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건축 부담금 축소 목적의 무리한 공사비 증액 경계해야”

김선호 기자 2026. 6. 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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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파르나스 타워 39층에서 열린 법무법인 율촌의 ‘제2회 도시정비사업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김선호 기자)

최근 급등한 공사비를 의도적으로 늘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줄이려는 정비사업 현장의 움직임에 대해, 도리어 조합원의 분담금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법무법인 율촌이 10일 파르나스타워 39층 렉처홀에서 개최한 ‘제2회 도시정비사업 세미나’에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의 구조적 모순과 실무적 맹점을 둘러싼 정비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 집중됐다.

개회사를 맡은 김남호 율촌 부동산 건설 그룹 대표 변호사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공사비 상승, 개발이익 감소, 각종 공공기여 부담 확대 등으로 정비사업 추진 여건이 과거보다 어려워진 만큼 공공성과 사업성 사이의 현실적이고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선 서덕인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선호 기자)

첫 번째 세션에서는 서덕인 변호사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특징과 향후 변화 전망’을 주제로 발제를 맡아 현행 산정 기준의 실무적 맹점을 짚었다. 

서 변호사는 일반분양 미분양분이 발생할 경우 해당 주택가액을 시세보다 낮은 공시가격으로 산정하도록 규정한 현행 기준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일부 현장에서 분양가를 높여 고의로 미분양을 유도함으로써, 부담금을 축소한 뒤 추후 할인 분양을 진행하는 왜곡된 편법 수단으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개시 시점 주택가액 산정 시 기준이 되는 ‘인근 유사 단지’ 선정 기준이 모호해 관리처분계획 수립 단계에서 조합 내부 갈등과 법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구 수성구 사례와 같이 특정 핵심 지역(범어동)의 실제 상승률 대신 수성구 전체 평균 주택가격 상승분만을 정상주택가격 상승분으로 반영할 경우, 초과이익이 과대 계상돼 조합이 부담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부담하게 되는 산식의 한계도 함께 언급됐다.

종합 토론에서 이정우 GS건설 팀장이 발언하고 있다. (김선호 기자)

휴식 시간 이후 재개된 종합 토론에서는 류훈 해안건축 대표를 좌장으로 학계 및 정비사업 실무 전문가 패널들의 본격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시공사 입장에서 일선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 이정우 GS건설 팀장은 재초환 부과와 관련해 조합원들이 시공사 측에 무작정 해결을 요구하는 고충을 토로했다. 

이 팀장은 반포주공 1단지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1·2·4단지는 2017년 말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재초환을 면제받았으나 불과 몇 달 뒤 절차를 밟은 3단지는 1인당 약 4억원의 부담금 부과가 예상되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단 몇 달 차이의 행정 절차 시기에 따라 동일 단지였음에도 조합원 간 수억원의 부담금 격차가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를 비판하며 제도적 산정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패널로 참석한 김정우 에이앤유(ANU)디자인그룹건축사무소 전무는 현행 재초환 산식상 개발비용인 공사비가 늘어날수록 산정되는 초과이익과 부담금이 줄어드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 현장에서 부담금을 절감하고자 특화 설계나 마감재 상향으로 공사비를 의도적으로 증액하려는 경향을 지적했다. 

김 전무는 “평당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부담금 몇 천만원을 절감하기 위해 무리하게 특화 설계를 도입하는 것은 도리어 더 큰 분담금 부담으로 이어지는 역설적 상황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종합 토론에서 김학주 엠유엠파트너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선호 기자)

정부 정책과 도시계획 관점에서의 제언도 개진됐다. 

토론회에 참여한 장홍석 한국토지신탁 상무는 규제 완화를 통한 정비사업 활성화 흐름을 짚으면서도, 1기 신도시 용적률 완화에 따른 고밀 개발과 주거환경 훼손 우려를 제기했다. 장 상무는 분당 등의 지역에서 용적률이 450% 수준까지 상향돼 재건축이 진행될 경우, 주거지로서 지니고 있던 본연의 가치가 상당부분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주 엠유엠파트너스 대표는 친환경·장수명 인센티브 등을 종합 용적률 체계 안에 편입시킨 서울시의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완성형 계획으로 높이 평가하는 한편,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대해서는 순수 도시계획적 접근보다는 정치·사회적 요구가 강하게 반영된 공공 선택의 산물이라고 평했다.

좌장을 맡은 류훈 해안건축 대표는 도시계획과 공공기여 제도의 본질을 규정하며 이날 토론을 마무리했다. 

류 대표는 “사전협상을 포함한 도시계획과 공공기여 제도는 결국 주고받는 ‘트레이드 오프’의 성격을 지닌 사회적 산물이며, 이러한 기준을 형성하는 실질적 주체는 유권자이자 시민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지 기부채납 시 1.3의 가중치를 부여해 대지면적 감소를 보완하는 반면, 소유권을 유지하는 현금·건물 채납 시에는 0.7의 계수를 적용하는 현행 인센티브 산식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류 대표는 복잡해지는 정책 환경 속에서 정비사업의 성패는 결국 제도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달려있음을 피력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했다. 

종합 토론에서 류훈 해안건축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선호 기자)

김선호 기자 okcomputer@viva100.com