는 로스앤젤레스(LA) 시장 예비선거에서 공화당 스펜서 프랫 후보에게 법정 개인 한도액인 1800달러를 후원했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예비선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지지한 공화당 스티브 힐턴 후보에게 역시 개인 한도액인 3만9200달러를 후원했다.

특히 브린 이사는 캘리포니아주의 ‘억만장자세’ 무력화를 목표로 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인 ‘더 나은 캘리포니아 건설’에 80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해당 PAC이 주도하는 핵심 주민투표안은 △올해 1월 1일 이전으로의 소급 과세 금지 및 주식·채권·지식재산권 등에 대한 과세 신설 금지 △새로운 특별세 도입 시 감사 의무화 △억만장자세 세수 용도 제한 등이다. 브린 이사는 억만장자세 논의가 본격화하자 지난해 말 네바다주로 이사한 뒤로도 반대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브린 이사의 이런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그가 원래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진보파였기 때문이다. 러시아 출신인 그는 2016년 트럼프 대통령 첫 당선 당시 구글 사내 회의에서 “이민자 출신으로서 이번 선거 결과는 매우 불쾌하다”고 말한 바 있다. 2012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5000달러,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에 3만800달러를 각각 후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먼저 진보에서 보수로 돌아선 대표 주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였다. 그는 2022년 자신의 정치성향에 대해 ‘중도좌파∼중도’였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24년 이후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 후보들을 위해 2억7700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회장 겸 CEO도 ‘전향파’다. 저커버그 회장은 과거 오바마 전 대통령과 교류하며 진보 색채를 드러냈던 인물. 그러나 2024년 여름부터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기울어 지난해 취임식을 공동 주최하고, 메타에서 제3자 팩트체킹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SNS 플랫폼 검열이 우파에 불리하게 편향돼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호응한 것이다.

초기 웹브라우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개발자이자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 공동설립자인 마크 앤드리슨도 원래 민주당 지지자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줄줄이 지지했다. 그러나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는 인물이 됐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하는 슈퍼 PAC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주식회사’에 300만 달러를 기부했다. 크래프트 벤처스 창업자 데이비드 색스도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에게 3만3400달러를 후원했던 진보파였다. 그러나 2024년 트럼프 대통령 지지로 노선을 틀었고, 2기 트럼프 정부에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AI·가상화폐 차르(최고 책임자)를 맡았다. 진보성향 벤처투자사 소셜캐피털의 설립자인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역시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올인(All-In)’에서 반규제·친트럼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세금과 규제”=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6번째로 높은 법인세를 부과한다. 연방법인세(21%) 외에 주에서 자체적으로 물리는 법인세다. 특히 ‘C-법인(상장사)’의 경우 순이익의 8.84%를 법인세로 내고, 주주가 배당을 받을 때 개인소득세를 또 낸다. 텍사스주엔 법인세 없이 매출에 따른 총수입세(일반 업종 0.75%, 도·소매업 약 0.38%)만 있다. 네바다주는 연 매출 400만 달러 이상, 오하이오주는 600만 달러 초과 기업에만 각각 약 0.05∼0.33%와 0.25% 총수입세를 물리고 법인세는 걷지 않는다. 심지어 와이오밍과 사우스다코타주는 법인세도, 총수입세도 아예 없다.

거대 기술기업 창업자나 CEO 같은 부자라면 개인소득세도 엄청나게 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에서 매기는 개인소득세는 1.0∼13.3%의 누진세인데, 초고소득자에게는 추가로 1% ‘급여세’가 붙는다.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연방소득세(최고 37%)가 더해진다. 전부 최고세율에 해당할 경우 51.3%에 달하는 소득세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텍사스·플로리다·네바다 등에선 주 차원의 별도 소득세가 없다.

전국 단위에서는 AI와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양당의 정책 차이가 테크 기업인들의 민주당 이탈을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정부는 가상화폐 산업 자체에 비판적이었다. 반면 한때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불렀던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과정에서부터 입장을 확 바꿨고, 당선 후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집행 기조를 완전히 뒤집었다. AI 정책에서도 민주당이 인권과 개인 복지에 미치는 위험성을 강조하며 소비자 보호 중심 규제에 무게를 두는 반면, 공화당은 국가안보 관련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혁신이 우선이라는 기조에서 규제를 최소화하고자 한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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